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권 행사 수순…재의요구안 국무회의 의결

야당 "정당성 없는 거부권"

정부가 30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특별법은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를 설치해 추가적 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며 "이번 법안에 담긴 특조위는 그 권한과 구성에서부터 이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한 “특조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검경 수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 총리는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우리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방지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며 "이러한 취지에서 여야간 특별법안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 번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안타까운 희생을 예우하고 온전히 추모할 공간을 적극 추진하고,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유가족들이 요구해왔던 영구적인 추모시설을 유가족,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건립할 계획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마친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9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이태원특별법은 특조위원 11명 중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4명씩, 국회의장이 3명을 추천하게 하고 특조위가 불송치됐거나 수사 중지된 사건 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대규모 인명참사 발생한 사건의 진실마저 가로막으려는 것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거부권"이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의 피해지원위원회 구성 계획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유가족 지원방안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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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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