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상식', 이재명에 최후통첩 "대표직 사퇴-통합 비대위 구성하라"

"'이낙연 신당' 막기 위해서라도 당 변화시켜야…충정에서 마지막 호소"

더불어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모임 '원칙과상식'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2선 후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당 대표 자진 사퇴 등 자발적 쇄신에 나서자, 이를 계기로 민주당 지도부에도 백의종군을 요구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거론했던 이들이 공동행동에 앞서 마지막으로 당 지도부에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서 한 발만 물러서 주시기 바란다"며 "당 대표가 선당후사하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당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하겠다"며 답변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제시했다.

이들은 "원칙과 상식은 지난 한 달 민주당의 원로 선배님들, 전직 총리, 전문가, 청년, 민주당 지지를 접은 시민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 말씀을 들었다"며 "민심은 분명했다. 한결같이 정부여당의 대통령 리스크와 민주당 리더십의 리스크를 지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간이 없다. 윤석열 정권의 난정을 심판하고 정치를 확 바꾸라는 국민의 절박한 명령이 민주당 앞에 놓여 있다"며 "난정을 심판하려면 총선에서 압승해야 하고, 총선에서 압승하려면 민주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네 의원은 "민주적 통합을 위해서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며 "당 대표부터 지도부 그리고 586 중진들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이제 1월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말 한마디, 발걸음 하나가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시기"라며 "이 엄중한 시기에 당 대표가 주3회 재판 받고, 재판 결과에 따라 유죄 판결이 선고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만이 이 물길을 열 수 있다"며 "그래야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이어 "당 대표의 선당후사 결단에 친명(親이재명), 비명(非이재명) 모두 합류할 것이다. 원칙과 상식의 네 사람도 조건 없이 앞장 서겠다"며 "민주당에서 친명·비명이라는 고질병을 말끔히 치유하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지도부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및 위성정당 방지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 번의 선거 당리당략을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어떤 논리를 갖다대도 국민 위에 군림하는 선당후민(先黨後民)의 길"이라며 "국민의힘이 끝내 기득권 정치를 고집하더라도 민주당은 위성 정당 내지 말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국민이 민주당을 살려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정말 총선에 승리하려면 선거법 약속 어겨서 10석 더 얻는 구차한 길 말고, 선당후사 통합 비대위로 수십석 더 얻는 당당한 길을 가자"며 " 그게 민주당 승리의 길이고 윤석열 심판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과 상식은 공천이나 당선 욕심을 내려놨다"며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선당후사의 길에 앞장 설 것이다. 민주당 혁신, 민주주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과 헌신도 할 각오가 됐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한 걸음 물러서 달라는 것은 지금 정점에서 한 걸음만 내려와주면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고 당 혁신 또한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요구한 것)"이라며 "'2선 후퇴'라는 부분이 명확하다"고 부연했다.

조 의원은 '통합 비대위'에 대해 "최고위원들도 물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친명·비명이 아니라 말 그대로 통합 비대위"라며 계파를 아우르는 인적 구성을 촉구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단합이 중요하다면서 말하는 것을 보면 하나의 색깔로만 돼있고 나오는 목소리도 '원 보이스(one voice)'다. 강성 지지자들이나 강성 의원들이 주장하는 쪽으로만 계속 하지 않느냐"며 "한쪽으로만 가면서 단합하자고 하는 건 '방침에 따르라' 하는 강요다. 패권적 단합이지 자발적 단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당 외곽에서 일고 있는 신당 창당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 혁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정치권 자체가 신당으로 요동치는 상황들을 당에서 주도적으로 막기 위해서라도 당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 충정에서 마지막으로 호소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도 "누가 신당을 만들든 그것은 헌법적 권리이니 비난할 필요가 없다"며 "(신당 창당)하지 말라면 말을 듣나. '우리 당이 혁신하겠다. 우리가 책임지고 혁신하겠다' 하면 누가 신당을 만들겠나. 왜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서 책임지겠다고 왜 안 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해 윤 의원은 "지금 여론조사상으로는 앞서지만 4개월여 남은 선거에서 여러 변곡점이 있다.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며 "결국 누가 더 혁신을 잘하느냐. 혁신을 더 강도 높게 확실하게 하는 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원칙과상식 의원들의 탈당 및 신당 창당 계획을 묻는 질문에 조 의원은 "지금 이렇게 절규, 호소하는데 그런 질문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이 대표가 당내 비주류 의원들에 대한 회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공식 회동 제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조 의원은 "물밑에서 입질은 있었던 것 같은데 외부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 측에서 회동 제안이 오면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윤 의원은 "만약 (제안이) 온다고 하면 저희가 피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공식적으로 만나자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다만 이 대표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 등에 대해선 "그 부분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칙과상식의 당 지도부 2선 후퇴 및 통합 비대위 구성 요구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민의힘 내 연이은 불출마 선언에 대한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원칙과상식 외에도 민주당 내에서는 계파를 불문하고 쇄신 요구가 나오고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당 지도부와 주류 세력에 대해 헌신을 촉구했다.

최 전 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민주당은 사실은 자기 헌신 희생 이런 걸로 국민들에게 우리 이렇게 절박하게 스스로 내던지고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러니까 잘할 테니까 표를 달라' 이게 아주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민주당의 총선에 임하는 방식 중에 하나였는데 그게 안 보인다는 게 매우 아쉽다"며 "공교롭게도 불출마하시는 분들이 또 소위 말해서 이제 지금 당대표 가까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는 점, 이런 점들이 이제 민주당의 좀 어떻게 보면 총선에 이제 숙제처럼 지금 남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에게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주문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 불출마를 제가 처음 얘기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험지 출마를 한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총선을 지휘해야 되는데. 그래서 그건 무책임한 것이다. 옛날처럼 비례대표를 한다 이것도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선택이고 그러면 배수의 진을 치려면 불출마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인적 쇄신 필요성에 대해 "시쳇말로 '선방'은 (여당에) 뺏겼다. 때문에 국민들께서 그에 상응하는 인정을 해 주시려면 더 세게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의석수에 걸맞지 않게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게 한 책임이 있는 분들 중에서 누군가 먼저 (희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도부를 겨냥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험지 출마 선언이 이어지면서, 선거철마다 거론됐던 민주당 '86 용퇴론'에도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원칙과상식 기자회견에 앞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기현 대표의 대표직 사퇴 이후에 거의 모든 언론이 ‘그러면 민주당은?’이라고 하는 걸로 이미 쓰고 있지 않느냐"면서 "실제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금 친명계 의원,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실제적 역할을 해 왔던 586 정치인들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국민들로부터 굉장히 거세게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자신 또한 586 기득권에 해당한다면서 "저를 포함한 다수의 586들이 자성을 해야 된다라고 하는 생각을 저는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초선의원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날 이탄희, 홍성국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초선은 불출마 선언하는데 중진은 뭐 하냐는 목소리가 나오더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언젠간 하시지 않을까"라며 "장강의 물을 어떻게 거스를 수 있겠나? 그래서 저는 그런 흐름들이 잡힐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중진이라고 질문을 드렸는데, 86정치인으로 만약에 주어를 바꾸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86이라고 특정세대를 규정할 필요는 없는데 저는 정치의 새로움을 원하는 국민의 요구가 워낙 폭발적이기 때문에 흐름은 분명히 형성될 것이고 그게 강제적 방법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본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할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시기적인 차이의 문제가 있을 뿐이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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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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