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모든 약속 다 지켜야 하나"…선거제 공약 파기 시사

조응천 "비례연합정당? 이거야말로 퇴행, 무신불립"…정개특위선 여야 평행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나 위성정당 용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당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한 데 이어 홍 원내대표 또한 '현실론'에 기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안에서는 이같은 지도부 움직임에 대해 "퇴행"이라며 반발이 나오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지킬 것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정치가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줘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말씀하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적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고 옳으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정치 오래하신 분이기 때문에 정치가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줘야 한다, 이런 기본 원칙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거기에 하나 덧붙여야 되는 게 그러면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우스갯소리로 우리 의원님들한테 '대선 때 우리가 정치 개혁한다고 한 약속 다 지키면 3선 연임 금지까지 했는데 그거 다 지킬 겁니까?'(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약속은 지켜야 되는 것이고, 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당당하게 약속을 못 지키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그 다음에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도 대선 출마할 때 은퇴했다가 정계 복귀하면서 국민들께 정중히 사과하고 사유에 대해 내가 왜 다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설명한 게 있다"며 "그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병립형 비례제, 연동형 비례제, 연합비례정당 추진의 세 가지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며, "연동형 (지지 의원) 중 절반은 '위성정당은 아니지만 연합비례정당은 가능하지 않겠냐'길래 그 역시도 반대 측이나 언론에서 보기엔 변형된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 최측근인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연합비례정당 카드는 과도한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병립형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되 일부 진전된 형태로 비례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결단이 필요한 때가 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헀다.

김 의원은 특히 "솔직하게 얘기하면 연동형 비례제는 내각제와 같이 가는 다당제 구조지, 대통령제와 같이 가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며 "그건 대한민국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혼란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과연 국가와 국민에게 과연 적절한 제도인가를 큰 차원에서 판단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연동형에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이같은 당 지도부·주류의 분위기에 대해, 비주류 조응천 의원은 불교방송(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것이야말로 퇴행"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 의원은 "정치의 기본은 신뢰"라며 "대선 직전에 긴급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서 연동형 비례제, 다당제, 정치교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대선 공약이고,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 이후에 당론을 바꾸자라고 결의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국민께 했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앞으로 우리가 하는 얘기에 대해 신뢰를 갖고 표를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전체회의 의사진행발언 형태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의견을 교환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위성정당이 난립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며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야당 의원들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개특위 전체회의는 딥페이크·AI를 활용한 선거운동 관련 입법안을 의결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회의 말미에 '현재 2소위에서 논의 중인 비례대표 선거제도 개편안이나 위성정당 방지법안 등을 빨리 전체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일부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주장하면서 예정에 없던 토론이 이뤄졌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가 독일,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전 세계적으로 한 손에 꼽히는 몇 개 국가 정도만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며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에 대해 명확하게 그 절차 과정을 이해할 수가 없고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형두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인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상당히 현실적 방안"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 장치를 마련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마련하라는 것이 헌재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이 헌법 정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책으로 제1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위성정당 금지법"이라며 "어떤 이유로도 이 법안 처리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