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기 맞은 이태원 유족들 "尹, 진정 나의 대통령이 맞습니까?"

[현장] 유족들, 대통령실에 이태원 1주기 추모제 초청장 전달

"우리는 알고 싶을 뿐입니다. 왜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쓰러져 159명이 세상을 떠났고 수백, 수천 명이 부상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가게 도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대통령실 앞에 모였다.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지난 1년 동안 거리에서 투쟁해온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즉각 제정 등을 촉구하며 대통령실에 1주기 추모대회 초청장을 전달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 모인 이들은 "국정운영의 한 축인 여당은 참사의 진실을 밝히자는 시민들의 요구를 불온한 주장으로 매도하며 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여 유족들의 바람을 이뤄주고 가슴에 맺힌 한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 국회와 여당에 당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지난 4월 유가족협의회의 청원으로 국회에 오른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은 6월 야당 측 184명의 찬성으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정쟁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여당 측 반대가 이어지며 현재 3개월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현장 모습. 유족들이 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올리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모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성사된 지난 4월부터 거리투쟁을 이어왔다. 이들은 "참사의 책임자들은 국정조사에서도, 공판에서도 책임을 부인하고 기록을 자의적으로 삭제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독립적 특별조사위원회의 설치를 주장했다.

실제로 이태원 특별법이 계류 상태에 머무른 동안, 참사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형사상의 절차 등은 지난한 상태에 놓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등 이태원 참사 관련 6명의 피고인들은 모두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특히 박 구청장과 이 서장의 경우 10월까지 각각 3회의 공판을 거쳤음에도 '재난안전법상 관리 책임 여부'를 둘러싸고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야당 측의 탄핵소추로 참사 책임의 중심에 섰던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경우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소추안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했으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또한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 등 '윗선의 책임' 또한 가려질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애초 지난 1월 경찰 특수수사본부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는 김 청장 등 '윗선' 인물의 혐의를 적시하지 않으며 부실·미흡수사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주기가 돌아오는 동안 진정성 있는 반성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기막힌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유족들은) 이 엄청난 참사로 인해 일상이 망가지고, 그 긴 고통의 시간을 1년 동안 겪으며 진상규명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러나 (정부·여당 등의) 답변은 여전히 없고 유족들의 의혹은 단 하나도 해소된 것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유족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태원 특별법이 하루 속히 제정되도록 협조해주시길 바라며, 두 번 다시 이런 참사로 인한 고통과 슬픔을 감내하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재발방지 기울여야 한다"라며 "대통령께서 오는 29일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해 직접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밝혀주시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현장 모습.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왼쪽)이 대통령실에 전달할 호소문과 초청장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인 지난해 11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참사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후 참사 유가족들이 요청한 유족 면담 및 공식 사과 등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해왔다. 이태원 특별법은 야당 측 대부분의 인원인 183명의 동의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대통령실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참사 희생자 고(故) 김의현 씨의 어머니 김호경 씨는 이날 "차디찬 칼바람 속에서, 몰아치는 폭우 속에서 지난 1년간 기다렸다.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 앞에서가 아닌 유족 앞에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위로를 기다렸다"라며 "어떻게 이렇게까지 (유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묵살할 수 있나"라고 윤 대통령에게 묻기도 했다.

'대통령의 침묵'을 지적하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낸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진정 나의 대통령이 맞나" 물으면서도 "우리의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님을 1주기 추모제에 정중히 초청한다. 꼭 참석하셔서 특별법을 통한 진상규명을 약속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현장 모습.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유족들은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초청장'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편으로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승훈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참사의) 진실을 함께 찾아가는 게 진정한 애도"라며 "(대통령이) 국화꽃 한 송이 들거와 묵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참사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 길에 같이 서길 바란다"라고 초청장 전달의 취지를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들은 오전 11시께 국회로 이동, 이날 오후부터 "298명의 국회의원 의원실을 찾아가 한분 한분에게 시민추모대회 초청장을 전달할 것"이라 밝혔다. 김덕진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초청장은 여야를 구분치 않고 모두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1주기 추모제에 모든 국민들이 함께 모여 진정으로 애도하고 추모할 것을 (국회에도) 호소하려 한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현장 모습.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왼쪽)이 시민사회수서실 관계자에게 호소문과 초청장을 전달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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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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