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은행 종노릇" 비판하는데, 정부는 '횡재세' 반대?

이재명 "고금리 이익 본 금융기관에 '횡재세' 추진" vs 윤재옥 "총선 겨냥 포퓰리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은행 '횡재세' 도입 드라이브를 걸었다. '주 4.5일제'에 이어 '횡재세'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반격 카드인 셈이다. 그러나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대출을 받은 이들이) 은행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은행에 고통 분담을 요구한 바 있음에도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고금리로 엄청난, 특별한, 예상하지 못한 이익을 거둔 금융기관들 그리고 고(高)에너지 가격에 많은 이익을 거둔 정유사 등에 대해서 횡재세를 부과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횡재세' 관련 법안인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과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14일 발의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대표발의자가 됐고, 이재명 당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이개호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50여명이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이자수익을 많이(120% 초과) 냈을 경우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하는 내용이 법안의 골자다.

이재명 대표는 앞서 정부의 '주 69시간'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주 4.5일제'를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횡재세' 드라이브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총선을 앞두고 정책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여당이 김포시 서울 편입, 주식 공매도 한시금지 등 총선을 겨냥한 화제성 정책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이슈 주도권을 가져간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 노릇을 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해 가며 은행권의 고금리 이익을 질타했다"며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횡재세 도입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영국도 에너지 부담금을 통해 영업이익의 35%를 횡재세로 부과한다"며 "우리만 하는 일은 아니라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횡재세는 기업이 외부효과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되어 부당하게 높아진 수익을 과세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고 바로 반박 메시지를 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과 같은 시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횡재세 도입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손쉽게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하는 대중적 정서를 이용한 것으로 사실상 내년 총선을 겨냥한 표퓰리즘"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고수익을 올린 다른 업체는 내버려 두고 왜 은행들에게만 횡재세를 물리느냐는 항변도 가능하다"며 "횡재세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며, 혁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은행의 초과이익 문제에 대해 시장경제 원리와 맞는 방향으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민주당의 '횡재세'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국민의힘과 보폭을 맞췄다. 지난 14일 추경호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검토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횡재세에 선을 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지난 10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발언과 여당과 정부의 '횡재세' 반대에 대한 입장이 엇박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은행권 고금리를 지적하며 은행의 고통 분담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밝혔다. 올 초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윤 대통령은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다", "은행의 돈 잔치(성과급)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며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윤 대통령의 '종노릇' 언급 1주일 만인 지난 6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에 추가적인 상생금융안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 수익 증대는 국민의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역대 최대규모의 이익에 걸맞게 금융권의 한 단계 발전된 사회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거듭 은행에 지원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은행이 금리 쪽으로만 수익을 내니 서민 고통과 대비해 사회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고 횡재세도 그 맥락"이라며 "은행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하는 등 횡재세를 긍정적 맥락에서 언급하기도 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횡재세(windfall tax)

횡재세는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외부 사건)으로 인해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간주되는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미국 의회조사국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CRS)에 따 르면 횡재세는 기업에 발생하는 금전적 이득이 산업 활동의 직접적인 결과가 아닐 때 정부가 금전적 이득을 분배하는 방법 중 하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횡재세 개념이 새로운 것은 아니며 전시 또는 경제 위기와 초인플레이션 과 같은 불안정성으로 특정 지어지는 기간에 한해 부과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1·2 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때 기업들이 벌어들인 큰 이익을 통제하기 위해 임시 조치로 부과된 사업이익에 대한 부가세 등을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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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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