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2호 안건은 '희생'…영남 공천개혁? 국회의원 특권?

통합 행보도 계속…"유승민 만나 2시간 이야기, 이준석은 마음이 많이 다친 듯"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2호 안건의 큰 방향을 '희생'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1호 안건이었던 '당내 대사면'은 통합에 방점을 둔 안이었다. 다만 '희생'이라는 범주 안에는 영남 다선 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 등 폭발력이 큰 사안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별 파장이 없는 사안도 포괄될 수 있다. 1호 안건에 대해 '사면' 대상자들은 반발하고, 영남 다선 험지출마론에는 영남 의원들이, 당정관계 관련 입장 표명이 없는 데 대해서는 수도권 정치인들이 비판하며 사면초가에 놓인 인요한 혁신위가 2호 안건 선정 과정을 통해 혁신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호 안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어떻게 정치인들이 희생을 보일 건가, 내려놓을 건가"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인 위원장은 그 '희생'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을 언급하며 "그 얘기도 나왔다. 여러 가지"라고만 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이른바 영남 물갈이론에 대해 "제가 지금 그렇게 하자고 지금 주장하면 또 파장이 커서 조심스러운데, 지금 공무원도 구청장도 3번 이상 못 한다"며 "(국회의원) 3번 하고 지역구를 옮기든지, 굉장히 많은 아주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오가고 있고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언급했다.

인 위원장은 '3선 이상이면 지역구를 옮기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는 거냐'라는 확인성 질문이 나오자 "그거 아직 안 했지만 3선 이상 (인데 차기 출마를)하려면, 꼭 해야 되고 인기 있고 노련한 분이면 지역구도 바꿀 수 있다는 옵션도 주고 여러 가지 모든 것을 묶어서 (…하겠다)"라며 "'이것만이 방법이다' 그건 아니다. 조금 지켜봐 달라"고 했다.

오신환 혁신위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것이 2호 혁신안으로 거론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희생을 전제로 한 혁신이 국민들께 감동을 줄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혁신이 일어나겠느냐"며 "영남권 중진 서울 차출설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봐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무슨 특정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늘 총선을 치를 때마다 어느 정당이나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 인해서 그 정당이 좀 더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으로 비치는 그런 선상에서 저희가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오 혁신위원은 "2호 안건도 아마 지금 말씀드린 큰 틀에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라며 "이번 주 안으로 두 번째 혁신안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요한 혁신위는 1호 안건으로 채택한 '대사면' 건의에 대해서는 이제 지도부, 즉 최고위원회의에 공을 넘겼다는 입장이다. 또 당정관계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는 방향을 재확인했다.

인 위원장은 CBS 인터뷰에서 당정관계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인지와 관련 "월권은 안 한다. 저는 온돌방 아랫목에서 어른들한테 교육을 받고 컸다"며 "대통령님께서 가서 국민의 목소리를 알려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대통령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월권"이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당내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오는 2일) 최고위에서 받아들여도 되고 안 받아들여도 되고 그거는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안 받아들인다고 제가 무슨 힘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할 거 많다"고 했다.

오 혁신위원은 반면 "지금 많은 분들이 당정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며 "당은 내년 총선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치러 내야 한다"고 다소 다른 목소리를 냈다.

오 혁신위원은 1호 혁신안 '대사면'을 지도부가 조속히 수용해 달라는 취지로 "혁신위원으로서 제 바람은 당이 좀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권한을 (사용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당이 변화하는 모습의 한 부분으로 보일 수 있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국민들이 봤을 때는 '당이 이제는 주체적으로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하는구나'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다만 당내 통합 관련 행보는 계속 이어나갈 의지를 시사했다. 그는 전날 유승민 전 의원을 만나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정말 젠틀맨이다. 매너 좋고 개인적으로 만나보니까 사람이 존경이 간다", "당과 국가가 걱정된다는 자세가 아름답다. 다른 의견 가진 사람들과 내통하고 그런 것 전혀 없다. 그 분 순수한 사람이다"라고 유 전 의원에 대한 호평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 전 의원이 하신 얘기도 가감없이 당이나 대통령실에 전달할 생각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굉장히 통했다"고 했다. 그는 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도 "좀 만나서 듣고 싶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언을 받고 싶다"고 공개 면담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전날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도 유 전 의원과의 만남 사실을 처음 공개하며 "저는 굉장히 오늘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 그 분(유 전 의원)은 합리적인 사람이고 많은 산전수전을 겪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상처를 안 받았다. 이준석은 이 사람, 저 사람 통해서 연락을 해 봤는데 많이 마음이 다쳤다. 그래서 저는 끊임없이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작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인 위원장의 출연 이후 같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자신에 대한 징계 사면이나 회동 제안을 일축했다. 그는 인 위원장이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것을 지적하며 "(회동 제안도) 또 개인 자격 아니냐", "이준석 때문에 선거 질 뻔했다는 게 공식적인 대통령과 당 대표의 입장인데 혁신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무슨 말 하든지 뭐가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이 유 전 의원을 만난 것에 대해 "어제 유 전 의원이 그분을 만났다 한들 그러면 내일부터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욕 안 하느냐? 이중 플레이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또 자신에 대해 '상처가 많다'고 표현한 것에 격렬히 반발하며 "교통사고가 났는데 과실이 0 대 100이면 그에 합당하게 이야기를 해야지 '100만 원 줄 테니까 받으세요', 안 받으면 '마음이 상처가 많구나' 이러는 순간 싸우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게 2차 가해지 뭐냐"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를 고정적으로 인터뷰해온 라디오 진행자는 당황하며 "제가 이 전 대표 인터뷰 정말 많이 했지만 오늘처럼 격앙된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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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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