박지원 "국회의장이 민주당 편만 든다? 그건 정치 아냐"

'중립 포기' 선언 후보들에 일침…정성호, 다수결 강조하면서도 '협치' 언급 눈길

정치 원로이자 22대 총선 당선자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민주당 정성호‧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 차기 국회의장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기계적 중립은 없다'고 하고 있는 데 대해 "이건 정치가 아니"라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의장 후보들이 내세우는 '개혁 의장' 역할론에 제동을 건 것이다.

박 전 원장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두 분(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당 대표)이 만약 충돌을 하면 권력서열 2인자인 국회의장이 그러한 것을 조정하고 협상시키고 정리를 해 줘야 된다"며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 이것을 국민들은 생각하고 정치권에서도 특히 언론에서 많은 염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당선되고 국회의장 (임기) 끝나면 민주당으로 돌아간다"면서 "그렇더라도 국민들한테 법 정신이, 국회의장의 관례가 중립성이다, 이것을 강조를 해주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민주당에서 나왔으니까 민주당 편만 들 거야' 이건 정치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이 이렇게 쏠려서 일사불란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정치력으로, 협상력으로, 추진력으로 풀어가야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국회의장 후보들이) '명심(明心)팔이'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명심이 뭐냐? 민심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 민심을 잡았기 때문에 총선에서 승리했지 않느냐"면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와서 추출이 돼야지 그냥 '명심이 나다'(하고) 명심팔이 하면 민심이 어디로 가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당 사무총장을 지낸 6선의 조 의원은 국회의장 출마 의사를 밝히며 "'명심'은 당연히 저 아니겠느냐", "총선 민의를 받드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민주당 위주의 국회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찬가지로 6선 고지에 오른 추 전 장관도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시절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다"며 국회의장의 중립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친(親)이재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5선의 정 의원 또한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 (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의원은 2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도 "의사진행은 여야 간에 협의해서 교섭단체에서 '협의'해서 하게 돼 있는데 지금 당이나 국민들이 민주당 지지자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협의를 '합의'로 운영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합의로) 못 가게 됐을 때는 국회의장이 결단을 내려야 되는 것 아니겠나. 협의만 강조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역시 민주주의 원리인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그런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다만 "문제는 그 전에 국회의장이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정부도 설득하고 여당도 야당도 설득해 합의를 하게 만드는 능력이 필요한 것 아니냐. 그래야 국민들에게 국회의 효능감, 또 정치의 효능감을 보여줄 수 있다"며 "교섭단체 대표들 간에 협의가 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그 리더십이 (국회의장에)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의 현실을 보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구호나 주장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재의결 정족수 200석을 갖지 못했고 개헌저지선은 이미 여당이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법안을 일방 통과시킨다? 보기엔 좋겠지만 최종 결론은 뭐겠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입법권을 침해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입장을 밝혀야 되고, 국회의 권위와 위상을 바탕으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해내고 그런 과정에서 여야의 협치를 통해서 성과 내는 게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협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소수의견에 해당한다. 친명계 강성 의원들로부터 "협치라는 이유로 끌려다니면 끌려다니다 끝난다"(추미애), "협치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민형배), "총선 민심은 협치가 아니라 책임정치"(김용민) 등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음주로 예정된 영수회담을 앞두고 박 전 원장은 "2년 만에 처음 만나는 거니까 구애받지 말고 보따리를 다 풀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 대표대로 할 말씀을 다 하고 대통령도 야당 대표에게 하실 말씀을 다 해라"라며 "그렇게 해서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얘기를 하다 보면 거기에서 구동존이, 선이후난. 쉬운 것부터 먼저 합의를 해 나가라. 그래서 어려운 것은 또 다음에 만나자, 이렇게 정례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김건희 특검 얘기하지 마라 (하는데) 그건 아니다. 이건 정상회담이 아니라 2년 만에 있는 여야 영수회담이기 때문에 다 풀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정 의원이 영수회담에서 '김건희 특검' 이야기를 언급해선 안 된다고 한 데 대한 반박성 발언이다.

이어 대통령실과 영수회담 의제를 사전 조율하기 위해 실무 협의를 하는 데 대해 "만약 지금 의제 조정을 하면 영수회담 안 열릴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구실 잡아가지고 '나 그러면 안 해'(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영수회담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언급해선 안 된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박 전 원장, 추 전 장관 등이 비판한 데 대해 "민주주의나 정치가 다양한 의견의 존재,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당내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영수회담 조건으로 내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데 대해 정 의원은 "조건이 걸린다고 하면 영수회담 자체가 무산되지 않겠나"라며 "2년 만에 대통령께서 영수회담을 제의했기 때문에 좀 더 여야가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의제에 가능한 한 제한을 두지 않는 자세가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총선 당선인(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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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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