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검토 중인 정부를 향해 "사실상 남북 군사 충돌을 방치 또는 기대하는 것 아닌 의심까지 든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 정부가 자꾸 파기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대처를 위해 9.19 군사합의를 신속하게 효력 정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우리 경험으로는 군사합의 이후에 명백하게 북한의 군사 도발이 줄어들었다"며 "군사 충돌이 줄어든 사실은 신원식 국방장관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정부가 혹시 국지전 같은 군사 충돌을 막는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사실상 남북 군사 충돌을 방치 또는 기대하는 것 아닌 의심까지 든다"며 "설마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조그만 불씨 하나가 언제든지 화마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낫고, 그것보다 더 상책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동안 강력한 국방력과 든든한 한미 동맹으로 전쟁을 억제해온 우리가 군사합의를 파기한다면 남북 간에 무력충돌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과 접경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것 명심하시고 신중하게 접근하시길 바란다"며 거듭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시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일 년 반 동안 아무 대책 없이 경제와 민생을 방치했다"며 "이번 시정연설에서는 국민의 고통에 제대로 응답하길 바라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수출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지난 상반기에만 35조 원가량 무역 수출 적자를 기록했다. 안타깝게도 하루아침에 208개국 중 200위로 급락했다"며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수출도 내수도 힘든 경제, 민생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 성장을 견인할 알앤디(R&D;연구개발) 예산마저 삭감하겠다고 한다"며 "가족들이 배가 고파서 영양실조에 걸렸는데 형편이 어렵다고 밥을 굶기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반성한다면서 말 따로 행동 따로 이런 모습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며 "(시정연설이) 국정기조에 전면적 전환이 있다, 생각이 바뀐 것 같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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