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나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SNS 메시지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정부 공세를 제기했다.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회담 1시간 전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생각지도 못한 트위터(트루스소셜)를 하셔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트위터를 날린 배경이 뭐였나"라고 김민석 총리에게 질의했다.
김 총리가 "이미 본인이 '미스언더스탠딩(오해)'라고 표현했다"고 넘어가려 하자, 김 의원은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실수를 할 수 있겠나. 뭔가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총리는 이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다양한 기회에 다양한 상대를 접할 때 굉장히 의외성 있는 발언이나 글 같은 것을 남긴 경우가 많다. 본인에게 직접 질문하지 않는 한 여기서 굳이 해석하는 것은 큰 의미는 없지 않나 싶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우리 국내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아니면 한국 정부의 정책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던져주는 것은 아닐까"라고 했다.
그러자 김 총리는 "오히려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설명을 통해서 그렇게 쉽게 교정되는 것을 보면, 쉽게 교정될 수 있는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혹시 잘못 전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볼 수는 있겠다"고 응수했다.
김 의원은 또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칭찬 세례를 하며 분위기를 완화시킨 것을 두고도 "원래 이재명 대통령께서 이렇게 남들한테 막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성품을 갖고 계신가, 아니면 아주 이례적으로 상황·대상에 따라서 대화하시는 분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김 총리는 "같이 만나서 대화를 한번 해 보시라"며 "임기응변이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국익을 놓고 오랫동안 연구를 한 것이고 개인적 성품은 비교적 친화력이 있는 분으로 대부분 본다"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미 CSIS 연구소 강연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이 과거처럼 이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안미경중'이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아니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야당의 비아냥이 나왔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정책) 브랜드가 '셰셰' 아니냐. 실용적 외교를 주장하면서 중국에 대해서 상당한 생각을 갖고 계신 분으로 여겼었는데 이번 대담을 보니까 '안미경중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예전과는 달리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이번 정상회담 등을 보면서 이 대통령이 '배신을 잘하는 사람', '시시때때로 말이 바뀌는 사람'(이라고) 일부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말을 너무 자주 바꾼다', '거짓말을 잘한다' 이런 식의 평가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서도 정말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이 대통령에 대해 미국이 의전 홀대를 했다며 "이 대통령이 앤드류스 공항 도착 시에 미국 측은 당연히 국무부 의전장을 내보냈어야 했는데 부의전장만 배치했다", "묵는 장소도 보통 블레어하우스(백악관 영빈관)인데 수리 중이라고 호텔에 투숙했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가 "정상이 외국을 방문할 때 방문하는 형식에 따라서 공식 국빈방문부터 실무방문 등 각각의 방식에 맞는 의전이 있다"며 "(양국 간) 의사 교환은 다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지만, 조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도 똑같이 호텔에 투숙했다. 유독 대한민국 좌파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할 때마다 블레어하우스가 수리중이라는 게 단순히 우연이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총리는 "글쎄,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위대한 대통령'이라고까지 표현한 것을 온 국민이 보셨다"며 "특정 성향의 대통령이라고 해서 호텔을 특별하게 배정할 생각을 할 만한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도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숙청 또는 혁명' SNS 글을 놓고 "총리는 이게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김 총리가 "정상회담이 이미 진행돼서 회담 성과·내용이 다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도착 때의 문제나 숙소 문제나 이미 지나간 '미스언더스탠딩(오해)'이라고 하는 내용을 질문하시는 것은…"이라고 난색을 표하자, 조 의원은 "아니다. 원문을 제대로 봤는데 '미스언더스탠딩'은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숙청)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중진 정치인들도 트럼프 대통령 SNS 글을 보고 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트럼프 "오해였다" 밝힌 극우 음모론에…김문수·나경원 "李독재")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세계은행(WB)에서 10여년간 근무했던 조정훈 의원은 "야당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다. 다른 정상들과 했던 그런 대재앙, 불상사가 일어나면 어떡할까 했는데 그런 일이 없어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