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서천 화재현장 동반 방문으로 갈등을 봉합한 가운데, 한 위원장은 서천 방문 직후부터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한 입장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 현장간담회 직후 기자들이 '대통령 영부인과 관련해 국민들의 우려가 많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우려를 어떻게 푸실 건가' 묻자 "지난번에 했던 말을 그대로 한다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한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대면 이후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한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을 듣고는 "제 생각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명품가방 수수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영부인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다소 구체적인 질문에도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건에 대해선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만 했다. 전날엔 서천에서 복귀한 직후 서울역에서도 이른바 '김건희 명품백' 논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역시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서천 방문으로 한·윤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다는 평이 나오면서 양자 갈등의 진원인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한 위원장의 입장변화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 위원장은 용산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과 관련 "국민들이 걱정하실 만한 부분이 있다"고 발언하거나, 당내 사과요구 목소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옹호했던 본인의 지난 행보와는 대비되는 모양새다.
반면 이날 한 위원장은 '서천 화재현장을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 간 갈등 봉합을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장소로 활용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재난 이외) 다른 얘기를 한 건 없지 않나"라며 "전 여당 대표로서 재난의 현장을 갔던 것"이라고 적극적인 반박 입장을 보였다.
그는 "(동반 방문을) 계획한 건 아니다. 대통령도 오시고 저도 가는데 그럼 따로따로 가야 맞는 것이냐"라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책임 있는 지원책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재난현장을 둘러보는 게 잘못된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당일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서천시장 상인들 중 일부도 '재난현장을 정치쇼에 이용했다'는 취지로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있지만, 한 위원장은 "(상인들이) 다 그러시는 거 같진 않다"며 "충분한 지원책을 약속드렸고 바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서천행을 자평했다.
한편 이날 대학가를 찾아 총선대비 청년표심 공략에 나선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운동권 세력들은 저에게 '운동권 정치인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 분들한테 죄송한 마음이 전혀 없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에겐 그런 죄송한 마음이 실제로 매우 크다"며 본인이 강조해온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 의제를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도 민주당이 발표한 도덕성 평가 기준을 겨냥 "정확히 이재명 대표만 걸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만든 것 같다"며 "(이 대표는) 재판을 계속 받고 있고 수사를 받으시는 데다 전과도 여러 개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 (민주당의) 5대 기준엔 하나도 걸리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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