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그렇게 무능했단 말인가?…'블랙리스트 사건'을 모를 정도로?

[기고] 尹대통령, 블랙리스트 시즌 2 준비하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언론에 자신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블랙리스트 사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수차례 밝히고 있다.

하지만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활동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발간한 백서에 의하면, 유인촌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8월 27일 문화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 문건에는 보수를 대표하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이 문화예술계의 구심점 기능을 상실하였고, 좌파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조직적 지원 하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중심으로 문화권력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하였다고 분석하였다. 좌파문화세력은 문화부-위원회·국립문화기관-시민단체로 이어지는 조직구조를 정립시켜 예산, 사업 등 제도권 수단을 통해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한 후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파)건전문화세력 형성, 좌파집단 인적청산, 건전문화세력 자금지원, 좌파 자금줄 차단 등을 내세웠다. 추진체계로는 BH(청와대), 문화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하기로 되어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1년간 문화예술기관장 25명이 표적감사를 당하거나 사퇴압박으로 스스로 물러나거나 해임을 당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정헌,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안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황지우 총장 등은 해임을 당하였다.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에 의하면 문화부가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도 청와대의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방안' 등의 문건을 통한 지시에 따라 '좌파 연예인대응 TF'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퇴출 대상 인물 82명을 선정하고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등 퇴출을 시도하였다.

유인촌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3년에 걸쳐 문화부 장관과 그 후 청와대 문화특보로서 재직하였다. 장관 재임 당시 독립 내지 진보적 성향의 영화단체인 인디포럼작가회의, 인디다큐페스티벌 등을 11차례에 걸쳐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바 있다. 그러한 유인촌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블랙리스트 사건을 모를 리가 없다. 만약 유인촌 후보자의 말대로 정말 이를 몰랐다면 자신의 부처 업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한 자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이러한 무능한 자를 문화예술계의 수장으로 임명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이나 단체를 정부의 문화예술사업의 지원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정치적 성향과 관련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지원 사업에서 차별 취급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임을 분명히 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자행된 블랙리스트 사건을 직접 수사하였다. 누구보다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념정부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부 장관으로서 블랙리스트 사건의 담당 부처 수장이었던 자를 문체부 장관으로 다시 임명하여 블랙리스트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유인촌 장관이 임명될 경우 문화예술인들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으며 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어렵게 힘을 모아 만든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무력화될 것이 명확하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8조 제1항, 제29조는 국가기관 등이 문화예술인들을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조사하는 주체가 문체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다양성에서 꽃피운다. 사상과 정치적 이념의 잣대로 문화예술작품을 검열하고, 차별·배제하는 것은 문화예술 부흥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외친 대한민국의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고, 진정으로 한류의 부흥과 확산을 원한다면 유인촌 후보자의 문체부 장관 임명부터 철회해야 할 것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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