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앉은 오세훈·김동연·유정복…'메가서울'에 지자체 등 터지나?

국민의힘 '김포 편입 특별법' 발의…김동연 "사기극" 강력 반발, 오세훈·유정복도 "시간 필요" 미적

국민의힘이 특별법 발의를 통해 김포시 서울편입을 본격 추진한 가운데,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강력히 반발하거나 난처한 제스처를 취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정치쇼", "사기극"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은 ‘속도 조절’ 등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서울·인천·경기 광역단체장들은 16일 오후 7시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3자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세 단체장은 수도권매립지 문제와 아라뱃길 관광개발, 대중교통 공동연구 등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봤다고 밝혔지만, 김포 편입 의제와 관련해서는 "서울·경기·인천이 현격한 입장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다만 특별법 발의 후 연내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국민의힘 측 '속도전'과는 세 지자체장들 모두가 거리를 두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김포 편입 정책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국민의힘 측 메가서울 정책 자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기자들과 만난 김 지사는 "(해당 정책은) 이미 국민 70퍼센트가 현실성 없는 정치용·총선용 정책이라고 말씀하신, 국민 심판이 끝난 일"이라며 "서울 확장 문제는 대한민국이 30년 동안 가져왔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분권 비전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현재 경기도가 진행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정책과 메가서울 정책을 비교, 특자도 정책을 위해 "주민의견을 수렴했고 도의회에서 여야 간의 결의안 합의·채택했고 마지막 단계로 주민투표제를 중앙정부에 요청한 상태"라며 "(정부여당의) 김포시 서울편입은 대체 어떠한 비전과 절차를 거쳤는가" 되묻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김 지사와) 다음 만남을 시작으로 계속 말씀하고 싶다는 얘기를 드렸지만 김 지사는 그 점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인 듯하다"라며 김 지사와의 입장차를 강조하면서도 "그렇게 서둘러서 법안을 발의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입장"이라고 빠른 특별법 발의에 대한 난처한 낌새를 드러냈다. 다만 오 시장은 이날 "당의 입장을 들어보니 기왕에 법안을 낼 거면 서둘러서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었던 거 같다. 이해가 됐다"라며 당에 반발하는 모양새는 최대한 피했다.

오 시장은 "이 문제는 아마도 선거 전에 결론 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인 거 같다"라며 "주민투표 문제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편입이 이뤄지면) 해당 시에 어떤 장단점 있는지 충분히 논의를 거친 뒤 숙성된 의견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순서이고 도리"라고도 했다. 오 시장은 전날인 15일에도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위원장을 만나 △6~10년의 유예기간 설정 △자치구가 아닌 '자치시'로 편입 방안 등을 제안하며 메가서울 특별법 '속도조절'론을 편 바 있다.

이날 오후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뉴시티위원장 조경태 의원은 법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21대 국회안에서 통과되는게 베스트"라고 강조하며 야당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오 시장의 입장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행보다.

해당 법안은 김포시를 2025년 서울로 편입하는 것이 골자로, 도농 복합도시인 김포 일부 지역에 적용되는 대입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이나 등록면허세 등 세제 혜택은 2030년 말까지 유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조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법안에 서명한 사실상의 당론 법안이며, 특히 시행일이 2025년 1월 1일인 만큼 내년 중 국회 처리가 목표라고 국민의힘은 설명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 또한 '속도 조절'을 강조하며 '당에 대한 반발'은 회피해 오 시장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유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앞서 본인이 밝혔던 '서울확장 반대입장'을 두고 "현실적으로 이번 총선 앞에 처리하기엔 무리라는 뜻이었다"라며 "지방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선 옳다 그르다 입장 낸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 시장은 "평상시 지방 행정체제가 낡은 체제에서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상식을 갖고 있었다"라고 '메가서울 반대'에 대해서는 한 발 빼면서도 "그렇게 하려면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기초-광역 의회의 동의도 얻고, 법제화가 되고 이렇기 때문에 (즉각 추진은)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다고 한 것"이라고 '속도'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당 입장과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메가 서울' 정책이 여당 내 지자체장들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실무적으로는 지자체장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그렇다고 당 중점과제로 설정된 정책에 직접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어렵다는 것. 이날 대구 산격동 청사에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당이) 느닷없이 수도권 확장 정책을 하니 지방에 있는 시도지사들은 말을 안해서 그렇지 다 반대한다"며 해당 정책에 대한 지자체장들의 부정적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경기·인천 단체장 회동 참석을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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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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