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선거 D-7…김기현 vs 이재명, 누구든 지면 치명타

金, 패배시 '수도권 위기론'에 강제 퇴진 vs 李, 영장 기각 보람 없이 '정치 리스크'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가 진행되는 지역은 강서 단 한 곳이지만, 분위기만큼은 전국 선거 못지않다.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열리는 선거인 만큼 여야 공히 이번 선거를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있다.

선거가 갖는 의미가 크면 클수록 후폭풍도 큰 법이다. 이기는 쪽은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까지 지도부 교체 없이 강한 리더십 하에 안정적으로 당이 운영될 수 있다. 반면 지는 쪽은 책임론이 분출하며 인적 쇄신 등 내홍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지는 진영은 메가톤급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가 '김태우와 진교훈의 싸움'이기에 앞서 '김기현과 이재명의 싸움'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 지도부 중 10월 11일이 지나고 웃게 될 쪽은 과연 어디일까.

국민의힘 패배시-김기현, '수도권 위기론' 고조에 교체 수순

여야 가운데 좀 더 화려한 선거인단을 자랑하는 쪽은 여당이다. 국민의힘은 선거대책위원회에 나경원·안철수·권영세 등 당에서 내로라하는 초호화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소속 의원 전원이 선거운동에 동원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김 대표는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자 개천절인 3일, 국회에서 열 예정이던 기자간담회도 취소하고 선거 유세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오전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일정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강서구청장 선거와 또 다른 보이스(목소리)가 나가는 게 별로 안 좋겠다, 지금은 선거에 모든 걸 다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정 취소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단골 먹잇감이었던 '이재명 사법 리스크' 언급을 잠시 멈출 만큼 김 대표가 이번 선거에 올인(all-in)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으로선 불리한 선거다. 강서는 현재 갑·을·병 지역구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조직 동원력 면에서 민주당에 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보궐선거가 사실상 현 후보자인 김태우 전임 강서구청장의 유죄 판결로 인한 자격 정지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보궐선거 귀책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후보자는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파견돼 근무하다 당시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해 징계‧해임을 당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유죄 판결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폐단을 알린 죄'라며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구청장 공백에 대한 지역 민심은 마냥 곱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 점을 약한 고리로 보고, '40억 혈세가 낭비됐다'라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여러모로 어려운 선거 환경이지만, 아깝게 지더라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이야기가 들리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당내에 '수도권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서울지역 구청장 선거의 패배는 수도권 위기론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도부 교체는 명약관화한 일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벌써 거론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일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 대방건설에서 열린 '국민의힘-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패배시-이재명 '사법 리스크' 대신 '정치 리스크'

사정은 민주당 쪽이 나은 편이다. 텃밭 자체가 야당 세가 좀 더 강한 데다가 강서구 출신 의원들이 조직력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여론조사상으로도 비교적 순항 중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11~12일까지 만 18세 이상 강서구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응답률 2.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에 따르면 진 후보자는 39.4%로 28.1%의 김 후보자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인 18~19일 조사에서도 두 후보 간 격차가 줄긴 했으나 여전히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였다. 리얼미터가 '뉴스피릿' 의뢰로 지난달 18~19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강서구 유권자 803명에게 물어 지난달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응답률 3.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5%p)에 따르면 진 후보는 44.6%로, 37.0%의 김 후보자를 오차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무엇보다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법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해 민주당으로선 호재를 맞은 셈이 됐다. 다만 이번 보궐선거는 2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9일이 연휴인데, 당장 5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이라 막판 여론 추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대표의 영장 기각 후 여론은 선거 당일 투표함을 열어야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투표율이다. 통상적으로 선거 투표율이 높으면 범진보진영에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을 경우 보수 정당이 유리한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보궐선거는 다르다. 보궐선거는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높은 청‧장년층 대신 노년층 투표 비율이 높아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평이 많다. 민주당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이 대표는 단식 중단 후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임에도 강서구청장 선거 지원을 위해 당무 조기 복귀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수차례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고 강조하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의지를 비쳐왔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미리 현장을 다지고 있던 숱한 후보들을 제치고 진 후보자를 전략공천하는 승부수를 뒀다.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진 후보자를 앞세워 이번 선거판을 경찰 대 검찰, 야당과 검찰과의 대결 구도로 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의 정치력을 반드시 입증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내에는 여전히 '본인 사법리스크 대응 말고 한 게 없다'는 비토세력의 불만이 넘실댄다. 패배한다면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유리한 지역으로 여겨졌던 강서에서 이기더라도 생각보다 표 차이가 크지 않았을 경우 이 대표는 영장 기각으로 극적 생환한 보람도 없이 '정치력 리스크'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조정식 사무총장으로부터 당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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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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