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의사 눈치 살피고 마음 졸이면 제대로 된 나라냐"

"의사면허를 위협 수단으로…본분 못지킨 의사 안타깝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의료개혁은 국민을 위한 우리의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 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이어 집단 사직을 결의한 의대 교수들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급격한 고령화 추이를 고려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재확인하며 "고령화가 의료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 미국, 프랑스, 일본 사례를 열거하며 "세계 각국은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지속적으로 늘려온 반면, 우리나라는 27년간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오히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51명이나 감축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00년 의약분업으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게 되면서, 병원 이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면서 "약을 타기 위한 의료 수요도 증가하다 보니, 의사 수가 정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에 최근 미용 성형 의료로 의사가 매년 600~700명 가까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실제 보건의료 분야에는 1000명 가까이 필수 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줄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보건의료라고 보기 어려운 미용 성형 시장이 커지면서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마저 빠져나가는 현상이 심화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가 붕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적"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보건인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간호사 평균 소득의 약 5배로, 의료인 간 소득격차도 OECD 최고 수준"이라며 보건인력 내 소득 격차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비급여에 집중하는 의사와 필수 중증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 사이에 보상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의사가 늘고 정상화되면 이러한 불균형도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의료의 수준이나 서비스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법조계와 같은 다른 전문 분야를 보더라도, 전문가가 늘어나면 시장이 더 커지고, 산업 전체의 규모와 역량이 더 커졌다"고 법률시장과 비교하기도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 제안에 대해서도 "약 27년 간 의대 정원이 감축된 상태로 유지가 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 의료수요 증가 속도에 비추어 절박한 우리 의료 현실 상황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사 수는 11만 2000명으로, 인구 대비 해서 OECD 평균에 비해 무려 8만 명이 부족하다"며 "의대 입학 정원의 증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나중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증원이 필요해질 뿐만 아니라, 매년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의료대란과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매년 국민들이 의사들 눈치를 살피면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도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대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국민들께서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단계적 접근이나 증원 연기로는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지역과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의료개혁을 결코 추진할 수 없다"고 했다.

'강 대 강'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대화로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협력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 의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며 "오는 4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대표, 전문가들과 함께 의료개혁 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들도 참여해서, 투쟁이 아닌 논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함께 만들어가길 당부한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의사단체와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개혁 방안을 무려 28차례나 논의했다"면서도 "정부는 의사협회와 전공의단체에 의사 증원의 적정 규모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금년 1월 공문까지 보냈지만 의사단체들은 의견은 제출하지 않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해 왔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증가분 2000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 의료를 강화할 것"이라며 "지역별 인구, 의료 수요, 필수 의료 확충 필요성, 대학별 교육여건 등을 감안하여 증원된 정원을 권역별로 배정하고, 다시 권역 내에서 의대별로 나눠 입학 정원을 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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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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