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책금리 완화→긴축으로 대대적인 전환 코앞

전환 마지막 퍼즐인 임금 인상 폭 더 커질 것 확실…3월 일은 완화정책 폐기하나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종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큰 폭의 임금인상 필요성이 일본 사회 내에서 점차 뚜렷이 받아들여지면서 이 같은 변화가 궁극적으로 완화에서 긴축으로의 대대적인 변화 촉매로 작용할 조짐이 보인다.

초장기간 이어진 일본의 완화 정책에 중요한 변곡점이 다가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은행(BOJ, 이하 일은)의 국채 매입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는 19일 일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지난 7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우에카 가즈오 일은 총재는 현재 "일은의 2% 물가 목표 달성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목표 달성이 가시화한다면 대규모 완화정책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또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포기할 경우) 정책 금리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는 그 시점의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도 전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완화 정책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우에다 총재는 다만 일은이 정책 기조를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하더라도 "불연속성이 없도록 하겠다"며 "설사 수익률 곡선통제(YCC) 정책을 종료하더라도 국채 매입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은은 지난 2016년 이후 단기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하고 장기 금리는 허용 변동폭 안에서 인위적으로 조정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수익률 곡선통제(YCC) 정책을 줄곧 유지해 왔다.

다만 작년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은은 YCC 변동폭 목표를 종전 '제로 플러스 마이너스 0.5%'에서 1.0%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당시도 일은의 완화 정책 전략 수정의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일은이 지난 2007년 3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점차 힘을 받고 있다.

시장 상황은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지난 7일 기준 달러화 대비 1% 이상 올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저녁 6시 51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8.07엔을 기록해 약 1개월 만에 처음으로 148엔대로 하락했다.

춘투를 앞두고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85%로 요구했다. 이는 최근 30년래 최대 인상폭이다.

렌고에 앞서 소매업과 요식업 종사자 180만여 명으로 구성된 노조 UA 젠센은 올해 임금협상 초기 결과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 6.7%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5.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본 기업으로서도 더는 임금 인상폭을 최소화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날(8일) 총무성이 발표한 1월 가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28만9467엔을 기록해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하고 전년 동월 대비 6.3% 감소했다.

이로써 일본 가계의 소비지출은 11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물가 급등을 임금이 따라잡지 못해 가계가 계속해서 소비를 줄이는 형국이다.

결국 전격적인 일본의 임금 인상 움직임은 일본이 수십년 만에 맞은 인플레 국면에 따라 금융 완화 정책의 종말점이 다가옴을 암시하는 핵심 지표다.

임금 인상은 일본이 초장기간 디플레 국면을 겪은 후 안정적인 인플레 국가로 다시 변화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최후의 장벽으로 여겨져 왔다.

워낙 장기간 임금이 억눌린 만큼, 지금의 물가 상승세보다 빠른 속도로 임금을 올려야만 일본 가계 소비가 내수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사회 전체가 받아들이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로 풀이된다.

임금이 올라 소비가 촉진되면 안정적인 인플레 국면이 마련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일은이 정책금리를 올릴 길을 열어주는 선순환 구조로 연결될 수 있다.

관련해 주요 외신은 일본의 정책 당국자들이 점차 완화 정책 종말을 더 자신있게 시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키우치 다카히데 노무라 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달 (일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완화 정책의) 전환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처럼 물가와 임금이 오르는 타이밍을 일은이 이번에 놓칠 경우 정책 재검토 기회를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나카가와 준코 일은 위원도 지난 7일 시마네현 금융경제간담회에서 "임금에 대한 기업의 방침에 분명한 변화(임금 인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현 추세에 발맞춰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임금 인상 대열에 들어설 것을 더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음 주 중 재계 지도자, 노조 지도자들과 만나 임금 인상안을 이어갈 방안을 최종 논의할 예정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달 29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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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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