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어게인' 말고 '트럼프-김정은' 어게인? 두 정상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과거와 달라진 국제정세…만남 이뤄져도 경주 아닌 판문점에서 회동 수준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하 '에이펙')에 참석할 뜻을 밝히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이 에이펙에 참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기에 양측이 지난 2019년처럼 판문점에서 만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에이펙에 참석하냐는 질문에 "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참석 계기에 김정은 위원장과 재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생각이다. 우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 회담을 주선하겠다.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올해 아니면 내년에 그(김정은 위원장)를 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김정은과 저는 두터운 관계를 가져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취임 후 두 번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대통령이 됐으면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이재명 대통령도 적극적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함께 노력한다면 뭔가 진전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 만남을 언급하면서 실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6년 만에 재개될 수 있을지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 정상은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자유의집에서 만난 이후 직접 대면한 적은 없다.

다만 김 위원장이 에이펙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이른바 '최고존엄'인데 다자회의에, 그것도 비회원국으로 참석하기는 어렵기 떄문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양자 차원의 정상회담 및 외교 활동은 벌였으나 다자 외교 무대에 나선 적은 없다.

또 한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이기 때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북한 입장에서는 에이펙 회의장에서 믿을 만한 동료도 없다. ICC는 지난 2023년 3월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회원국들은 체포 영장이 발부된 이들을 구금할 의무를 가진다.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에이펙 계기 트럼프-김정은 만남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장 객원연구원은 "김정은은 2019년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패한 기억이 있다.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최근 담화에서도 나왔지만 북한은 비핵화를 다루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회담을 하자고 하면 북한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비핵화를 의제로 상정하는 회담이 아니라 트럼프가 한국에 왔으니 판문점에서 한 번 만나보자고 하면, 이 역시 가능성은 50% 아래지만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며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어 하는데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사진찍으면 그걸로 본인은 전쟁을 싫어한다,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홍보할 수 있다"고 말해 단순 회동은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 객원연구원은 "이게 김정은 입장에서도 크게 나쁘지 않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본인은 트럼프와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도 단순 회동을 거부할 이유는 적다고 내다봤다.

그는 "남한을 배제하고 트럼프와 만날 수 있는 곳이 판문점 북측 지역인데, 트럼프는 본인이 상황을 주도해야 하기 때문에 남한이 끼어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길 수 있다"면서 만약 회동이 가능하다면 판문점 북측 지역이나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인 T1,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인 T2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북한에 대해 언급하긴 했으나, 당장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라고 하고 본인이 '페이스메이커'라고 한 것은 우리의 긴장완화 및 대화 여건 조성을 위한 선제적 평화조치들에 미국이 딴지를 걸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준비한 메시지 정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 입장에서는 생각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어 있는 북미 대화니 남북관계니 하는 것을 한미 양국이 3자인 북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북의) 심기가 매우 불편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에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지난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1시간 여의 면담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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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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