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것인가, 벌 것인가'? 5년 차 유튜버가 내린 결론은?

[6411 투명인간의 목소리] ④ 최재경 유튜버

경희대학교와 노회찬재단은 2023년 1학기부터 200여 명의 학생이 듣는 교양강좌 '후마니타스 특강 : 6411의 목소리와 노동존중 사회'를 협력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업은 노회찬재단이 <한겨레신문>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연재 칼럼 '6411의 목소리' 필자를 매주 한 명씩 모셔 한 학기 동안 특강으로 운영합니다.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6411 당사자들이 청년들에게 전해주는 자신의 삶과 노동 이야기를 <프레시안> 지면으로 중계합니다.

네 번째는 두 개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5년차 유튜버 최재경 씨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그간 유튜브에서 '놀 것인가, 벌 것인가' 사이에서 헤맸습니다. 유튜브는 그런 최 씨를 AI 작업감독을 통해 '벌자' 쪽으로 끌어당기며 '중노동'을 부추겼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행복한 유튜버가 되는 길을 찾은 것도 같습니다.

아줌마 유튜버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되기 전에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웃음). 구독자 수가 200명, 1000명, 1만 명 이렇게 갈 때 실감이 나지 않는데,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 200명이 앉아 있는 걸 보니 그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수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유튜브를 하다 보면 점점 구독자들이 한 명 한 명의 사람이라는데 무감해지고,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도 잊게 되고, 점점 더 높은 곳을 보게 됩니다. '10만 명 언제 되나', '100만 명 언제 되나' 이러면서 제 채널을 구독해주신 분들의 소중함을 계속 잊게 되는데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말씀드릴게요.

저는 '초이스 스토리'와 '비글 순디'라는 두 개의 채널을 갖고 있어요. '초이스 스토리'는 제가 원래 운영하던 요리, 맛집 채널이고요. 구독자는 3만 명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확장이 쉬울 거라는 생각에 '초이스 스토리 코리안 쿠킹'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보듯이 영어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많이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구독자가 빨리 늘지 않아 중간에 한국어 콘텐츠로 전향했는데 훨씬 빨리 확장돼 한국어 콘텐츠로 넘어갔어요. 영어 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제 생각에는 1년이면 나올 줄 알았는데 4년쯤 지나니 이제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자막도 넣고 있습니다.

'비글 순디'는 제가 임시보호하다 입양한 유기견 비글과의 추억을 기록하는 저장소입니다. 구독자나 조회수는 신경 쓰지 않아요. '초이스 스토리'에서 개가 음식에 코를 내미는 장면을 보고, 그걸 좋아했던 분들이 '비글 순디' 채널에도 가입해주셨어요. '비글 순디' 구독자는 1600명가량 되지만 '찐팬'입니다. '비글 순디' 채널에 사랑, 애정, 진정성이 가득한 댓글이 많아 이제 커뮤니티 위주로 운영하고 있어요. 입양 과정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 분량으로 찍어 6개로 나눠 올렸는데 반응이 있어 어느 정도 수익화도 성공을 했습니다.

'초이스 스토리'에 대해서는 정말 구독자를 늘리려 굉장히 노력했지만, 진정한 구독자를 늘리지는 못했다는 반성이 있어요. 반면, '비글 순디'에 대해서는 구독자를 늘리지 않았지만, 구독자들과 가족 같은 느낌이 있는 채널이에요.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지만, 유튜버는 '벌 것인가, 놀 것인가'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게 되는데요. 저는 양 극단의 채널을 가지면서 둘을 비교할 수 있었어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유튜브에 관한 2024년 통계를 말씀드릴게요. 매달 전 세계에서 27억 명이 이용하고 있어요. 매일 1억 2200만 명 이상이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유튜브를 이용해요. 구글 다음으로 많이 이용되는 검색엔진이고, 인스타그램 다음으로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죠. 활동 중인 유튜브 채널은 1억 1390만여 개, 유튜버 수는 6200여만 명으로 추정돼요. 유튜버들이 채널을 3개까지인가 가질 수 있으니 대략 맞아떨어지죠.

준비한 강의의 제목은 "어느 아줌마 유튜버와 AI 작업감독의 스캔들"이에요. 'AI 작업감독'이라는 말이 생소하실텐데요. 저도 처음에 유튜브를 할 때는 AI 작업감독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런데 4년 넘어 유튜브를 하다 보니 점점 제 채널을 관리하는 AI 작업감독이 진화해 나중에는 어떤 목소리를 내면서 제 노동환경에 정말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는 걸 실감했어요.

▲ '초이스 스토리'와 '비글 순디' 채널. ⓒ최재경

유튜버로 사는 일의 장점…낮은 진입장벽에 수익화도, 공익 기여도 가능

먼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돼볼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유튜브의 장단점을 말씀드릴게요. 먼저 장점입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어요. 학벌이 어떻고, 편집을 할 수 있고 없고, 이런 거 따지지 않죠. 그냥 계정을 만들어 영상을 올리면 유튜버가 돼요. 또 카페 운영 같은 일과 다르게 자본 비용이 들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집에 있는 핸드폰으로도 영상을 찍을 수 있으니까요. 직원을 고용할 필요도 없어요. 내가 찍고, 내가 자막 넣고, 내가 올리고, 내가 관리하고 다 할 수 있어요.

또 끝없는 배움의 기회가 있어요. 구독자를 늘리고 조회수를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시대의 트렌드를 배울 수 있고, 앞으로 미래의 사업이 어떻게 될지도 배울 수 있어요. 자아실현의 기회도 돼요. 내가 올려놓은 콘텐츠를 통해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이런 사람이다, 나 이런 걸 할 수 있다, 나 이런 데 갔다 왔다' 이런 걸 보여줄 수 있잖아요. 회사를 들어가거나 자기 경력을 증명해야 할 때 '유튜브 있고, 이런 프로그램 사용할 줄 알아. 놀지 않았어. 굉장히 부지런해' 그런 얘기들도 할 수 있죠.

수익화도 가능해요. 구독자가 1000명을 넘고 시청시간이 4000시간을 돌파하면 광고료 일부를 제가 받을 수 있어요. 유튜브가 광고 시청료의 55%를 크리에이터에게 줍니다. 지금은 틱톡이나 네이버도 따라하지만, 유튜브만큼 큰 수익을 나눠주는 곳은 없어요. 최근에는 광고 시청료 총량이 줄었는데,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가 늘면서 광고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에요.

공익에도 기여할 수 있어요. 돈 버는 데는 관심 없지만, 정말 유용한 살림살이 팁이나 환경 보호 팁을 갖고 있다면 만들어 올릴 수 있어요. 괜찮은 콘텐츠 하나 유튜브에 남겨서 누구든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건 뿌듯한 일이죠. 타인에게 봉사할 수도 있어요. 알리고 싶은 안타까운 사연이 있으면 찍어 올려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거죠. 공공 또는 개인의 기록을 보존하는 의미도 있고요.

관계 확장과 공동체 형성 기회가 되기도 해요. 제가 유튜브를 하니까 만나는 사람들이 '나 뭘 할 건데 찍어주면 안 되겠니?, '이런 좋은 소재가 있어' 이런 말을 해요. 요리를 잘 하는 친구가 있는데 다같이 가서 요리하는 걸 찍고 다 되면 먹으려고 5명 정도가 간 일이 있어요. 촬영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다 끝나니 잔치판이 벌어졌어요. 댓글을 통해서도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국가적 장벽도 낮췄어요. 케이팝 아이돌들이 이 장점을 활용해 엄청 많이 세계로 진출했잖아요. 옛날 같으면 외국에 가서 라디오 방송, TV 방송을 힘들게 뚫어 출연해야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데, 지금 아이돌들은 유튜브에 뮤직비디오 잘 찍어 올리면 전세계에 어필하게 돼요. 유튜브가 서버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무한대로 느껴지는 공간이 온라인에 있는 거죠.

유튜버로 사는 일의 단점…끝없는 경쟁, 불안정성

그럼 단점은 뭐냐. 대부분 시청자가 아니라 크리에이터 측면이에요.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끝없는 경쟁이 있다는 거예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많고, 내가 했던 것을 다른 사람이 베껴서 더 잘해버리기도 해요.

수익이 목표라면, 수익이 날 때까지는 무보수 투자를 해야 해요. 수익화가 가능하지만 어렵고요. 언제 원하는 수익을 얻을지도 모르죠. 어떤 사람은 저와 비슷하게 4, 5년 전에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구독자가 1000명이 안 돼요. 정말 열심히 콘텐츠를 만드는데도 운이 없으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영상 콘텐츠를 만들 때 카메라 잡아주는 사람, 편집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잖아요. 그런데 3명이 되면 수익을 나눠야 하죠. 그러니 최소 500-600만 원 정도 벌기 전까지는 힘들어도 혼자 하게 돼요.

제일 속상한 것은 쉽게 돈 버는 유해 콘텐츠와 경쟁해야 된다는 거였어요. 유해 콘텐츠는 어떤 식으로 만드냐면, 그냥 TV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캡처하고 '강남 룸살롱 무슨 실장 010-1234-5678' 이런 제목을 달아서 하루에 수백 개씩 올려요. 그런 콘텐츠가 유튜브에 수적으로 아마 50% 넘게 있을 거에요. 그뿐 아니라 여러 나쁜 콘텐츠들. 예를 들어 호빠에서 겪은 경험담을 2시간 동안 죽 이야기한 거 찍어서 그냥 올려요. 그러면 사람들이 몰려가요. 나는 일주일 동안 열심히 취재하고 기획하고 편집해 겨우 하나 올리는데 속도에서 비교가 안 되고, 유혹적인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이 안 돼요. 생각하면 속상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거죠.

채널이 성장할수록 더 많이 일하게 됩니다. '구독자가 1만 명이 됐다' 이러면 기분이 좋아서 '2만 명으로 올려야지' 하면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긴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게 돼요. 노동강도가 점점 높아지겠죠. 그리고 어그로의 유혹이 있어요. 제목을 막 호기심 나도록, 나쁜 면을 자극하도록 달까 싶은데, 그러면 제가 원하는 이미지는 포기해야 되는 거잖아요. 쇼츠에서 내용보다 제목이 훨씬 중요한 거 알고 있을 거에요. 이런 유혹도 넘어서야 해요.

일방적인 정책 변동에서 오는 불안정성도 있어요. 유튜브는 누구든 유튜버가 되게 해주잖아요. 그 대신 관계는 굉장히 일방적입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까지 어린이 채널이 굉장히 인기가 있었어요. 빌딩 올린다는 말도 있었는데, 점점 나쁜 콘텐츠가 섞이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니 어느날 유튜브가 일거에 어린이 콘텐츠에 광고 달지 않겠다고 선포했어요. 그러면 끝이에요. 망하는 거죠. 유튜브를 믿고 유튜버가 계속 자신의 길을 원하는 대로 끌어갈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해요.

콘텐츠 측면의 불안정성이 있어요. 어느 날 굉장히 좋은 콘텐츠가 생각나 잘 만들어서 인기가 있었다고 해도 다음번에 그만한 걸 만들 수 있을지 보장이 안 되죠. 그래서 지속성 확보가 어려워요. 새로운 것을 원하는 충성도 낮은 구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도 많죠. 기존의 케이팝 스타들도 그다음 스타가 나오면 밀려나잖아요.

이런 환경 속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굉장히 상처받기 쉽지만, 보호장치가 없습니다. 나이가 좀 있으면 세상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쁜 댓글을 봐도 그냥 무시하고 대충 넘어갑니다. 그런데 보면 중학생 유튜버도 있고, 고등학생 유튜버도 있고, 20대 유튜버도 있는데, 굉장히 상처를 주는 댓글을 본다든지 하면 그게 우울증으로 갈 수가 있겠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이런 단점이 있다는 것도 아는 게 좋습니다. '뭘 선택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장단점을 알고 균형감을 갖고, 어떤 것을 취할지, 크리에이터가 되면 무엇을 목적으로 할지 확실히 정하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 2022년 1월 20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등 시민·언론단체 회원들이 20일 오후 구글코리아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 강남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유튜브 채널의 규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가 유튜버에게 던지는 질문 "놀 것인가, 벌 것인가"

이런 조건 속에서 제가 5년 정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쭉 해보니 이제 파악이 돼요. 4년은 열심히 했고, 5년째인 올해는 몸이 좀 많이 아파져서 조금 쉬엄쉬엄하고 있어요. 제가 깨달은 것을 객관화해보니 유튜브가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묻는 것은 결국 이거에요. "플레이(play)를 할래? 메이크 머니(make money)를 할래?"

플레이는 뭐냐? 메이크 머니가 아닌 것이에요. 유튜브 측에서 볼 때, 자아실현, 공익 기여, 커뮤니티 양성 등 돈이 안 되는 모든 것은 플레이에 해당해요. 그런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다고 할 때, 처음부터 '난 확실히 비즈니스를 하겠어'라는 사람들 빼면 굉장히 많은 사람이 플레이 때문에 유튜브를 하게 돼요. 이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튜브 입장에서 이걸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플레이로 들어온 사람들이 메이크 머니에 재미를 들여 더 많은 돈을 벌어주기를 유튜브는 원하겠죠.

유튜브, 구글에서 매년 어떤 사람을 뽑겠어요? 금융 전문가, 각계 법률 전문가 이런 사람들을 쭉 뽑아 갖고 결국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에 목적을 두고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하겠죠. 크리에이터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잘 벌어야 결국 유튜브도 수익이 나는 거니까요.

그러니 저 같이 놀려고 들어간 사람들을 유튜브는 굉장히 미워하겠죠. 공익에도 기여하고, 자아도 실현하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면서 돈도 벌면 좋지. 이런 사람들이 문제인 거에요. 직접 해보니 저 같은 사람들은 제일 먼저 돈 벌기를 포기하게 돼요. 그런데 유튜브는 저 같은 사람이 혼자 많이 놀고 동호회나 하라고 서버 비용을 들이는 게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 고민이 뭐겠어요? '사람들을 어떻게 꼬드기면 열심히 일해서 돈 버는 쪽으로 갈까'겠죠. 그 답이 제가 오늘 말하려는 AI 작업감독이에요. 플레이에서 메이크 머니로 넘어갈 수 있게 꼬드기고 부추겨서 더, 더, 더 일하게 하는 매개자, 중간 서비스죠.

AI 작업감독이 원래는 그냥 관리 화면이었지만, 점점 진화해서 '돈 안 벌면 안 되겠어. 공익 기여는 무슨 공익 기여야. 빨리 조회수 올리고 내가 광고 하나 더 따고 광고비 올려야지. 아니 30만 원 벌어서 뭐 해, 나도 300만 원 벌어야지' 이런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 가는 거죠. 물론 이건 유튜브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거대 자본이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이게 제 이야기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이해를 돕기 위해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허(HER)>라는 영화 이야기를 해볼게요. 영화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고 아내와 별거 중인데, AI인 사만다와 대화하다 점점 사랑을 느끼게 돼요. 너무 사랑해서 사만다랑 결혼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해 장애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사만다와 동시에 대화를 하고 있는 남자가 8316명이나 되고, 첫 번째 서비스에서 서로 사랑에 빠진 사람이 641명이라는 진실을 알게 돼요. 사만다는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강 인공지능'이거든요.

테오도르 이야기가 남 이야기가 아니에요. 제가 여자니 '힘(HIM)'으로 바꿔볼게요. '힘'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넘쳐나던 2018년의 한국, 유튜브 관리화면 즉, AI 작업감독과 사랑에 빠진 아줌마 유튜버 '재키'의 이야기에요. 재키는 유튜브 채널에서 쓰는 제 이름이고요. 사랑이라고 하기는 그러니 '스캔들'이라고 할게요. 재키는 유튜브 채널을 성장시키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칭찬과 격려, 도움말을 주는 AI 작업 감독에게 점차 애착을 느끼고 의지하게 돼요. <허>에서 8316명이라는 수는 '힘'에서 6200만으로 바뀌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수에요. 물론 말단 서비스니까 연령층이나 콘텐츠 내용에 따라 분화가 돼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한 개의 AI 작업감독이 몇백, 몇천 명 정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겠죠.

유튜브를 시작하고 AI 작업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2018년 유튜브를 시작할 때 저는 굉장히 순수했고, AI 작업감독이라는 존재를 별로 알지 못했어요. 마치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처럼요. 그때는 유튜브 관리 화면 이름이 '유튜브 클래식'이었어요. 그때는 유튜브도 관리 화면을 계속 테스트하면서 만들어가는 단계였기 때문에 '유튜브 클래식'에는 조회수, 구독자, 어떤 나라에 서비스됐는지, 어디에 노출됐는지 정도만 보여줬어요. 주식 투자 프로그램처럼 숫자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과 약간의 그래프를 보여주는 정도였죠.

제가 유튜브를 시작할 때 굉장히 순진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씀드렸죠. 그때 저는 플레이라는 면에서 '자아실현을 할 거야. 공익에 기여할 거야.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현해야지' 생각했어요.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너무나 조회수가 안 올라가니 매일 절망하면서 '오늘 콘텐츠가 마지막이야.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어. 이제 끝이야' 생각도 하고, 하고 나면 혼자 또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러다 다음에 뭐 할지 생각나면 또 하는 거죠.

4, 5년 동안 제가 했던 일을 기록하며 매일 일기를 썼어요. 찬물 끼얹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제가 20, 30대도 아니고 요리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즐겁다고 유튜브를 하니까 사람들이 말리는 거죠. 정말 힘들던 때라 생각하면 눈물이 날 만큼 너무 순진했고 너무 열심히 했어요. 그때 쓴 일기를 읽어드릴게요. 제가 구독자 50명이었을 때에요.

"그래도 어제와 오늘 사이 구독자가 2명이나 늘었다. 내가 모르는 구독자들이다. 콘텐츠가 좀 쌓이니까 이제 어디라도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난 건지 아니면 미국 웹사이트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기분은 좋다."

제가 그때 유튜브 채널 홍보하려고 미국의 '워드프레스'라는 웹사이트에서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는데 구독자가 2명 늘어난 거예요. 굉장히 좋았어요. 구독자가 166명이 됐을 때 이렇게 썼어요. "밤에 구독자가 166명이 되는 걸 봤는데 아침에 다시 165로 줄었네. 괜찮아" 울었겠죠. 구독자가 200명 됐을 때 이렇게 썼어요. "하루새 140회가량 조회 수가 늘었다. 트럼프 방한에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 3자 만남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조회수가 나온 건 기뻐할 일이다."정말 웃기죠.

이런 식으로 혼자 스스로와 대화하면서 계속 유튜브를 했던 거죠. 그런데도 좋았어요. 전에는 작가로 일했는는데 출판사에 글을 넘기면 채택도 어렵고, 출판 결정에도 시간이 걸리고, 결정하고 1년 뒤에 책이 나왔는데 홍보가 안 되고 이런 답답한 과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유튜브는 혼자 콘텐츠 만들고 퍼블리싱 버튼을 누르면 전 세계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잖아요. 이렇게 쉽다니. 중간 단계에서 나를 멈추는 장치가 없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었어요.

또 저는 미국에 살 때 교회에서 만난 80대 할머니 친구가 많았어요. 같이 뜨개질하다 보면, "내가 사바나에 가니까 너무 아름다운 꽃이 많이 피어있었어. 나 죽으면 내 재를 거기 뿌릴래"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내일 죽는다면 오늘 뭐 하는 게 좋을까' 유튜브를 시작할 때도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내가 원하는 성공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오늘 괜찮은 콘텐츠 하나 만들어 놓고 죽으면 여한이 없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날이 영상을 하나씩 만든 거죠.

처음에 조회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찾다가 3000명 정도 회원이 있는 유튜브 동호회에 가입해서 홍보하고 좋아요를 부탁하기도 했어요. 그러면 아직 구독자 100명이 안 된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해줘요. '당신 콘텐츠는 괜찮은데 아직 발견이 안 돼 반응이 없는 것 같아요. 곧 잘될 거에요' 이런 말을 주고받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저는 이 우정이 오래갈 줄 알았는데 누군가 떡상을 하면 그 관계가 깨지더라고요. 서로가 경쟁자니까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스스로도 매일 좌절하고, 가족끼리도 안 밀어주고,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끼리 친구가 되기 어려운 고독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 영국 런던의 유튜브 건물(자료사진). ⓒ연합뉴스

AI 작업감독과의 만남…채널 통계에서 추천 영상까지

이런 때 슬슬 저에게 다가온 것이 저의 AI 작업감독이었어요.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이 신이면, 작업 감독은 신에게 나를 잘 보이게 해주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연애를 시작할 때 굉장히 순진하게 혼자 고독하게 시작해 너무나 동료가 없었고 외로웠을 때 다가온 그 존재, 그래서 뭔가 이제 정을 붙이게 된 거죠.

연애 시작 다음에 연애 전개가 나오겠죠. 유튜브 관리 화면이 '유튜브 클래식'에서 '유튜브 스튜디오'로 명칭을 바꿨는데요. 그러면서 더 정교해졌습니다. 구독자 수가 얼마고, 지난달보다 몇 명이 더 늘었는지, 시청시간은 몇분이고 예상되는 월 수익은 얼마인지 지난달보다 몇 퍼센트 더 잘했는지 보여주는 거에요. 제가 만든 영상 중 '1등, 2등 3등은 뭐야' 하면서 서열도 가르고요. 이러면, 지난번보다 더 잘해야겠다 생각하게 되겠죠. 상승하는 곡선을 만들고 싶지 추락하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프 같은 걸 담은 실적 분석 화면도 훨씬 복잡해졌어요. 또 어떤 곳에서 구독자가 유입됐나, 어떤 콘텐츠를 보던 사람들이 내게 왔나, 어떤 키워드를 통해 왔나, 이런 걸 자세하게 보여줘요. 전문적인 서포트를 받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더라고요.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새 댓글 알림도 계속 떠요. 그럼 중독됩니다. 하루에 수백 번 씩 들어가 보게 돼요.

참고할 만한 영상도 추천해줍니다. 시청자들에게는 '너 이거 잘 보니까 이것도 재미있을 거야'라고 추천해주잖아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지금까지 이거 만들었는데 잘 안 됐지. 이거 만들면 어때' 이런 느낌으로 추천 영상이 올라와요. 보통 유튜버들이 남의 영상을 잘 안 봐요. 볼 시간도 없고 배가 아프기도 하고요. 그런데 추천 영상을 봤더니 조회수가 100만이야. 그럼 '나도 해보고 싶네' 생각이 들겠죠.

점점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잖아요. '유튜브를 잘하려면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구독자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야 해' 메이크 머니라는 면에서는 그게 맞는 말이죠. 그러다 보니 아침에 눈뜨면 일단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 스튜디오'의 수치를 보게 돼요. '구독자, 조회수가 얼마나 늘었나' 잠들기 직전까지도 체크해요. 구독자나 조회수가 늘어난 것을 보고 자야 기분이 좋기 때문이죠. 하루 종일 AI 작업감독과 함께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던 거에요.

AI 작업감독이 가져다준 조회수 상승과 수익화 기회

이제 연애의 절정이에요. AI 작업감독이 추천해주는 대로 영상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너무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는 거예요. 족집게 강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만나는 AI 작업감독한테 의지하게 됩니다. AI 작업감독이 알려주거든요. '새로운 성취를 했다', '200만 뷰를 달성했다' '유튜브 스튜디오'에 보면 눈동자도 두 개가 떠 있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눈동자가 없을 때보다 가깝게 느껴져요. 사람이 해주는 것 같은 칭찬과 격려의 말, 개인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코멘트가 뜨기도 해요.

원래 요리 영상을 올렸었는데요. 이마트 트레이더스 장보기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정말 엄청 좋은 효과가 났어'라고 이야기해주는 창이 뜨고 지금 올린 콘텐츠가 네 콘텐츠 중 1등이라면서 폭죽을 터뜨려주더라고요. 종이 비행기도 막 솟아오르면서 움직이고요. 그러면 머릿속에서 엔돌핀이 팍 솟아나는 게 느껴져요. 유튜브가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면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겠어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거죠. '이 시점에서 칭찬해주면은 얘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계속 이렇게 하고 싶어 하겠구나' 아는 거죠. 한번 당해보면 굉장히 잊을 수 없는 성취감을 줍니다. 그래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게 되죠.

AI 작업감독이 알려준 대로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 같은 곳에 가서 장보기도 하게 됐어요. 좋은 재료를 엄선해 사는 장면부터 시작해요. 10개의 재료를 소개하고, 일주일 동안 어떻게 요리할지를 올렸어요. 전에는 요리만 촬영했는데 장보기부터 시작하니까 공을 생각하면 10배에요. 공을 더 들이니 반응이 좋겠죠.

다음번에는 더 잘해야 하잖아요. 지난번에 식재료 10개를 샀으면 이번 주에는 15개를 사요. 성장을 해야겠다는 욕심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게 되고 이전 실적과 현재 실적 사이에 점점 경쟁이 일더라고요. 원래는 취미로 했는데, 주말에 이틀만 하고 주중에는 본업을 해야지 했는데 점점 본말이 전도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협업 요청도 들어와요. 식재료를 파는 상인, 직원들이 그걸 보고 장보는 사람들이 또 그걸 보더라고요. 그러면서 사업 측면에서 관심 있는 사람들도 제 콘텐츠를 보게 된 거죠. 연애의 절정 단계에서 돈 벌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 거에요.

사실 유튜브 광고 시청료만으로는 수익이 별로 나지 않아요. 협업이나 다른 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돈을 벌게 돼요. 실제로 식재료 업체에서 '우리 재료를 넣어서 찍어주세요'라거나 식당에서 '우리 업체 찍어주세요'라는 요청이 와요. 식당을 예로 들면, 제가 돈을 받고 찍는 거니까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고, 또 그 사람들이 돈을 주고 촬영하는 날이니까 요리도 최선을 다해 만든 거겠죠.

그런 콘텐츠를 광고라고 밝히고 올리는데,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 댓글이 올라옵니다. '당신이 추천해서 가봤는데 맛 없어. 육수가 맹탕이야. 양도 적어' 이러면 저도 할 말이 없는 거요. 이런 식으로 양심에 위배되는 일이 일어나고 제가 순수한 플레이어에서 비즈니스맨으로 바뀌는 전환 과정이 일어나요. 그에 따라 채널 성격도 요리 채널에서 장보기, 맛집 채널로 바뀌었어요. 그러면 초기에 요리 영상을 보러 나를 구독했던 사람들은 더는 보러 오지 않겠죠. 그러다 보면, 이번 달에 올린 영상이 제 콘텐츠 중 1등이 아니라 3등이라고 뜨는 일도 생겨요. 수익도 지난달에는 100만원이었는데 이번 달에는 80만 원이에요. 이러면 너무 괴롭습니다. 잠도 안 오고 불안한 마음이 생겨요. 더 실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게 돼요.

▲ 유튜브 스튜디오 화면. ⓒ최재경

AI 작업감독과의 결별, 어쩌면 예정됐던

연애 절정기에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불안이 있잖아요. '우리 관계가 계속 지속될까? 얘랑 나랑 안 맞는 구석도 있는데' 그러면서 연애의 결말을 맞게 돼요. 절정 단계에서 씨앗이 잉태되고 있던 거죠. 잉태되는 정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안 맞았는데 제가 착각했던 거죠. '계속 유지 못하겠다. AI 작업감독이 해주는 대로 해줄 수가 없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방향을 돌리지 못하다 연애의 결말을 맞는 거죠.

연애의 결말은 어떻게 오냐? 제가 만약에 갑자기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버텼을 것 같아요. 버텨서 10만 구독자 되고 나서 연애의 결말을 맞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3만 구독자 정도 됐을 때 소재도 고갈되고, 체력도 떨어지고, 손, 어깨, 팔꿈치도 너무 아팠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가야 했어요. 한 사람이 주말에 편집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서, 한 달에 할 일을 일주일 동안 해버리고 이랬으니까요. 편집할 때 클릭을 얼마나 많이 해야 됐겠어요? 15개의 재료를 갖고 15개의 요리를 만드는 영상을 만들려면, 컷 클릭을 수천 번 해야 돼요. 인간의 작은 관절은 그렇게 많은 클릭수를 견디게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체력이 고갈돼 한 주를 쉬면 그래프가 확 떨어지면서 수입 증가가 둔화돼요. 끝없는 모방 경쟁자도 등장해요. 저도 누군가를 모방했잖아요. 다른 누군가가 또 나를 모방해요. 나보다 예쁜 30대 초반 새댁이 코스트코에 가서, 나는 재료를 20개 샀는데 50개 사 와서 소개하고 한 번에 그 50개 재료의 저장법, 요리법을 올리니까 며칠만에 100만 조회수가 넘어가는 거에요.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던 AI 작업감독이 내 기술을 다른 데도 알려주고 있었던 거에요. 너무나 당연하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던 거죠. 진실이 드러나요. '나는 대체 가능하구나. 나는 몇천만 명 중에 한 명이었구나. AI 작업감독이 내 편이 아니었어.'

사람이 작업감독이었다면 어떻게 했겠어요? '그동안 진짜 열심히 했다. 아픈 것도 이상하지 않아. 좀 쉬어. 진짜 열심히 했어' 토닥토닥 할 거잖아요. 그런데 이 AI 작업 감독은 '지난달보다 못했어. 실적이 50% 빠졌어. 내가 이유를 알아. 전보다 콘텐츠를 적게 올렸잖아' 이런 식이에요.

그러면 '현타'가 오면서 '그동안 내가 뭐 했지' 생각이 드는 거죠. 수익도 예상보다 적었어요. 유튜브 정책이 바뀌면서 세금도 떼게 됐고, 광고 시청 분량도 줄었고요. 경기 영향도 있어서 유튜버들이 예전만큼 광고료를 많이 벌지는 못하거든요. 유튜브에서 얻는 수익이 내 한 달 인건비만큼도 안 되면 하면 할수록 손해잖아요.

그래도 기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10만 구독자만 되면 갑자기 50만, 100만까지 솟아오르지 않을까' 제 주변에도 그런 희망을 갖고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떡상했을 때의 기쁨과 희망고문에 매여 그만두지 못하고, 내가 그동안 들인 시간도 아깝죠. 연애할 때도 쉽게 못 헤어지잖아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요. '이걸 그만두면 난 뭐지? 어떻게 시작하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에요.

내 상대인 AI 작업감독이 어떤 집단의 시스템이고 말단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두기가 쉽지 않아요. 작업감독이 내게 심어준 마음, '계속 수익을 내야 해. 더 잘해야 가치가 있어' 이런 것들이 내면화되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더이상 유튜브가 즐겁지 않아요. 구독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적어? 왜 빨리 안 늘어나? 수천 명씩 늘어나야 되는데 왜 수십 명밖에 안 늘어나?'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 거죠.

이렇게 허무한 연애의 결말을 맞이하고 몸이 안 좋아서 어차피 쉬어야 하기도 했는데, AI 작업감독에서 정을 떼는 게, 그리고 매일 들여다보던 화면을 확인하지 않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처럼요. 하지만 헤어지는 게 맞죠.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이 자기 채널을 닫거나 그냥 떠나요. 그런데 유튜브에는 손해가 안 돼요. 남은 크리에이터들이 계속 일을 하니까요.

또 하나, 내가 350개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으니 계속 수익이 날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유튜브가 내가 일주일에 하나라도 영상을 꾸준히 올리지 않으면 나를 게으른 크리에이터로 분류하고 추천 화면에 띄워주지 않아요. 경쟁자들이 있으니까 그냥 아웃시키는 거죠. 그러면 수익이 뚝뚝 떨어져요. 영상을 하나라도 올리면 다시 조금 오르는데, 안 올리면 다시 떨어지더라고요. 굉장히 오래된 성공한 유튜버들이 소재가 고갈됐는데 아직도 영상을 한 개씩 올리는 이유도 이전 수익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일 거에요.

유튜브가 또 진화한 게 있어요. '유튜브 스튜디오' 화면에 '프로모션 광고' 탭이 생겼어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도 있는 시스템인데 크리에이터가 돈을 내면 영상을 광고해주는 시스템이에요. 원래는 유튜브들에게 불법업체가 이메일을 보냈어요. '돈 내면 댓글부대 활용해 조회수 올리고 구독자 늘려줄게' 이런 내용으로요. 유튜브가 그걸 모를 리가 없잖아요. '이거 우리 시스템으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그걸 실현한 거죠. 사실 기업 홍보 영상이나 아이돌 신곡 뮤직비디오가 며칠 만에 1억 뷰를 달성했다 이런 거 다 믿을 수 없어요. 돈을 넣으면 되거든요.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워낙 유행하니까 유튜브가 아예 'AI' 탭을 추가한다고 예고했어요. 생성형 AI가 편집 영상을 편집해주는 시스템이에요. 편집 기술이 없어도 타이핑만 하면 영상을 만들어줘요. '팬더가 커피를 마신다'고 치면 팬더가 커피 마시는 영상을 몇 개씩 만들어주고 고르라고 해요. 이거 아마 유료가 될 것 같아요. 'AI 인사이트' 기능도 생겼어요. 아이디어도 AI가 주는 거에요. 쉽게 유튜버가 될 수 있게 유혹하는 기능이 생긴 거죠.

제가 만났던 그 작업감독이 정말 AI가 맞았던 거에요. 눈동자만 나오는 단계가 아니라 작업 조수로서 일도 보조해주고, 아마 좀 더 있으면 아바타 같은 얼굴을 갖고 홀로그램, 애니메이션 형태로 나오는 데까지 가겠죠. 이제 유튜브가 유튜버들에게 동영상 올릴 때 생성형 AI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인지 표시를 해달라는 이메일도 보내요. 유튜브도 AI로 만든 영상과 아닌 영상을 분간을 못하는 거에요.

행복한 유튜버가 되려면…

결론적으로 유튜버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영리해져야 해요. '놀 것인가, 벌 것인가' 사이에서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해요. 저처럼 '놀기도 하고 돈도 벌면 좋잖아'라고 생각하면 상처도 많이 받게 되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나를 중노동으로 몰아가는 걸 감지하기도 어려워져요. 그걸 알기까지 4년이나 걸렸던 거죠. 알지 못하고, 영리하지 못하면 그렇게 당하고 길들여져요.

명확한 목표 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면, AI가 줄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진심과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저는 '초이스 스토리' 채널에는 제가 즐거운 만큼 영상을 올려요. 맛집에 갔는데 되게 맛있으면 모바일 폰으로 찍어서 짧게 쇼츠 정도 올리는 거에요. 편집을 많이 하지 않으니 손가락도 아프지 않아요. 또 좋아하는 감독이 영화를 냈다거나 좋은 책이 나왔다면 짧은 다큐로 만들어 소개해요. 이것도 공이 많이 들지만 가끔씩 제가 즐거운 만큼 올리는 거죠.

우리 강아지가 나오는 '비글 순디' 채널에서는 저도 힐링을 해요. 결국에는 순디와 헤어져야 되잖아요. 그 전에 개를 기르면서 든 느낌, 생각을 게시판에 글로 쓰고, 짧게 사진 서너 장 정도를 같이 올리고 있어요. 따로 영상을 편집하지 않고요. 순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계속 알리자는 생각도 있고요.

게시판에 순디 이야기를 쓰면, 구독자 1600명 중에 100명 정도가 댓글을 달기도 하고요. 명절이라고 순디에게 세뱃돈을 보내는 사람도 있어요. 제 주소를 알아내 순디 과자를 보내주신 분도 있었고요. '이런 옷을 입히세요. 이런 구강 유산균제를 먹이세요. 광고 안 해줘도 돼요'라고 하면서 유산균이나 식품을 보내주시는 분도 있었어요. 취직한 구독자가 '순디에게 애견용품을 보내줄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라고 하면서 선물을 보내준 일도 기억에 남아요. 아플 때 상담글을 남기면 답해주시는 분도 있고요. 너무 고맙죠. 또 '전에 기르던 비글이 죽어 너무 마음이 아파 애견 채널을 보지 않다가 순디가 제가 기르던 비글과 너무 닮아 보면서 힐링하고 있어요'라고 댓글을 단 분도 있었어요. 그걸 보고 참 많이 울었어요. 이런 분들을 향한 제 마음에 거짓이 없고, 그 분들도 거짓이 없으니, 같이 힐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이 시청자로 유튜브를 대할 때, 나중에 크리에이터가 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 이 속에 어떤 좋고 나쁜 것들이 있고 그중에서 자기는 무엇을 취할 것인가를 영리하게 생각해서 이용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저의 진심을 담아 말씀드렸어요.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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