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미군 사망 추가 보복할 것"…후티 공습으로 중동 불안 증폭

미 안보보좌관 "이란 직접 반격 땐 강력 보복"…전문가 "미, 수일 전 공격 예고로 이란 등 피난 시간 제공하며 확전 경계"

요르단 내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으로 이틀 전 시리아와 이라크 내 이란혁명수비대(IRGC) 및 연계 단체 시설을 폭격한 미국이 4일(이하 현지시각)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CNN 방송에 "대통령이 (보복 공격) 명령을 내리고 지휘했을 때 이는 우리 대응의 시작이고 더 많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며 "우리는 추가 행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 CBS 방송에도 "일부는 보이고 일부는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더 많은 조치가 있을 것"이며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필요시 이란 혁명수비대 및 연계 인력과 시설에 대한 추가 조치를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국가 안보 최고위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추가 보복 지시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다만 보복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NBC 인터뷰에서 이란 내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군사 작전 측면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제하고 배제하지 않고 있는지는 다루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관련해 NBC는 설리번 보좌관이 이란 내부 공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고 짚었다. 설리번 보좌관은 같은 날 미 ABC 방송 인터뷰에선 이란이 "미국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길 선택한다면 우리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7일 밤 요르단 내 미군 기지 '타워 22'에 대한 친이란 무장 세력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40명 이상이 다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보복을 천명하고 2일 시리아와 이라크 내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및 연계된 무장 세력 시설을 공습했다. CNN은 4일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해당 공격으로 미국이 85개 목표물 중 84개 목표물을 파괴하거나 손상시켰으며 이란혁명수비대원이 작전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보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4일 CBS 인터뷰에서 해당 공격에서 쿠드스군이 인적 피해를 입었냐는 질문을 받고 피해 규모를 "평가 중"이라고만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공습으로 최소 16명이 사망했다는 이라크 정부 발표와 시리아에서 23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한 시리아 내전 상황을 감시하는 영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둘라흐만 소장 발언을 종합해 사망자 수가 거의 4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주말 미국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도 이어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3일 오후 11시30분께 영국군과 함께 예멘 내부 후티 반군 통제 지역의 13개 지역 36개 목표물을 타격했다. 미군은 이어 4일 오전에도 예멘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서 홍해를 향해 발사 준비가 돼 있는 대함 순항미사일 등을 공습했다.

이날 <로이터>는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아 사레아가 미·영의 공동 공습을 두고 "대응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또 다른 대변인 모하메드 압둘살람이 어떤 공격도 가자지구를 지원하기로 한 예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상선 공격을 계속할 뜻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목으로 상선을 공격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로인 수에즈 운하 이용을 사실상 막으며 세계 공급망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중동에서 레바논, 예멘, 이라크, 시리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세력들과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제한적 충돌이 이어지며 가자지구 전쟁의 역내 확산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요르단에서 미군 사망 뒤 미국이 친이란 세력을 배후로 지목하며 이란과 미국의 직접 대결 우려까지 커졌다.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미군 사망에 대한 단호한 보복과 동시에 이 지역의 혼란을 키우지 않는 수준에서의 보복 공격 수준을 판단해야 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미 조지타운대 교수인 대니얼 바이먼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이란은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이번 보복 공격을 수일 전부터 예고해 "이란과 주요 단체 지도부가 인력을 재배치하고 피난처를 찾을 수 있도록 해 사상자를 제한했다"는 데 주목해 양쪽 모두 여전히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고 봤다. 바이먼 교수는 "이란 정부는 자국군이 미국과의 직접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국이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배후로 지목한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 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아마도 이란의 승인 아래 미군 공격 중단을 선언한 점도 언급했다.

바이먼 교수는 "결국 미국의 공습은 역내 정세를 크게 움직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공격하는 목표물의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며칠간 지속된다 해도 이란의 셈법을 바꿀 만큼 이란에 큰 고통을 안기지 못할 것이며 이란이 보복을 강화할 정치적 필요를 창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이란 정부와 일부 대리인은 향후 공격에 더 신중할 수 있지만 대결 지속을 통해 정치적, 전략적 이점을 얻을 수 있는 한 공격을 완전히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스라엘 극우 장관 "바이든, 우리 전폭 지원 안 해…트럼프는 달랐을 것"

중동 정세가 격랑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4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7일 주로 민간인인 1200명을 죽이고 240명 가량을 납치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뒤 5번째 중동 순방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8일까지 이어지는 일정에서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카타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방문해 인질 협상,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지원 증가, 확전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에 찬물을 끼얹듯 4일 정부 회의 전 발언에서 "우리는 전쟁 발발 뒤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모든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국가의 존립과 미래를 위해 싸우는 주권 국가로서 우리는 미국 우방과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질 석방 협상에 관련해서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모든 거래에 동의하진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 중인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를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에 더해 4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및 하마스가 완전히 패배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는 조건의 인질 협상엔 반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바이든은 우리에게 전폭적 지원을 하는 대신 하마스에게 가게 되는 (가자지구로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연료를 지원하는 데 바쁘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했다면 미국의 행동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바이든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현금 지급을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의 자발적 전세계 이주를 장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벤그비르 장관은 극우와의 연정으로 겨우 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연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며 압박을 이어 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인용해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2만7365명이 죽고 6만6630명이 다쳤다. 지난 1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난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로 갈 것이라고 선언하며 민간인 피해가 극심해질 것이 우려된다. 가자지구 북부를 포위하며 지상전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 남부 칸유니스까지 밀고 내려오며 주민들을 라파에 몰아 넣은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줄리엣 투마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대변인이 라파 인구가 10월7일 이전의 5배인 14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인구 230만 명 중 170만 명이 난민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비행기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뒤 5번째 중동 지역 방문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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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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