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총리 "尹대통령 '수능 메시지' 적절, 교육부가 잘못"

野 "'갑툭튀' 발언으로 혼란 초래해놓고 거짓말…수능 이슈로 이동관 덮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킬러문항' 관련 지시에 대해 "대통령 발언은 적절했다"고 두둔하며 "교육부가 실천을 제대로 못한 것이 부적절했다. 그동안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최근 수능 관련 혼선에 대한 책임이 교육부에 있다고 자처했다.

이 장관은 27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 지시의 적절성을 지적하는 야당 위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교육위원들은 윤 대통령의 '쉬운 수능' 지시가 돌발적인 것이었으며, 이같은 지시로 인해 교육부도 갑자기 수능 관련 입장을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 무척 화가 난다. (민주당도 초고난도 문항 배제를 주장했다는) 김기현 대표 말은 전적으로 틀렸다"면서 "민주당'도'가 아니라 민주당'만' 킬러문항 금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이어 "윤석열 후보의 대선 공약에 킬러문항 얘기가 전혀 없다. 국정과제에도 이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갑자기 계시를 받았나"라며 윤 대통령의 최근 수능 관련 지시는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이주호 장관의 '3대 교육개혁 과제 대통령 업무보고' 속에도 킬러문항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면서 "대통령이 3월에 무슨 지시를 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 장관은 이에 "3월뿐 아니라 대통령께서 상당히 여러 차례 수능의 공정성은 강조하셨다"면서 "이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제대로 실천을 못 한 부분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교육부 담당) 국장에게 강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많은 부분들이 지적을 해도 사실 잘 지켜지지 않고 해소가 되지 않았던 문제"라며 "그 지시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제가 담당 국장을 경질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서동용 의원도 "윤 대통령의 교육 관련 지시사항이 최초 등록된 작년 6월 7일 '반도체 첨단산업 인재 양성' 지시 이후 올해 6월 5일까지 대통령의 수능 관련 지시는 없었다"면서 "(3월에 대통령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이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대통령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발언으로 대혼란을 초래해놓고 사과는커녕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비난했다.

이 장관은 그러자 "이 부분은 제 명예를 두고 말씀드린다"면서 "제가 분명히 지시를 받았고, 또 국장에게 분명히 지시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다만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구두로 들은 것이라고 했다.

이에 서 의원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3월에 있었다고 해야 6월 모의평가에 킬러 문항이 있었다며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라며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으려고 한 것이라고 보인다"고 거듭 파고들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지난 3월 21일 열린 '6월 모의평가 출제전략 수립을 위한 워크숍' 당시 자료와 회의록을 제출할 의향을 밝혔다.

안민석 의원은 이 장관에게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캐물었고, 이 장관은 "공정한 수능에 대해서 지시를 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안 의원이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 문항을 50% 이상 줄이라 그 말씀을 하셨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구체적인 숫자까지는 안 하셨다"고 했다.

이에 안 의원은 "꼴랑 '공정 수능' 지시한 거냐. 대한민국 누구나, 장삼이사도 다 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고, 이 장관은 "왜 공정수능이 왜 '꼴랑'인가.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서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원칙이고 그동안 전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장관의 윤 대통령 두둔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대통령한테 많이 배운다'고 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교육의 전문성이라는 말 자체를 굉장히 희화화시키는 것이고 전국에 있는 50만 교사들에게 엄청나게 자괴감을 주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질책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상당히 놀랄 만큼 많은 고민을 하신다"면서 "교육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며 거듭 윤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강득구 의원은 지난해 '킬러 문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가 최근 입장을 번복한 장상윤 차관에게 말을 바꾼 배경을 추궁하며 몰아세웠다. 장 차관은 "제가 지난주 법안소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작년에 제가 했던 그 발언은 기존의 출제당국 입장에 너무 매몰돼서 (문제를) 간과했던 측면이 있다"면서 "저희가 다시 확인을 해 보고 좀 반성의 입장을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련 기사 : 대통령 말 한마디에 180도 바뀐 교육부의 '킬러문항' 입장)

야당 위원들은 정부·여당이 '킬러 문항' 논란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유 의원은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언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슈를 이슈로 덮었다"고 지적하면서, "특목고(특수목적고)·자사고(자율형사립고)·국제고 존치로 사교육 수요가 더 늘어날 그런 우려가 있는데, 이를 은폐하고 오로지 킬러 문항 때문에 사교육이 창궐하는 것으로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 관련 청문회 제안도 나왔다. 서 의원은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학폭위가 왜 개최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전학 과정과 그 이후에 그리고 대학을 가는 과정에서 혹시 특혜를 받은 바는 없는지 하는 것들이 국민적 의혹의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때도 학폭 사안의 심각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라는 공문적 요구들을 고려해서 우리 위원회(교육위)에서 별도 청문회를 진행했던 선례가 있다"면서 "이동관 특보의 경우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것과 무관하게 학폭의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 등 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들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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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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