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광한루원 경외상가 업종변경 추진 기존 상인들 반발

남원시, 정비 후 ‘먹거리특화단지’ 조성 추진계획

상인들 “청년 일자리 위해 기존 상인 내쫓나”

전북 남원시 광한루원 경외상가에서 기념품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L씨(68·남원시 조산동)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달 말까지 상가를 비우라는 내용증명을 남원시로부터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37년 동안 이곳에서 전통 목기류를 중심으로 기념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왔는데, 이 많은 물건을 들고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는 하소연이다.

이곳에서 24년째 기념품을 팔고 있는 또 다른 상인 K씨(57·남원시 노암동)도 비슷한 처지다.

K씨는 “대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아직 둘이나 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업종을 변경하겠다며 일방적으로 나가라고만 하니 재고물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고 했다.

▲경외상가 상인들이 점포정리를 알리는 문구를 써보이고 있다ⓒ프레시안

광한루원 경외상가 입주 상인들이 남원시의 상가 업종변경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화나 타협을 통해 최소한의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내용증명을 보내 쫓아내듯 한 ‘일방적인 행정행위’가 너무 부당하다는 것이다.

남원시는 이달 말로 약정된 광한루원 경외상가 대부기간이 만료되면 상가 시설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먹거리 특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 경외상가는 1988년 조성된 이후 여러 차례 리모델링을 거쳤다.

하지만 상수도와 가스 등의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데다, 시대변화에 따르지 못하면서 갈수록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가는 모두 5개동으로 이뤄졌지만 1개동은 어린이과학체험관으로 변경됐고, 나머지 4개동(24개소)에 상가는 14개소뿐이다.

그마저도 공실이 6개소에 달하고, 저녁이 되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모두 문을 닫는 형편이다.

남원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경외상가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그 결과 상가를 새롭게 정비해 '원푸드 메뉴'를 비롯해 아이디어 상점을 창업·운영할 수 있도록 청년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가 입주 상인들은 이 같은 남원시의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다른 곳으로 가서 영업을 계속해야 하겠지만, 줄곧 이곳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온 터라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당연히 쫓겨나듯 실업자가 돼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재고물품을 처리할 방안도 없어 암담하기만 하다는 입장이다.

▲광한루원 경외상가ⓒ프레시안

상인들은 항의 차원에서 재고물품으로 야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상인들은 “수 십년간 남원관광과 전통목기산업에 일조해 왔고 남원을 대표하는 심정으로 관광객들을 상대해 왔다”며 “그런데도 남원시가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상인들을 내쫓듯 나가라고만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이냐”고 분개했다.

무엇보다 남원시가 경외상가를 청년정책 일환의 먹거리 특화단지로 변경한다는 데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경외상가는 경쟁입찰로 상인들이 입주하고 있지만, 모두 한 가정의 수입원이자 직장”이라며 “정작 있는 상인들을 내쫓고 청년들을 데려다 먹거리 위주 창업을 시킨다면 나이든 사람들은 일하지 말라는 것이냐, 그것이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상가 번영회장은 맡았던 L씨는 “남원시의 일방적인 불통행정이 가장 큰 문제다”며 “상인들도 경외상가가 변화돼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는 만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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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용

전북취재본부 임태용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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