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방으로 40억 번 '안마방 투잡 의사', 검찰 덕에 면허취소 피했다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낮에는 의사, 밤에는 안마방 사장, 의사면허는 '유지'

사장님은 안마방 업계의 '큰손'이었다. 그가 운영한 불법 안마방은 모두 16곳. 사장님은 태국 여성들을 안마사로 고용했다.

사장님은 안마방 운영에 진심이었다. 직접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은 물론, 한 곳의 안마사가 부족한 날엔 다른 곳에서 안마사들을 부지런히 '공수'해주기도 했다. 단속 스케줄도 수시로 체크하며 안마방을 '성실히' 운영했다.

그가 4년 동안 안마방에서 벌어들인 돈은 약 38억 원. 불법 안마방 사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던 사장님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그는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그의 이름은 밤낮으로 달라졌다. 밤에는 '안마방 사장님'으로 일하고, 해가 뜨면 새로운 일터로 출근했다. 낮에, 그가 하얀 가운을 입고 새로운 이름으로 일하는 그곳은, 병원이었다. 그의 본업은 바로 의사다.

그의 비밀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의사가 불법 안마방을 운영했으니,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는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사면허 취소' 대상이 됐다.

하지만 반전은 여기서 일어난다. 검찰이 그의 '죽어가는 의사면허'에 숨을 불어넣어 줬다. 검찰 덕분에 취소되지 않은 면허를 이용해서 의사는 계속 돈을 벌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의사 이석민(가명) 씨는 불법 안마시술소를 차리고 태국 여성들을 안마사로 고용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셜록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9월부터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을 추적했다. 일부 검사들이 면허취소 위기에 놓인 의사들에게 '생명연장'의 기적을 선물한 사건들이 있다.

<셜록>은 감사원 보고서에 공개된 재판 확정일자, 혐의, 선고 형량 등을 통해 현직 의사의 불법 안마방 운영 사건 판결문을 입수할 수 있었다. 판결문에 드러난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2012년 6월 의사 이석민(가명) 씨는 동업자들과 함께 경북 김천시에 불법 안마시술소를 차렸다. 그리고 태국 국적 여성들을 안마사로 고용했다. 현행법상 안마시술소 개설은 관할관청으로부터 안마사 자격을 인정받은 시각장애인만 가능하다.

그는 안마방 사장으로서 일종의 인사관리에도 충실했다. 안마사들이 급히 부족할 경우, 직접 다른 안마사들을 업소에 데려다주기도 했다. 자신도 안마를 받으며 안마사들의 실력을 테스트했다. 안마사 숙소 사진을 휴대전화로 전달받으며 직접 관리하기도 했다.

그는 안마방 운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 안마방 청소 상태나 영업장부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직원 등에게 전달받은 애로사항도 해결했다. 단속 사실도 보고받았다.

낮에는 의사로, 밤에는 안마방 사장으로, 이 씨의 이중생활은 2016년 6월까지 약 4년 동안 이어졌다. 그동안 16개 불법 안마방을 운영하면서 약 38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석민은 안마방 수익금을 본인 고모 명의의 계좌로 이체받았다.

▲법정에 선 의료인 면허 취소 과정 인포그래픽 ⓒ셜록

그렇다면 '안마방 투잡 의사' 이석민 사건의 담당 주임검사는 검찰 내부 징계라도 받았을까. 당시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소속으로 해당 사건을 맡은 A검사는 현재는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부장검사로 근무 중이다.

기자는 지난달 9일 A검사와 통화했다. A검사는 "감사원이 지적한 사실을 몰랐다"고 털어놨다. 기자가 피고인의 이름과 불법 안마방 사건에 대해 설명했지만, A검사는 "많은 사건을 처리해서 정확하게 어떤 사건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대답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누락과 미흡한 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달 (재판 결과 통보 누락을) 점검할 수 있도록 죄명별로 나눠서 점검표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검찰이 아예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아마도 그 당시엔 그 부분이 부족했었나 봅니다. 제가 부족했을 수도 있고요. 사실 검사들이 (사건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챙기는 게 쉽진 않습니다."

A검사는 대검찰청 차원의 징계나 감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지난달 8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도 질의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미통보 사건 담당 주임검사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감찰 계획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지난달 26일 "관련 법령 확인 및 검토에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답변처리 기한을 연장했다.

'검사가 살려준 의사들'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도 이어진다. 짧게 예고하자면, ‘영적인 힘’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던 한 의료인 이야기다.

※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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