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 프로젝트, 분배·기후·노동 외면…무비판적 개발 폭주 멈춰라"

기후·노동·환경 등 136개 단체 공동 성명 "국민 보호 무시한 속도전"

기후·노동·환경·건강권·농업 등 각계 사회운동단체가 이재명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개발 폭주"라 부르며 "민주주의와 공공성, 기후·생태, 농민 생존권, 노동권·노동자 안전 문제가 중첩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당장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3대 메가 프로젝트 규탄 시민사회 136개 단체 일동' 명의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현재 녹색연합, 참여연대 등 125개 개별 단체와 각 지역 기후위기비상행동, 용인반도체국가산단개점토와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전국행동 등 11개 연대체가 모였다.

이들은 "변동성이 큰 특정 산업에 국가 자원을 '올인'하고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몰아주는 식의 개발 폭주는 전체 산업구조의 편중을 심화하고 부의 불평등과 경제적 격차를 가속한다"며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우리 사회가 쌓아 올린 원칙과 가치, 사회적 합의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개발 속도전이 아니라, 산업 전략에서의 공공성과 기후 생태적 전환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AI(로봇)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국가 산업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서남권과 용인 등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5개 권역에 거대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3개 산업에 47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의 30%에 달하는 40GW(기가와트)의 전력이 추가로 요구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공동집행위원장은 이 프로젝트가 "기후 목표와 에너지 전환에 전면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신규 전력 수요에 대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해 신규 LNG가스발전, 핵발전소 증설 및 수명연장, SMR(소형듈원자로) 건설 등 모든 발전소를 다 증설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에너지 전환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은혜 공동집행위원장은 "석탄발전소 폐쇄가 연기되고 가스발전이 증대될 우려가 큰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 경우 2035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NDC는 '2018년 국가 탄소배출량 대비 얼마를 줄이겠다'는 UN 협약상의 탄소감축 목표로, 정부는 지난해 2035년 NDC를 53~61%로 확정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도 "기후위기 시대에 더 물어야 할 건, 막대한 물과 전기를 사용할 산업 구조가 지속가능한가, 해당 산업정책이 자연이 스스로 회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생태용량 안에서 결정됐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생태용량이 산업정책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산업정책이 생태용량을 결정한다는 오만한 계획"이라며 "필요한 전력, 용수는 어떻게든 공급하겠단 계획인데, 생태 한계를 기술, 인프라로 극복한다는 철 지난 개발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어 "투자 규모, 전력 수요, 필요 용수 등은 모두 숫자로 밝히면서, 왜 생태계의 수용성과 생태 용량에 대해선 숫자를 안 내고, 누적 환경 영향 평가를 정량적으로 제시하지 않나"라며 "지역 균형 발전도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지역 생태 자원을 특정 산업 생산요소로만 전환하는 건 균형발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는 정부를 향해 "핵발전은 완공에 10년이 걸리는데, 몇 년 새 기술, 수요가 바뀌는 AI 산업에 이를 발전원을 내세우는 건 모순"이라며 "(전원 조절이 어려운) 경직된 핵발전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유연성 발전원이 아니며, 핵발전을 중심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요구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공급)도 뒷받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후·노동·환경·건강권·농업 등 136개 사회운동단체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3대 메가 프로젝트, 개발 폭주를 멈춰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손가영)

산업 최일선의 노동 빠져... 재벌 특혜 있고 공공 환수 없다

권영은 반올림 활동가는 "노동자의 질병을 성장의 비용으로 삼아선 안된다"고 밝혔다. "지난 수십 년 간의 반도체 산업 성장 뒤엔 수많은 노동자의 질병과 죽음이 있었는데, 정부 산업정책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안전대책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규제 완화과 신속한 인허가만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권 활동가는 "'금융·재정 지원을 확대한다'면서, '규제 특례와 신속한 인허가'를 말하면서, '첨단산업 연구개발을 지원한다'면서,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인력을 양산한다'면서, 노동자의 안전 강화를 위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위험을 피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서 첨단산업 전략이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도 산업 전략에서 노동정책은 빠졌다고 짚으며 "3대 메가 프로젝트 폭주처럼, 정의로운 산업 전환과 기후정의엔 왜 속도를 대폭 못 올리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계는) 벌써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을 풀고 파업 없는 특구 지정을 해달라고 아우성인데, (하청노동자들의) 원청 교섭은 여전히 거부되고, 중대재해 발생과 노동기본권은 여전히 꼴찌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특정 재벌에 대한 대규모 지원정책으로 보인다"며 "3개 산업에 대해 국가 전력망과 용수, 인허가 지원, 세제지원 혜택 등을 총동원하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윤의 공공적 환원 방안은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과 공공자원으로 기업의 투자 위험은 줄이면서, 이익은 기업이 독점케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이번 발표는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결정했나? 광주·전남을 넘어, 대한민국 환경과 지역의 미래 바꾸는 초대형 사업임에도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목소리, 기후정의, 노동권, 공공성, 사회적 책임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며 "산업 경쟁력은 기후 대응과, 성장은 사회적 책임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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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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