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김행 파행'에 "초유의 사태…尹, 지명 철회해야"

"김행 청문회, 검증도 전에 파행 맞았지만 '부적격' 사실은 명확"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하며 청문회가 파행을 맞은 가운데, 여성계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후보자가 출석하지 않아 청문회가 정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자격 없는 여성가족부 장관 김행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전국 900여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 연대체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6일 오후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후보자가 성평등 정책의 전담부처인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후보자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사실은 (이번 청문회로) 명확히 드러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전날 5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선 밤 10시 35분께 김행 후보자 딸의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 지분 거래·보유 내역 자료제출 여부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다 야당 위원들과 김 후보자가 함께 청문회장을 퇴장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청문회는 자정을 넘겨 6일 새벽 재개됐지만, 김 후보자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청문회는 끝내 파행을 맞았다.

이후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이 '편파적인 태도를 보였다'라며 "청문회는 어제 끝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가위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 위원장이) 그 자료 제출을 제대로 못하면 사퇴하라고 했다. 야당 의원이 그렇게 하는 것도 정치공세라고 오해를 받기 쉬운데 위원장께서 그렇게 하는 청문회는 23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하지 않으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여가위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권 위원장의 의도는) 당장 사퇴하라는 게 아니라 자료 제출을 적극적으로 해야지 후보자로서의 의무라는 취지였는데 갑자기 일부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도 없다가 갑자기 들어오셔서 '나가자, 나가자'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반박했다.

이날 전국행동은 입장문에서 "후보자가 출석하지 않아 청문회가 정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라며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 후보의 인사검증 청문회를 차일피일 미루고 청문회 오전의 대부분을 의사진행 발언으로 채워 실제적인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10월 5일 밤, 결국 후보자와 함께 청문회장을 퇴장하여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날의 청문회를 평가했다.

앞서 국민의힘 측은 김행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야당이 단독으로 청문회를 확정한 것을 이유로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5일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단체들은 여가부 청문회를 둘러싼 여당 측의 이 같은 조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여성가족부 예산 삭감, 정부 정책에서의 '여성'지우기 가속화 등 여성·성평등정책은 급속하게 후퇴하고 있는 상황"의 연장선이라고 봤다.

이들은 전날 청문회의 내용에 대해서도 "김행 후보자는 주식 파킹, 주가 조작, 배임 의혹 등에 대해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제출된 자료와 다른 사실을 지적하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계속 부인하다가 관련 자료가 나오자 본인이 착각했다고 말을 바꾸었다"라며 "이로 인해 이번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장관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청문회 파행의 이유가 김 후보자의 불성실한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야당 측 주장에 손을 든 셈이다.

단체는 김 후보자의 과거 행보 또한 장관직에 대한 부적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후보자가 경영 책임자로 있던 인터넷 뉴스사이트 '위키트리'를 두고 "위키트리는 언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이버상에서 성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성폭력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라며 "성차별과 폭력, 혐오에 기생해 100억이 넘는 자산을 증식시킨 언론사 수장이 여성·성평등, 가족, 청소년 정책을 기획·종합하고 여성의 권익을 증진하는 등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책무를 가진 여성가족부장관으로 임명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 입장을 보인 전날 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기대어 자신의 자산을 증식하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후보가 아닌, 한국사회의 구조적 성차별과 폭력을 해소하고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전담부처로서 여성가족부를 강화할 장관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무지에 기반하여 오만과 불의의 정치를 반복하는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위키트리의 성차별적 보도경향성을 지적하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부끄럽다"면서도 "이게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기도 하다", "2021년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라고 직접적인 책임은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여가부 폐지를)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묻는 여당 측 위원의 질문에는 "지금 현재 복지부로 이관되는 저희 자체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전혀 실행되고 있지 못하다. 그 뜻을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 제가 여가부 장관이 된다면 여가부를 좀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이관시키도록 노력하다"라며 지난 2월 국회에서 '보류'로 의결된 여가부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여가부 장관으로서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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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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