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와 성희롱에 시달리는 여성 대리기사에게 장미꽃을…"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④ 여성 대리기사에게

"상시적인 야간근무에다가 여성이라는 힘듦이 있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고혜진 씨에게 장미꽃을 전합니다."

부산에서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고혜진 씨에게 장미를 보내고 싶다는 신청이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을 통해 접수됐다. 신청자는 역시 부산에서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철곤 카부기상호공제회(카 드라이버 부산·울산·경남 대리운전기사 상호공제회) 공동대표.

김 공동대표는 지난 달 2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고 씨 부부가 같이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매일 밤 딸 두 명(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집에 둔 채 나와 대리운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당당하게 또 굉장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고 씨는 카부기공제회에서 총무를 맡는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다른 대리기사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카부기상호공제회에는 노회찬재단 장미 나눔 캠페인의 주인공이 된 고혜진 씨와 같은 여성 대리기사 5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8 여성의 날 부산 서면 NC 백화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 모습. ⓒ김철곤

아내 '경호'하던 남편도 대리기사 됐다

고 씨는 남편과 함께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다. '부부 대리기사' 이야기’는 지난 2월 KBS창원 지역국의 한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아내가 대리기사 일을 시작하자 걱정이 된 남편은 아내가 대리운전하는 차를 따라다니며 '경호원'을 자처했고, 한 이틀 남편의 '경호'를 받던 아내가 남편에게 "돈 벌러 나왔더니 (기름값 등) 돈 쓰고 다니면 어떻게 하느냐. 걱정되면 같이 하자"고 권유해 남편도 대리기사가 됐다.

그렇게 고 씨 부부는 부부 대리기사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응원하며 3년 6개월째 대리기사 일하고 있다.

여성 대리기사 위한 '보디캠'과 '화장실 앱'

야간에 취객을 주로 상대하는 대리기사의 특성상, 여성 대리기사들은 특히 안전에 취약하다. 김 공동대표는 "옛날보다는 일하는 환경이 좋아졌지만, 여성 대리기사에 대한 성차별이나 성희롱이 왕왕 발생한다"고 했다.

이에 카부기공제회는 노회찬재단의 도움을 받아 여성 대리기사 전용 보디캠을 마련, 보디캠으로 찍은 다큐멘터리 <밤의 유령>을 제작했다. 약 1시간 분량의 다큐는 오는 8일 여성의 날 공개 상영을 앞두고 있다. 추후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밤의 유령>은 '깜박깜박' 하는 방향지시등 소리와 함께 잔잔한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밤의 유령, 대리운전 기사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이 말했듯이 존재하되 그 존재를 평소에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의 작업장은 밤의 거리입니다."(다큐멘터리 <밤의 유령> 중)

여성 대리기사의 고충은 성희롱뿐만이 아니다. 근무 중 화장실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 중에는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해 일을 포기한 채 귀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부기공제회는 심야 개방 화장실 애플리케이션, '한밤의해우소'를 직접 만들었다. '한밤의해우소' 앱은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심야 개방 화장실 정보를 알려준다. 물론 '한밤의해우소'는 남성 대리기사들에게도 유용하다.

김 공동대표는 "대리기사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힘든 일이 생겨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고독사(孤獨死)하는 사람도 있다"며 "보다 많은 대리기사가 카부기공동체와 함께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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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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