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에 가면 '판소리 들려주는 명품 해설'을 만날 수 있답니다"

박연옥 순창군 문화관광해설사, 강천사 등서 관광 안내 '인기'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아~'

26일 오전, 처서 끝에도 쉬이 물러가지 않는 무더위 속 주말을 맞아 탐방객들로 북적이는 전북 순창 강천사에 이르는 계곡길. 귀에 익은 춘향가 중의 사랑가 대목이 청량한 계곡을 가득 메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연옥(41) 순창군 문화관광해설사.

맨발로 산책길을 오가는 탐방객들은 너나 없이 그녀의 경쾌하고 발랄한 소리에 '얼씨구~'를 외치며 화답을 한다.

▲박연옥 전북 순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강천산에 오르는 계곡길에서 탐방객들을 상대로 해설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박씨가 순창지역 문화관광해설사로 나선 것은 올해로 4년째.

여느 주부처럼 아이를 낳고 키우고 살림을 하다 문득 '보람'된 일이 하고 싶어 문화관광해설사에 도전했다는 그녀는 똑소리 나는 해설로 제법 지역에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역사를 따로 전공한 것도, 판소리를 어려서부터 익혀온 것이 아니란다.

순창군 적성면 출신인 박씨는 순창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날고 기는' 예술인들이 모인다는 서울예술전문대학의 극작과에 진학한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던지라 드라마작가로 필명을 날리고자 했던 그는 다른 선후배, 동기들의 기에 눌려 작가의 길보다는 외려 연극배우에 더 소질이 많은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박연옥 전북 순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강천산에 오르는 계곡길에서 탐방객들을 상대로 해설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러나 가난하고 인기가 없는 무명 연극배우의 길을 걸어가기란 20대의 그에게 녹록지 않았다. 때 마침 자신을 키워주다시피한 할머니의 품이 그리워지자 그는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순창으로 돌아왔다.

직장을 다니다 지금의 남편인 김지현(47)씨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세 딸의 엄마가 되어 육아에 몰입하는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끼'가 자신도 모르게 찾아온 어느날, 그는 순창국악원의 문을 두드렸다.

1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이었지만 그는 '마른 논에 물 대듯' 판소리와 민요, 단가를 익혀 나갔다. 타고난 소질에 배움에 대한 열정을 더하니 실력은 날로 늘어 전국대회 신인부 우수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순창지역의 민요반 강사를 하던 그는 한 선배 문화해설사의 소개로 문화관광해설사 채용 공고를 알게돼 준비 끝에 현재 13명으로 구성된 순창군 문화관광해설사 모임의 '막둥이'로 합류하게 된다.

▲박연옥 순창군문화관광해설사의 가족사진 ⓒ본인SNS 캡처

타고난 언변과 '끼'는 물론 지역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겹쳐지니 그의 문화관광해설은 금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 사전에 방문객들로부터 '지명'을 받는 해설사로 알려지게 됐다.

지난해에는 경북 안동에서 한국문화관광해설사중앙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회 스토리텔링대회'에 전라북도 대표로 출전해 당당히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당시 그는 순창의 채계산 '월하미인'을 주제로 자신의 고향인 적성 '매미터'에서 소리공부를 한 이화중선의 이야기를 버무려 맛깔스러운 해설과 함께 심청가의 '추월만정'의 한 대목을 불러 압도적인 점수를 얻어 은상을 차지했다.

현장에서 접한 박씨의 해설은 상황에 맞는 설명과 판소리, 노랫가락, 적절한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진행해 듣는 이들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박연옥 전북 순창군 문화관광해설사가 강천산에 오르는 계곡길에서 탐방객들을 상대로 해설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러면서도 해설을 듣는 이들이 제시하는 의견 속에 다음 해설에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없는지를 신중하게 경청하는 태도 또한 많은 이들이 왜 그의 해설에 더욱 집중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박연옥 해설사는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는것이 자랑스럽고 매 순간이 행복하다"면서 "늘 배우겠다는 자세를 잊지 않고 배운 것을 관람객들에 더 폭넓게 나누어 순창을 찾는 분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연옥 순창군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듣고자 한다면 순창 강천산군립공원이나 순청읍 터미널관광안내소, 장류박물관, 설공찬전테마관 등에 사전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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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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