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PM2.5위기, 저탄소 에너지전환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

[초록發光] 화석 연료 의존으로는 문제 해결 못해

오늘도 방콕의 하늘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다. 팬데믹이 진정된 후론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마스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이 많은 마스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던 날들이 무색해져 버렸다.

방콕의 하늘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가 되면 잿빛으로 변한다. 봄철 우리나라 상황과 다르지 않게 'PM2.5(입자의 크기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하라는 적색경보가 소셜 미디어에 넘쳐난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작년에는 진공청소기가 달린 거대한 코 조형물까지 등장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끊임없이 흡입하고 있는 모습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미세먼지로 더욱 악명 높은 치앙마이의 경우 태국 북부와 미얀마, 라오스 산간 지역에 있는 옥수수 단일재배 농업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태국의 재벌이자 세계 최대 사료 생산업체인 CP(Charoen Pokphand, 짜런 폭판) 그룹에 공급되는 옥수수는 3~4월에 수확하는데, 수확 후 다음 경작을 준비하기 위해 땅을 태우면서 대기질이 악화하는 것이다. 분지 지형, 건기, 노후화된 차량의 매연과 같은 다른 요인들도 영향을 미친다.

▲2024년 1월 중순 방콕 시내 전경. 미세먼지로 인해 건물들의 윤곽만 보인다. 작년 10월 우기 때(오른쪽)와 비교하면 건기 방콕의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유예지

방콕을 뒤덮고 있는 이 대기오염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치앙마이와 달리 방콕의 대기오염 문제는 전력 및 산업 부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월 18일 태국 메콩에너지생태네트워크(MEE Net), 그린피스(Greenpeace Thailand), 생태복원재단(EARTH), 환경법률재단(EnLaw)이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인근 발전소와 산업단지가 방콕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방콕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 현장의 먼지, 직접 연소 등으로 PM2.5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주요 배출원은 발전소, 정유소, 그리고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라는 것이었다.

우선 태국 수도권에는 두 개의 복합화력발전소와 정유소가 운영되고 있다. 1498메가와트(MW) (1·2호기) 규모의 방콕 북부발전소는 태국 내 최초의 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이며, 사뭇 쁘라깐에 위치한 1930메가와트 (3·4호기) 규모의 방콕 남부발전소는 배터리 공장, 자동차 조립 공장, 사료 가공 공장 등 방콕 남부의 중공업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두 발전소 모두 태국전력청(EGAT)에서 운영하고 있다. 방콕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방짝 정유공장(Bangchak Oil Refinery)도 있다. 하루 12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90만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이곳은 2011년과 2012년에 두 차례의 대형화재가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세미나에서 강조된 점은 방콕 북부/남부 발전소와 방짝 정유공장을 선으로 이으면 방콕 도심을 둘러싸는 형태가 되는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산화질소의 농도가 상당히 높게 관측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태국의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국제기준보다 현저히 낮아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이미 상당량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복합화력발전소 이산화질소 배출 기준은 120ppm으로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25ppm보다 거의 5배나 높다. 미세먼지의 경우도 60mg/m3로 굉장히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방콕 북부발전소는 환경영향평가 자료를 근거로 법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더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발전소는 1호기의 경우 이산화질소 96ppm, 미세먼지 54mg/m3, 2호기의 경우 이산화질소 70ppm, 미세먼지 20mg/m3로 기준치보다 적게 배출하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이는 국제적으로 권장되는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이다(MEE Net 발표자료).

설상가상으로 태국의 2018 전력수급계획(PDP 2018 revision 1, 2018-2037)에는 태국 북부 및 남부발전소의 설비용량을 늘리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각각 1400MW, 2100MW의 용량이 추가되어 현재 방콕의 대기오염 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되었다.

▲방콕 북부/남부 발전소와 방짝 정유공장의 위치(왼쪽)와 위성으로 촬영된 방콕 및 태국 중부지역의 이산화질소 배출농도(출처: MEE Net, Greenpeace Thailand).

결국 방콕의 대기오염 문제는 화석연료 에너지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PM2.5 배출을 통제하는 데만 집중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물론 발전소와 정유공장,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재 지나치게 높은 배출 기준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해 방콕시 당국은 방콕 도심 교통 개선, 건설 현장 관리, 인근 지역에서의 야외 소각 금지 등의 조치가 포함된 실행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히며 '방콕 PM2.5 문제해결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그러나 태국의 환경단체들이 강조하고 있듯이, 저탄소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화석연료 사용을 계속 확대한다면 방콕의 대기오염을 해결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태국 정부가 산업 및 경제 발전 기회에만 초점을 맞춰 발전소 건설을 계속한다면 그 비용과 영향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방콕, 치앙마이 및 기타 태국 지역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성장 중심의 국가개발계획과 화석연료 에너지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