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메가서울'이 '신의 망수'가 될 수도 있는 이유

[박세열 칼럼] 행정수도·뉴타운은 盧·李 '새인물'과 등장해 성공…윤석열은?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바꾸는 게 총선 필승 전략이라고 모두가 친절하게 조언하는데,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새 전략이라고 내놓은 게 경기도 김포시 서울 편입이다. 답안지가 틀렸다. 서울 확장 전략은 2002년 충청 수도 이전과도, 2008년 뉴타운 개발 광풍과도 다르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보면 간단하다. 부산, 울산, 경남 3개 시도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내세운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 작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들어선 부울경 국민의힘 지방 정부 세 곳은 같은 해 10월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결성하기로 합의하면서 '메가시티'를 좌초시켰다. 그래도 부울경 시민들은 잘 살고 있다.

'서울'이란 이름값은 다를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행정구역 변경은 뉴타운이나, 수도 이전보다 더 쉽다고 국민의힘 스스로 설명하고 있다. 왜 쉬울까? 뉴타운이나 수도 이전처럼, 대규모 자원이 투입되는 도심 개발도, 신도시 건설도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레테르를 붙이면 집값이 오른다? 지도에서 김포시의 모양과 위치를 확인하자. 집값은 서울 도심과의 물리적 거리로 결정된다. 물리적 거리를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교통'이다. 서울로 편입된다는 '기대감'으로 집값 상승 효과는 일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우린 이런 걸 '거품'이라고 부른다.

남는 건 집값 욕망을 부추기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철지난 레파토리다. 물론 선거에서 '파괴력'은 있을 것이다. 아파트값(상승 기대감을 포함해)과 선거 득표수는 여의도 정치공학의 검증된 팩트이자, 오래된 격언이니까.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런 '선거 공학'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집권 세력의(특히 대통령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수반돼야 한다. 2002년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이라는 새 인물과 함께 등장했고, 2008년 뉴타운 광풍은 이명박이라는 새 인물과 함께 등장했다. 지금 '메가시티 서울'과 함게 등장할 '새 인물'은 있나? '심판론'과 '지원론' 사이에 낀 집권(당선) 3년차(내년 총선 기준) 대통령이 있을 뿐이다.

이명박이 노무현의 행정수도 이전을 뒤집으려던 게 집권 2년차였다. 그걸 막고 '세종시 원안 플러스 알파론'을 내세워 '세종시 개발론'으로 받아친 건 새로운 주자 박근혜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한 것은 '새 인물' 윤석열의 등장과 함께였다는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개발 공약=득표'로 보기에, 선거공학이란 건 생각보다 복잡한 방정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포가 서울 되면 출퇴근 거리가 줄어드나?

게다가 너무 앙상하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30일 김포 서울 편입 발언을 한 장소는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였다. 수도권 교통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인데, 갑자기 "이 도시(김포)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유의동 정책위의장)는 발언이 나오더니, 김포 서울 편입론으로 단번에 도약한다.

팩트부터 틀렸다. 85%라는 숫자는 김포골드라인 탑승객의 서울 하차 인원 비율이다. 이용객은 대부분 출퇴근 목적이겠지만, 김포 전체 출퇴근자의 85%가 마치 서울에 출퇴근하는 것처럼 사안을 교묘하게 비틀었다. 그러자 서울 편입론의 근본 원인이 교통 문제인 듯, 대부분의 언론이 '김포 출퇴근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말에 주목했다. <조선일보>마저 사설에 "김포시 주민의 85%가 서울로 출근하는 등 위성도시와 서울은 단일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오보를 냈다. 실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김포시 인구 중 서울로 출퇴근(통학 포함)하는 비율은 12.7%다. 48만 명 중 약 6만 명이다.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게 김포를 서울로 만드는 근거가 될 수도 없다. 김포가 서울이 되면 출퇴근 거리가 줄어드나? '서울이 된 김포'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것과 '경기도 김포'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것은 다른 일인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방법이 있다. 모든 대학의 이름을 '서울대'로 바꾸면 된다.

논란이 일자 김병수 김포시장은 "서울 편입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설립준비 과정과 발맞춰서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교통 문제랑 관계없다"(YTN 인터뷰)고 간단히 부인해버린다. 자, 우여곡절 끝에 교통 문제를 제하고 나니 '정략'만 남는다.

두 가지다. 첫째, 집값 상승 부추기기. "서울 편입을 통한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해 반전을 꾀하겠다"(동아일보, 여권 관계자), "메가 서울 이슈는 경계 도시 사람들의 (집값 상등의) 오래된 욕망, 니즈를 읽은 것"(같은 신문, 국민의힘 관계자)이라고 흥분한다. 둘째,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경기북도 구상'에 제동 걸기. 김병수 시장은 "북도와 남도로 나누어지면, 남도로 가도 그렇고 북도로 가도 그렇고 사실상 또다시 고립되는 섬 지역이 된다. 실제로 지금도 남도나 북도 쪽 교류보다는 서울로 교류를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서울로 편입하는 게 김포시민들의 편익을 더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에 날린 견제구다.

'김포 서울 편입론'의 핵심인 두 가지 모두 정략적인 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선 많은 질문들에 대해 답해야 한다.

먼저 김포의 서울 편입인가, 서울의 김포 흡수인가? 희한하게도 서울시장이 아니라, 김포시장이 서울이 가질 수 있는 '메리트'를 세일즈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서울이 바다를 품고, 서울에 항구를 만든다고 하는 원대한 계획을 말하면서 '김포가 서울에 편입된다'고 주체를 뒤집어 놓는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서울이 김포를 흡수하는 걸 전제로 한다.

'흡수'가 아니라면 '편입'을 말하며 서울 '메가시티론'을 운운하면 안된다. 보수, 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민주화 이후 모든 정권이 추구한 '지방 균형 발전'의 당위성과 대전략을 어떻게 수정할지 일언반구 없으면서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최소한 대통령의 대국민 설명이 필요한 일이다.

서울에 항구를 만든다는 구상은 어떤가. 이미 인천항이 존재하는데, 북한 바로 밑에 '서울항'을 조성하는 게 효율적인가? 김포의 바다는 북한과 맞닿아 있다. 그 끝자락엔 북한과 1.2Km 떨어진 '애기봉'이 있다. 지난 2010년엔 북한의 타격 1순위로 예상됐던 곳이다. 만약 북한이 도발하며 '서울시 애기봉'을 때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접경지역에서 상호 적대적 군사 행위를 자제하자는 남북간 9.19군사합의를 뒤집으면 안된다.

'서울 공화국' 논란도 피할 수 없다. 당장 대구시장 홍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연일 회의를 열고 있는 마당에 이미 메가시티가 된 서울을 더욱 비대화 시키고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느냐?"라고 반발했다. 김포 뿐 아니라, 광명, 과천, 구리, 하남 등을 포함해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자고 하면서 대통령이 "지방에 기업이 오면 파격적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다.

메가시티 논의는 부울경 메가시티처럼 서울 일극화의 한반도에서 '다극화'를 통해 지역을 살리자는 취지로 나온 개념이다. 그런 '메가시티' 논의를 서울을 확장시키자는 데 갖다 붙이는 건 염치의 문제다.

남는 건 김포의 넓은 부지를 '서울처럼' 개발하자는 개발업자들의 논리, 그리고 '김포의 땅값과 집값이 서울처럼 오를 것'이라는 망국적 부동산 투기업자들의 욕망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집값 상승의 욕망을 부추겨 시민들을 갈라치기 하고 지방을 소외시키는 정책을 집권 여당이 추진하는 게 대체 맞는 일인가?

보수 논객들과 국민의힘은 이를 '신의 한수', '김기현의 승부수'라고 극찬하며 민주당에 '김포 서울 편입론과 메가시티 서울에 대한 입장이 뭐냐'고 묻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대상이 있다. '지방 시대'를 선언한 용산과 윤석열 대통령이다. 서울 메가시티 구상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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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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