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통합형비례정당'을 명분 삼아 비례대표 선거용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 중인 가운데, 시민사회 인사들은 특정 정당이 주도하거나 비례후보를 독점하지 않는 수평적 연합정당 형태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이들은 진보정당에도 '통합형비례정당' 적극 동참을 주문했는데, 진보정당 중 최대 의석을 가진 녹색정의당은 찬반 입장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에 소속된 인사들이 참여한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의 성립을 위한 4가지 실천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 정책연합, 지역구 연합, 비례대표 추천 연합 통합 추진 △ 민주·개혁·진보정당과 시민사회가 모여 선거연합 공식화 절차 추진 △ 특정 정당 비례후보 추천 50% 제한 및 정당 추천 비례후보에 대한 정당·시민사회의 공정한 검증 절차 마련 △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진보·개혁 정당의 선거연합 적극 동참 등이다.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이어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진보개혁 제 정당 대표와의 면담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또한 민주·개혁·진보 선거대연합 공동 비전과 정책과제에 관한 토론회를 공동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연합정치시민회의 측은 이날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물론 녹색정의당 등 다른 정당과도 선거대연합 관련 논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 단체 운영위원인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특정 정당 비례후보 추천 50% 제한을 민주당 지도부에도 전달했나'라는 질문에 "공식적, 비공식적 의사소통이 없었다면 저희도 그렇게 이야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석운 연합정치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도 "민주당이 사실상 심적 결단을 이미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녹색정의당에 구체적 제안을 한 것으로 아는데 진보정당 중 합류 의사를 밝힌 곳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이번 총선을 어떻게 맞을지는 당들 간에 비공식적, 공식적 논의가 밑으로 많이 이뤄졌고, 시민회의 발족 이전부터 비공식 논의를 했고 계속 해오고 있다"고만 답했다. 이날 시민회의가 거론한 세력 중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의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의당과 녹색당이 선거연합을 이루며 출범한 녹색정의당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의당 출신인 김준우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지난 5일 이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비례위성정당 창당 결정에 대해 "녹색정의당의 입장으로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긴다"며 "(이 대표가 말한) '통합형비례정당' 내지 '준위성정당'이 기존의 위성정당과는 어떻게 다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어떻게 온전히 살릴 것인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며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입장을 남겼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도 별도 입장문에서 "'통합형비례정당'은 이 대표 스스로가 인정했듯이 준위성정당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촛불연대의 완전한 복원을 바라는 국민의 손을 완전히 맞잡지는 못했다. 아쉽다"면서도 "이재명 대표가 병립형 퇴행의 동반자가 되길 원하는 국민의힘의 손을 뿌리친 것은 참 다행"이라고 했다.
심 전 대표는 "이 대표의 결정은 결국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어떻게 살려나갈지를 기준으로 국민들이 평가하실 것"이라며 "의석수 셈법을 넘어 더 근본적인 선거제도·개헌 등 정치개혁의 의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저와 정의당이 지난 4년간 다당제 국회의 교두보를 놓기 위해 겪어낸 아픔이 제대로 된 국민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당의 논의가 책임있게 진행되기 바란다"고 당 지도부에 당부했다.
반면 녹색당 출신인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이 대표는 여당의 위성정당 ‘칼’에 맞서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것이므로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했다. 여당의 위성정당은 ‘칼’이고 야당의 위성정당은 ‘방패’라는 주장은 억지"라며 "그것은 둘 다 ‘칼’일 뿐이다. 위성정당 방지법이 없는 준연동형일 때, 민주당의 진정한 '방패'는 국민의힘이 비례위성정당의 난동을 부린다 하더라도 민주당은 절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이 이날 시민회의의 제안에 온전히 동의할지도 불투명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광주에서 "정권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시민회의와 비슷한 주장을 펴면서도 "민주당이 범야권, 진보개혁 진영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진 맏형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크게 질 수밖에 없고 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도 당연히 가져야 한다"며 민주당의 주도권도 강조했다. 이른바 '맏형론'이다.
한편 시민회의 측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책임을 주로 여당에 돌리며, 자신들이 제안한 '선거대연합'과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비례위성정당은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비례위성정당 자체가 제도 해킹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 위원은 "시민사회는 연동형 비례제 강화를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그렇게 안 된 책임은 정치권에 있고 가장 주된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선거법 개혁에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것도 많은 유감이다. 하지만 현 선거제에서 연합정치를 실현하는 가장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뭔지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황순식 시민회의 운영위원은 "이후에 더 이상 제도 해킹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선거제 개혁을 진전시키는 것도 정당 간 정치 연합의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위성정당은 하나의 행성이 일방적으로 위성을 제어하는 것이라면, 저희가 생각하는 당은 큰 당과 작은 당이 호혜적으로 서로 영향을 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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