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의 일갈 "의원정수 축소 주장, 정치혐오 불러일으킨다"

'선거제 공론조사 편향됐다' 與 주장에는 "전문가 10명 중 9~10명 정수 확대 찬성할 것"

국회의 '선거제도 개혁 공론조사'에서 의원정수 관련 발제를 맡았던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0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보고에서, 정치권 일각의 '의원정수 축소론'은 정치혐오에 기댄 생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공론조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참석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선거제 개혁 공론조사에서 전문가들이 의원정수 확대 취지 주장만 강조한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묻자 "공론조사라는 것은 찬반 양 사이드가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비례대표의 좋은 점, 나쁜 점, 중대선거구제의 좋은 점, 나쁜 점을 균형있게 말씀 드렸는데 의원 정수를 줄여야 된다는 것을 굳이 설득을 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왜냐하면 그렇게 말씀하실 (전문가) 분이 없거니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혐오를 오히려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앞선 질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오늘 국회 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을 제안했는데 본 의원은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소견을 갖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신뢰 받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면 신뢰 받을 수 있다. 이것이 국회의원 정수 문제로 이어지고 정수 축소, 정치 혐오로 이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에 나서자"며 "의원 숫자가 10%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김기현 "尹 한일외교는 고독한 결단…중국인 참정권 주지 말아야")

박 교수는 허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그날(공론조사일) 나왔던 토론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의원 정수를 줄일 때 농산어촌 지역구는 현재보다 면적이 일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서울 지역의 아파트 단지 몇 개랑 군 4~5개,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큰 지역이 의원 1명을 선출하는 게 맞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허 의원은 또 "여당이 공론조사 자체를 문제 삼고있다"며 "'(여당은) 전문가 12명 중에 5명 정도가 민주당 측 인사였다고 문제 제기를 하는데, (공론조사위) 전문가들이 사전에 편향을 갖고 의도적으로 구성된 것인가"라고 물었고, 박 교수는 이에 "전혀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학자들 10명 붙잡고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게 맞나, 늘리는 게 맞나' 물어보면 10명 중 9명 내지 10명은 '늘리는 게 맞다'고 답변할 것이다. (공론조사 참여 전문가들이) 한 쪽으로 몰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허 의원의 질의와 박 교수의 대답은 이날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공론조사위 참여 전문가 12명 중 5명이 민주당 추천 교수, 민주당 혁신위원 출신 등 친민주당 인사'라며 "한쪽으로 치우친 전문가 구성으로 공론조사의 공정성을 훼손시켰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그러나 "우리 당에서는 (공론조사) 워킹 그룹의 바이어스(bias, 편향)에 대한 인식도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했던 분들이 바이어스가 있어서 한쪽으로 (논의를) 몰아갔다고 하는 데에는 반대 의견을 드리고 싶다"고 맞섰다. 박 교수는 "참여하신 정치학자들은 다 학계에서 존경받고 중요한 업적을 많이 남기신 분들이고, 그 분들이 오셔서 최선을 다했다"며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은 지양하시고 생산한 데이터를 보시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5월 정개특위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한국리서치 등과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469인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선거제 개혁 공론조사를 실시했다. 공론조사는 참가자들에게 숙의를 거치게 한 뒤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 방식이다. 공론조사 결과 숙의 전 65%였던 '의원 정수 축소' 의견은 37%로 크게 줄었다. 반면 '정수 유지' 의견은 18%에서 29%, '정수 확대' 의견은 13%에서 33%로 늘었다.

김기현 대표의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 국민의힘에서 '의원정수 축소론'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시민단체 연대체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은 이날 논평에서 "선거제 논의가 개혁으로 향해야 하는 이 때 여당의 대표가 정치혐오에 기댄 퇴행적 주장을 반복해 펼치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김 대표의 주장대로 의원 수 감축이 쇄신이라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해 정치 쇄신의 밀알이 될 것을 추천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여러 주장을 검토하고 토론에 임한 (공론조사) 시민참여단이 (의원 정수) 현행 유지 또는 증원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원 증원도 언제든 민심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의원 감축이라는 민심을 전환시킬 열쇠를 갖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국회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피하기 위해, 주먹구구식 의원 수 감축을 주장하는 정치야말로 포퓰리즘이며 구태정치의 반복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조사 결과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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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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