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현직 대통령 첫 파업 시위 참여…"노조가 중산층 건설"

자동차노조 파업 현장서 확성기 연설…하루 간격 트럼프도 방문 예정

자동차 산업 노동조합 파업 현장에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시위에 동참해 노동자들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하루 간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 지역을 찾을 예정에 있어 노동자 표심을 겨냥한 차기 대선 후보들 간 경쟁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형국이다.

<뉴욕타임스>(NYT), 미 CNN 방송 등을 보면 26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12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미시건주 벨빌을 찾아 파업 노동자들과 함께 제너럴모터스(GM) 부품유통센터 앞 '피켓 라인'에 합류했다. 피켓 라인은 노동쟁의 중인 노동자들이 작업장 앞에서 요구사항이 적힌 팻말 등을 들고 파업 동참을 촉구하는 대열을 말한다. 현직 대통령이 피켓 라인에 선 것은 처음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 '빅3' 포드, GM,스텔란티스와의 단체협상이 시한을 넘기자 전미자동차노조는 지난 15일 미시건, 오하이오, 미주리주에 위치한 3개 공장에서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 22일엔 GM, 스텔란티스의 38곳 부품유통센터로 파업을 확장했다. 부품유통센터는 차 수리를 위한 부품을 대리점에 공급하는 곳이다. 노조는 향후 4년 간 40% 가량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20% 안팎의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전미자동차노조 표시가 새겨진 검은 모자를 눌러 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피켓 라인에서 확성기를 들고 연설에 나섰다. 그는 "월스트리트가 이 나라를 건설한 게 아니다. 중산층이 나라를 건설했고 노조가 중산층을 건설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은 현재 받고 있는 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다"며 "벌어들인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가 요구하는 향후 4년 간 임금 40% 인상이 이뤄져야 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들(노조)이 이에 대해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그간 백악관은 한 쪽을 지지하기보다 관련 협상은 업체와 노조 쪽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연설한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켓 라인에 선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대통령이 경제와 사회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노동자 편에 서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등 역대 민주당 소속 대통령 일부는 노조 친화적 태도를 보였지만 직접 피켓 라인에 서진 않았다. CNN은 독립적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전미자동차노조 제소 사건이 28건이나 계류 중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이 중립을 추구한 데는 실질적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AP> 통신은 이번 시위 참여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하면서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얼마나 멀리갈 의향이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역대 가장 노조 친화적 대통령'을 자처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캔자스시티 자동차 노동자 파업에서 피켓 라인에 서는 등 대통령 당선 전 수차례 시위에 동참한 적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경선 토론까지 건너뛰고 바이든 대통령 방문 다음 날인 27일 미시건을 방문할 예정임에 따라 노동자 표심을 사이에 둔 대선 후보 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가 위치한 미시건은 2016년 대선 당시 제조업 사양화로 쇠락한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제조업 부활을 약속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2020년 대선 땐 친노조를 표방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건에서 승리를 거뒀다.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이 지역 방문 의사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의 파업 현장 방문 예고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비뚤어진 조 바이든은 내가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미시간으로 향할 것이라고 발표하기 전엔 전미자동차노조를 방문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결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없이 이뤄졌고 파업 시작 때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시위 동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노조의 초청을 받아 파업 현장에 방문한 데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조로부터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페인 위원장은 지난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시건에 와도 만날 생각이 없으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에 대한 어떤 이해도 없는 억만장자와 백만장자를 더 이상 선출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위에 참여할 계획이 없는 것에 더해 노조 비가입 사업장에서 연설할 예정으로 CNN은 전미자동차노조 소식통을 인용해 노조가 이를 연대 표시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날 이례적 시위 동참에도 전미자동차노조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해당 노조는 지난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위 참석 전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육성 정책이 전통적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불안 또한 지니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 바이든의 가혹한 전기차 명령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전멸시키고 셀 수 없이 많은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잃게 할 것"이라고 공세를 가했다.

유력 후보들이 잇단 구애에 나섰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일부는 정치권의 관심이 협상 타결에 도움되리라 희망하지만 다른 이들은 방문이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행위에 불과하며 오히려 파업을 정치화해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포드에서 일하는 빌리 로우는 방송에 "두 사람 모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분열되길 원하지 않는다. 정치가 개입되면 논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대체로 박빙인 가운데 지난 24일 공표된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뉴스 공동 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51%)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42%)보다 9%포인트(p)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결과가 복수의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과 상반되는 점을 들어 이상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 벨빌 GM 물류 센터 부근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시위 현장을 방문해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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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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