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족 "尹 만나 묻고 싶다. 우리가 적인가?"

"한동훈, 유족 10분만 만나달라 호소했는데" … 정부·여당은 유족에 '침묵'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정부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며 "우리가 정말 적인지 묻고싶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피해자 지원 및 추가조사 방안에 대해서도 "특별법 안에 내용이 다 들어 있는 내용"이라며 정부 책임 은폐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31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1년 동안 특별법을 통한 특조위를 구성해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하기 위해 정말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는 진상규명을 하자는 요구가 거부됐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일종의 대안으로 제시한 참사 피해자 지원책에 대해서도 "특별법 거부 시점이 되니 유족들을 위해서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유족들은) 언론을 통해서 처음 들었던 내용"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정부와 여당은 단 한 번도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30일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재가하면서 참사 피해자에 대해 △재판 확정 전 배상금 지급 △생활안정지원금, 의료비, 간병비 확대 △영구 추모공간 정비 등을 내용으로 담은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내용 자체는 (독립적) 특조위만 빼고 특별법에 다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 지원 대책을 어떤 근거로 하겠다는 건지 저는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며 "(특별법을 거부하고 별도로 지원대책을 발표한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는 피해 보상에 초점이 맞춰진 해당 지원대책의 내용이 "여론을 호도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행자가 "정부가 (별도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린다는 내용도 있는 것 같다"고 묻자, 이 위원장은 "우리가 독립적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수도 없이 이야기를 했을 때 뭐라고 했나, 특수본·국정조사로 (참사 진상이) 다 밝혀졌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되물으며 "특별법을 공포를 해주면 당연히 다 될 수 있는 것을 왜 그렇게 특별법을 못하게 거부를 하고, 별도로 똑같은 내용을 정부에서 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지 저는 그걸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본질은 정말 이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자꾸 그 본질을 벗어나서 계속해서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부가 잘못된 정부의 부재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한 것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계속 저희는 든다"고도 했다. 정부는 앞서 특별법 거부의 핵심 이유로 '특별법상 특별조사위원회의 공정성·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유가족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을 향해 "정말 우리가 정말 적인지 정말 물어보고 싶다"며 "왜 우리를 이렇게도 적대시하는지, 우리가 자식을 잃고 아파하는 마음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정말 물어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 위원장을 향해서도 "우리가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단 10분만이라도 우리 만나달라고 특별법이 왜 필요한지 설명을 하겠다고 요청을 했었다"며 "지금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간 오체투지, 삼보일배, 15900배, 삭발투쟁 등을 진행하며 특별법 공포 촉구를 위해 몸을 던져온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전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유족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끝내 배·보상을 운운하며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묵살했다"며 "자신들의 책임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무책임한 행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특히 진상조사 대신 유가족 보상책 강화를 약속한 정부를 겨냥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던가?" 물으며 "어떻게 진상규명의 책임은 외면하면서 돈으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가? 참담함을 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 및 국정조사를 통해 '이미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에 대해서는 "꼬리 자르기로 끝난 경찰 특수본 수사, 거짓증언과 자료미제출 등으로 퇴색된 국회 국정조사에서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소재는 따져 보지도 못했다"며 "대체 무엇이 충분하다는 것인가" 묻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월 국회 본회의 당시 이태원 특별법 표결을 거부, 이후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국민의힘 측은 거부권이 행사된 당일까지도 유족들의 비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족들과의 면담 의사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고 있다, 유족들과 만날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법안 자체가 공정성 조사위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여러 독소조항이 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라며 "공정성이 담보되고 또 전례 없던 독소조항들이 제거된다면 여야 간의 합의 처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후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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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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