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9달 앞둔 프랑스 파리서 '빈대 소동'…열차에 탐지견 푼다

SNS 통해 목격담 이어지며 공포 확산…여당 "빈대 문제 우선 순위로" 정치권까지 들썩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가 빈대 소동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중교통과 영화관 등에서 빈대 목격담이 잇따르며 열차에 탐지견까지 투입된다.

<로이터>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4일(현지시각)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장관은 최근 몇 주 동안 프랑스철도공사(SNCF)에 37건, 파리교통공사(RATP)에 10건의 빈대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조사 결과 빈대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있다면 해결할 것이고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교통에 빈대 발생은 없다"고 강조했다.

본 장관은 대중교통 사업자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모든 대중교통 방역 절차를 강화해 탐지견 팀 투입 등 특히 빈대 퇴치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해 3달 간격으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며 시민들에 과도한 공포를 가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최근 몇 주 간 소셜미디어(SNS)에선 파리 공항, 지하철, 영화관 등에서 빈대를 목격했다는 증언이 널리 공유됐다. 영상과 사진이 함께 퍼지며 공포가 극대화됐다. 일부 승객들은 빈대가 두려워 파리 지하철이나 열차에서 자리가 나도 앉지 않고 차라리 서서 가겠다고 선언했다.

니스에서 파리로 향하는 열차를 탄 소피 루시카는 좌석에 빈대가 있는지 샅샅이 살펴야 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영화관을 포함해 거의 모든 곳에서 빈대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리가 빈대로 몸살을 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0년대 살충제 DDT를 통해 빈대가 거의 박멸됐지만 DDT가 독성이 강해 사용이 금지됐고 빈대도 부활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DDT 등 살충제 내성을 지닌 개체까지 발견되며 퇴치는 더 어려워졌다. 2020년엔 긴급 전화 개설 등 프랑스 정부 차원의 퇴치 캠페인이 벌어졌고 같은 해 파리 시장 선거엔 빈대 퇴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까지 등장했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은 빈대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잠시 확산이 둔화됐지만 봉쇄가 풀려 프랑스에 관광객 등이 밀려들면서 최근 2년 간 다시 활발해졌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은 지난 7월 2017~2022년 사이 프랑스 가정 10곳 중 1곳이 빈대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랑스인들은 빈대로 인한 수면 문제 및 우울과 불안까지 호소하고 있다. 빈대가 쥐나 바퀴벌레보다 심리적 고통을 크게 안겨주는 데 대해 프랑스 마르세유 IHU 지중해 감염연구센터의 곤충학자 장 미셸 베렝저는 빈대가 침실에까지 서식하는 점을 지적하며 "침대는 사람이 가장 취약한 장소이자 안전함을 느껴야 하는 장소인데 그곳에 자신을 피를 빠는 곤충이 존재하는 것을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 <르몽드>에 설명했다. 그는 다만 "빈대가 병원균을 전파시키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개최를 9달 남짓 앞두고 벌어진 빈대 소동에 파리는 비상이 걸렸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 부시장은 지난주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프랑스가 2024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이 재앙에 대한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프랑스 방송 인터뷰에서 빈대로부터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며 기업의 소독 요청 등 파리 당국에 관련 도움 요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소독 회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 가정은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빈대 파동에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다. 4일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좌파 야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 마틸드 파노 의원은 하원에 빈대 몇 마리가 든 병을 가져 와 들어 보이며 정부의 늦장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르몽드>는 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속한 여당 르네상스가 빈대 문제를 "우선 순위"로 설정해 12월 초 관련 법안을 내놓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소셜미디어 탓에 과장된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NSES의 전염병 전문가 조안나 피트는 <뉴욕타임스>에 2000년대 이후 여행객들이 대륙을 넘나들면서 빈대가 늘고 있는 추세이며 "이는 프랑스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몇 주 간 소셜미디어가 "문제를 완전히 증폭시켰다"고 짚었다. 파리 뿐 아니라 뉴욕도 1990년대부터 빈대 증가로 골치를 앓았고 <가디언>은 영국 해충 방제 회사를 인용해 영국에서 빈대 확산이 전년 대비 65% 늘었다고 덧붙였다.

▲2018년 3월29일 프랑스 마르세유 IHU 지중해 감염연구센터 연구실에서 한 과학자가 빈대가 든 병을 손에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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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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