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홍범도함 겨냥 "주적과 전투할 군함에 공산당원 이름 쓸 수 없다"

육사 교정 동상 철거 이어 박근혜 때 붙인 군함 이름까지 변경?…독립영웅 홍범도의 수난

한덕수 국무총리가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명칭과 관련해 "우리의 주적과 전투를 해야 하는 군함에다가 전 소련 공산당원 자격을 가진 사람(이름)을 (쓸 수 없다)"며 함명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 입장에서 홍범도 잠수함 개명 문제를 검토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국방부에서 검토를 하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잠수함을 개명한 사례가 있느냐'는 기 의원의 질의에 "전 세계의 사례는 어떤지 중요할 게 없다"면서 거듭 개명 검토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에 기 의원은 "나라가 망했거나 히틀러 같은 독재자들이 마음대로 잠수함의 명칭을 개명을 하는 것 아니냐. 대한민국이 망했냐"며 "왜 총리께서는 전례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 총리는 그러나 "민생과 더불어서 중요한 일은 바로 우리 국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그 본질을 가진 우리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우리의 주적과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확한 국체(國體)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며 "그렇게 봤을 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헌법 제1조에 의한 민주공화국에 맞지 않는 일은 당연히 저는 고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제 대답"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에 기 의원이 "민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이런 불필요한 이념 논쟁, 독립지사 5인 흉상을 이전할 것인가 철거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당장 백지화하는 게 맞다. 백지화 선언을 하실, 또는 대통령께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우리의 국체를 지키는 일이라면 저는 그런 건 건의하고 싶지 않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범도함 함명 변경은 앞서 국방부와 해군 간 혼선을 빚은 끝에 변경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사안이다. 그런데 돌연 한 총리가 변경 논의를 재점화한 셈이어서 눈길을 끈다.

지난 2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 당시 육사 교정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홍 장군이 공산주의자라 육사 교정에 동상을 둘 수 없다면 홍범도함 이름도 바꾸느냐'고 기자들로부터 비판조의 질문이 나왔고, 당시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브리핑 자리에 배석했던 장도영 해군 재경 공보팀장이 깜짝 놀란 듯 "현재 해군은 홍범도함 함명 변경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 대변인 브리핑 내용을 정정했고, 전 대변인은 이에 "필요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물러서지 않다가 이튿날인 29일 브리핑에서야 "해군의 의견과 전례 등을 토대로 만약 검토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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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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