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재건축 아파트 이름 대봐" vs 이재명 "R&D 삭감하는데 계양에 천억?"

TV 명룡대전, '대장동' 대신 지역이슈로 설전…李 "제가 구체적 아파트 이름 외우는 사람 아냐"

4.10 총선 격전지로 꼽히는 인천 계양을 후보로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방송 토론에서 중앙 정치 의제 대신 지역 의제로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2일 OBS 경인TV를 통해 방송된 TV토론에 출연했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에게 "계양을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지구나 아파트 이름,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이 대표는 "정부 예산이 없어서 지금 알앤디(R&D) 예산을 삭감하고 서민 지원 예산도 다 삭감하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와서 계양 지역의 특정 지역 개발에 1000억(원)씩 지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맞섰다.

도전자이자 여론조사상 '다소 열세'인 원 전 장관은 토론 초반부터 현역 의원인 이 대표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는 계양을의 교통 여건 불균형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2년간 어떤 기관과 협의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국토교통부 차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와 만나 협의했다"고 했다.

이에 원 전 장관은 "허위사실 공표 여러 번 이미 기소되셨다"며 허위 답변이 아닌지를 캐물었다. 이 대표는 "국장인지 차관인지 정확하지는 차관으로 저는 기억한다"며 "같이 만나서 논의한 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원 전 장관은 "그에 대한 추진사항은 장관이 모두 보고받게 돼있는데 3기 신도시와 철도에 대해서는 국토부 장관이나 LH 사장이 유동수 의원이든 이재명 후보든 (그 누구와도) 협의한 바 없다"고 말해 토론이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이 대표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원 전 장관이 '계산역과 임학역 일대를 재정비 촉진 지구로 지정해 국비 100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관련해 "정부 예산이 없어서 지금 알앤디(R&D) 예산을 삭감하고 지금 서민 지원 예산도 다 삭감하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와서 계양 지역의 특정 지역 개발에 1000억(원)씩 이렇게 지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원 전 장관은 "도로라든지 주차장이라든지 이런 특별회계들을 갖고 와서 국비는 1000억 원까지 그리고 지방 매칭으로는 300억(원)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가져와서 주민들 자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그동안 10년 전에 무산되었던 재개발 재건축을 통합적으로 역세권 개발을 하겠다라는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에 대해서 거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지난번 국회의원 당선되실 때 탄약고 이전도 약속하셨고 김포공항 이전도 약속을 하셨다"며 "그 두 가지를 위해서 무얼 하셨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뭐 지난 2년 동안도 결국 하신 게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 계양을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그 지구나 아파트 이름 또는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알고 계시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제가 구체적인 아파트 이름, 이런 것들을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어서 그건 우리 실무관들한테 좀 물어보도록 하겠다"며 "제가 이름은 못 외웠지만 해당 지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해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1야당 당대표로 여러 가지 업무들이 많이 겹쳐 있기는 하지만 우리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놓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OBS

장외 설전 계속 "원희룡 조급함만 남아" vs "계양에 대한 낮은 이해도 자백"

두 사람은 한 시간여의 토론이 끝난 뒤에서 장외 신경전을 이어갔다. 각 후보 선거 캠프는 토론이 끝난 뒤 입장문을 내 상대 측의 토론 내용과 태도를 비판했다. 이 대표 측은 "원희룡 후보의 조급함만 남은 토론이었다"며 "원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와 말 끊기, 억지주장으로 유권자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정책 토론을 유린했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명백히 허위사실을 유포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이 이 대표에게 국토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한 부분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토론회 녹화가 끝나자마자 방송이 되기도 전에 보도유예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며 사실을 왜곡한 것은 원 후보의 무리수였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 측 선거 캠프에서도 입장문을 내고 "왜 이재명 후보가 일방적으로 '비공개'와 '엠바고'를 주장했는지 알만한 토론회였다"고 받아쳤다. 원 전 장관 측은 "2년 지난 지금도 계양에 이해도도 낮은 이재명 후보가 그동안 한것이 없고 말로만 공약했다고 자백한 토론회였다"며 "재개발 재건축을 고민한다면서 어느 아파트에 할 것인지도 모르는 모습은 지역주민들이 확실하게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아무 공약을 내던진 것에 대해서는 토론 내내 보는 사람을 민망하게 했다"며 "무엇을 했는지를 수 차례 물어도 원론적인 말로만 시간을 때우는 것에 대해 한 마디로 '계양에 성의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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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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