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하마스 요구는 망상"…가자 휴전 다시 표류

블링컨 "합의 여지" 협상 불씨 되살리려 애써…미군 사망 보복으로 바그다드서 친이란 무장 세력 사령관 제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쪽 휴전 제안을 "망상"으로 일축하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지만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여지"가 남아 있다며 협상 불씨를 되살리려 애썼다. 미국은 요르단 내 미군 사망 보복으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번화가에서 친이란 무장 세력을 표적 공습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7일(이하 현지시각)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과 회담 뒤 예루살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망상적 요구에 항복하는 것은 인질 해방을 가져올 수 없을 뿐 아니라 추가 학살과 이스라엘 시민 중 누구도 원하지 않는 재앙을 이스라엘에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질 석방을 위해서는 군사적 압력 지속이 필요하다"며 "완전한 승리 외엔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하마스가 가자에서 생존한다면 다음 학살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하마스가 넘긴 휴전 협상에 대한 답변에 대해 중재국 카타르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과는 상반된 견해다.

<로이터> 통신이 확인한 하마스 휴전 제안 초안과 <뉴욕타임스>(NYT) 및 <워싱턴포스트>(WP)가 레바논 언론에 유출된 해당 제안을 확인한 바를 종합하면 하마스는 45일씩 3단계로, 총 135일 휴전을 제안했다.

첫 45일 동안 이스라엘 감옥에서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 50살 이상의 고령자 남성, 병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하마스는 여성 군인을 제외하고 동일 범주의 모든 인질을 석방한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남성 수감자 중 1500명을 추가로 석방해야 하며 이 중 종신형 등 장기형을 받은 500명은 하마스가 직접 선택한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작전, 공중 정찰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고 인구 밀집 지역에서 멀리 떨어지 곳으로 군을 재배치 해야 한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전쟁 이전 수준인 일일 구호 트럭 500대 이상으로 늘리고 난민 귀환을 허용해야 하며 병원, 주택 등의 재건도 시작돼야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 남성 및 군인 인질을 석방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추가로 석방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밖으로 철수한다. 포괄적 재건이 시작되고 가자지구 봉쇄도 끝나야 한다. 이 단계에서 "완전한 평온"을 목표로 양쪽의 군사 작전 종료 논의가 완료돼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선 양쪽이 주검을 교환한다.

<뉴욕타임스>는 하마스 제안과 네타냐후 총리 답변에서 드러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주요 대립 지점은 휴전 기간이라고 짚었다. 하마스는 단계적 휴전을 통해 영구 휴전을 달성하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완전한 승리"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고위 정보 장교 출신인 마이클 밀슈타인은 <뉴욕타임스>에 하마스 제안은 가자지구에 하마스의 영향력을 남겨둔 상태로 전쟁을 끝내게 하는 것이지만 이스라엘이 현재 가자지구에서 교착 상태를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최상의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의 정책 아래 이스라엘은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지도 못하고 하마스 궤멸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도달한 이상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끝내는 것보다 거래를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제안에 대해 논의한 블링컨 장관은 협상 타결 희망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는 7일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휴전 제안을 "망상적"이라고 표현한 것 관련 질문을 받고 "하마스 답변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언급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답변에서 합의를 계속 추구할 수 있는 여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달 말 요르단 내 미군 3명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배후로 지목된 이라크 친이란 무장 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 지도자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제거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을 내 7일 오후 9시 30분께 미군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라크에서 표적 공습을 벌여 역내 미군 공격을 직접적으로 계획하고 참여한 카타이브 헤즈볼라 사령관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부수적 피해나 민간인 사상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2일 이라크와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관련 시설 85곳을 보복 공습 뒤 추가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요르단 내 미군 기지가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미군이 숨졌다.

미 CNN 방송은 미 당국자 3명을 인용, 미국은 이번 공습에서 카타이브 헤즈볼라 지도부 위삼 모하메드 세이버 알사에디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성명을 내 알사에디가 미 점령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며 애도했다.

바드다드 동부 마슈탈 지역 번화가 도로에서 일어난 이번 공습은 이라크 내 반미 정서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혼잡한 도로에서 무인기에 의한 정밀 공습으로 차량 한 대가 불타올랐고 카타이브 헤즈볼라 지도자와 경호원 2명이 모두 숨졌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현장에서 군중들이 "미국이 가장 큰 악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달 초에도 바그다드에서 무인기 공격으로 친이란 무장 조직 하라카트 알누자바 지도자를 제거했다. 이로 인해 이슬람국가(IS) 잔당 퇴치를 위해 이라크에 주둔 중인 2500명 미군에 대한 철수 여론이 거세졌다.

이라크 관영 <INA> 통신에 따르면 타흐신 알하파지 이라크 합동작전사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이 "명백한 침략이자 이라크 주권 침해"라며 "미국 쪽과 연합군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뉴욕타임스>는 국가 안보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세력의 능력을 진정으로 약화시키려면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격퇴를 위해 벌인 것과 비슷한 수년간의 작전이 수행돼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친이란 무장 세력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168회 넘는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 확전 및 중동 혼란 방지, 이란과의 직접 대결을 피하기 위해 미국은 보복 수위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각)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군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불탄 차량 인근에 민방위 대원과 주민들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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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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