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수능 지침'에 당정 "킬러문항 배제,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이주호 "교육부 수장으로서 죄송…'물수능' 아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앞으로 공정한 수능이 되도록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국회에서 여당과 가진 당정협의에서 "지난 정부가 방치한 사교육 문제, 학원만 배를 불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신속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교육부 수장으로 국민께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거듭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어왔음에도 교육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한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면서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했다.

소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사교육 카르텔'의 주범으로 지목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출제 방향에 관한 '가이드 라인'으로 평가되면서 혼선이 일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침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 대학입시 담당 국장을 지난 16일 경질해 파문이 확산됐다. 야당은 민감한 교육 문제에 윤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혼선을 야기했으며, 이로 인한 책임을 담당 국장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처럼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변별력과 난이도에 관련된 윤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과 교육계의 비판이 커진 데 대해 이 부총리는 "일각서 소위 '물수능' 이슈로 치환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공정한 수능은 결코 물수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부총리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소위 '킬러 문항'은 시험의 변별성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이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었다"며 이번 수능부터 킬러 문항 제외를 출제 방향에 적용할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교육부 수장으로서 모든 가능한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의 수능 가이드라인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겨냥해 "대통령이 입시에 대해 뭘 아느냐며 폄하하고 헛다리를 짚었다"며 "윤 대통령은 수십 년간 검찰 생활을 하면서 입시 부정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뤘고, 특히 조국 일가의 대입부정 사건 때 수사를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정부 방침은 시험을 쉽게 내라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과정에서 있지 않은 영역을 출제함으로 인해 절대 다수의 학생들,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것을 물수능 프레임으로 왜곡시키려는 이권 카르텔을 부정한다"고 했다.

한편 당정은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협의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한 자사고, 외고를 존치해 학생 적성에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 자율적 교육 혁신을 통해 교육 역량을 강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와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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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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