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생명벨트, 그린벨트가 끊어진다"

[함께 사는 길]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위원(도시계획박사)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그린벨트가 들썩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 산단 조성 위한 그린벨트 해제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정부 발표로 그린벨트 지역은 벌써부터 개발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우리도 풀어달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71년 제도 도입 후 추가 지정 없이 해제만 거듭한 그린벨트 구역은 2022년 12월 기준으로 국토면적 대비 3.7%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20년 넘게 현장에서 자연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활동해온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위원(도시계획박사)은 "제도 존립 자체를 흔드는 일이자 도시의 생명 벨트를 끊는 일"이라며 경고했다. 우리는 왜 그린벨트를 지켜야 하는가. 어떻게 우리의 자연 유산을 지킬 수 있을까. 그에게 물었다.

▲ 환경운동연합 맹지연 위원(도시계획박사) ⓒ함께사는길(이성수)

-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그린벨트가 뭔지, 왜 그린벨트를 지정했는지 짚고 넘어가자.

"그린벨트의 법적 명칭은 ‘개발제한구역’이다. 개발제한구역 제도는 1971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도시의 주택·교통·환경 문제 등이 터져 나오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도입되었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의 개발을 제한한 구역’을 법으로 지정한 것이다. 농지를 포함해 도시 자연환경보전을 의미하는 ‘그린’과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개발 한계선 ‘벨트’라 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어서 그린벨트라고 더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제도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린벨트가 해제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이다. 추가 지정 없이 해제를 거듭해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현재 남은 면적은 3793㎢로 최초 지정 면적(5397㎢)의 70% 수준이다."

- 그린벨트 해제 논리 중 하나가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없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나.

"도시의 녹지를 국립공원과 동일한 잣대로 보전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도시확산을 막기 위한 한계선이다 보니 지리적 위치 자체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도심의 가로수와 공원, 아파트의 조경은 그린벨트와 상호 연결되어 광역녹지축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의 열섬 완화, 재난 방지, 미세먼지 차단, 도시민 건강 증대, 기후변화 대응과 완화 등 많은 도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엄청나다. 도시라는 탄소 발생원 가장 가까이에서 탄소를 흡수하고 감축해 주는 것은 사실 이 도시 숲과 농지밖에 없다. 한편에선 그린벨트가 개발 유보지로 인식되면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소유하거나 개발 심리로 인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방치된 곳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그린벨트 내 불법 시설물이 방치되어 있거나 훼손된 곳이 있으면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 감독해 토지 소유자에게 원상복구를 시키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결국엔 훼손되었으니 개발해야 한다? 그건 아니지 않는가. ‘그린벨트는 개발 유보지’라는 오명을 벗고, 도시환경보전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정부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30만㎡ 미만에서 100만㎡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이어 그린벨트를 해제해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남아있는 개발제한구역은 환경평가등급 1, 2등급지가 최소 72%에서 최대 91%로, 사실상 보전 가치가 높거나 경사도가 심해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시도지사에게 해제 권한을 확대해 주겠다는 것은 환경평가등급 기준 완화를 염두해 둔 행보나 다름이 없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창원과 울산을 중심으로 그린벨트 전면 해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상은 이미 해제한 물량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해제해 놓은 것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그거를 더 추가한다? 한마디로 총선을 앞두고 자기가 원하는 그 지역을 딱 낙점해서 풀어주겠다는 것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첨단산업단지 개발수요도 의문이다. 경남의 경우 산업단지가 205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리고 산업단지의 미분양률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4번째이다. 창원의 안골산단 등 도내 분양이 전혀 되지 않은 산단도 5개나 된다. 이미 조성된 미분양 산단이나 도내 광역적 토지이용도고려할 수 있음에도 개발제한구역이 개발 1순위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후진적인가.

그린벨트가 해제될 때마다 논란이 있었지만 적어도 광역도시계획을 통해서 정부만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이를테면 국민주택 같은 공공성이 있는 사업에 한해,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등급에 따라 해제했다. 하지만 정부가 원칙도 없고 환경영향평가도 무시하고 해제해준다면 다른 지역은 가만히 있겠나. 너도나도 풀어달라 들고 일어날 것이다."

- 그린벨트 지정 취지와 그 가치를 고려하면 그린벨트 해제는 대다수 도시민들에게 해가 되는 일 아닌가.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가 단골로 등장한다. 이상한 일이다.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는 개발을 해야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그렇다 보니 현재 남아있는 그린벨트는 외지인의 소유가 80~90%다. 개발을 염두해두고 사놓거나 상속받은 이들이 그 자체로 집단화가 되었다. 문제는 지자체들이 토호 세력들만 시민으로 알고 이들의 눈치만 보기 때문이다."

- 앞서 다른 나라에서도 그린벨트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어떤가.

"물론 해외에서도 그린벨트 내에 개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공성에 기반한 사업에 한해서다. 뿐만 아니라 그린벨트와 같이, 환경보전 및 문화재보호를 위한 보호지역 보전을 위해 토지정책의 지속가능성과 공공성 강화에 중점을 둔 정책을 구현하고 있다. 그린벨트제도의 효시인 영국은 토지소유권과 개발권이 구분되어있고, 개발권은 국유화되어있다. 프랑스도 건축권의 일부가 국유화되어있으며, 미국의 개발권양도제도도 이에 해당된다. 즉 국가나 지방정부의 도시계획(도로 공원 등 각종 기반시설)에 의한 개발이 ‘로또’로 인식되거나 개발이익이 사유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또한 독일은 자연침해조정제도를 통해 개발로 훼손되는 만큼의 숲과 농지를 다시 만드는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그 비용으로 정부는 훼손된 면적만큼의 숲을 조성하거나 진짜 보호해야 할 지역을 우선순위에 따라 사서 보호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 보전이 잘 된 곳을 개발할 경우 그렇지 못한 곳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만약 독일처럼 자연침해조정제도에 따라 훼손되는 만큼의 숲과 논을 다시 만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과연 개발제한구역에 공단을 지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 우리나라에서도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제도가 있고 얼마 전 환경부가 흑산도 공항 건설 때문에 해제한 국립공원 면적만큼 추가로 국립공원을 지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뭐가 다른가.

"우리나라도 개발에 따른 과도한 이익을 환수하고 있지만 환수 비율이 낮고 환수한 돈도 올바로 쓰지 않고 있다. 그 비용을 자연유산을 지키는 데 써야 하는데 다시 도로를 확충하거나 도시를 만드는 등 또 다른 개발을 위해 쓰이는 것이 문제다. 또한 독일의 자연침해조정제도의 기본 취지는 자연 침해를 조정함으로써 자연의 질과 총량을 지킨다는 개념으로 자연총량제라고도 한다. 이 때 단순히 면적을 유지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환경등급도 고려해야 한다. 환경부가 공항을 위해 흑산도 국립공원을 해제하고 해제된 면적만큼 추가 지정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환경의 질에 대한 고려 없이 면적만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그린 워싱’이다."

- 기후 위기 시대, 도시의 생명 벨트인 그린벨트를 지킬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가.

"먼저 자연을 이용할 때 원칙과 제한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계획 없이 자연에 접근하고 향유하고 있다. 보호해야 할 곳과 이용할 수 있는 곳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당장 정부는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보호지역 30%를 지정해야 한다. 그린벨트의 70~90%가 개발이 불가능한 1, 2등급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들이다. 이곳을 우선으로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 외 지역은 도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텃밭이나 도시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에겐 중요한 제도가 이미 있다. 비오톱 지도를 제작해 그에 따라 환경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직접 해당 지역에 대한 환경 및 생태조사를 통해 도시생태현황도(비오톱 지도)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환경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도시계획과 연계하여 보전해야 할 곳과 이용할 수 있는 곳을 구분할 수 있다. 제도 자체는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도입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차원의 지원이나 노력이 미흡해지면서 이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가 별로 없다. 이 제도가 제대로만 시행되어도 지역 내 보호 지역을 지킬 수 있다. 이와 함께 보전에는 보상이, 개발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 요즘 물도 사 먹고 공기청정기로 공기도 사 먹는 시대다. 근데 왜 자연 자원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약탈만 하는가.

토지 개발을 통해서 막대한 이득을 본 사람들한테는 세금을 많이 걷고 그린벨트 같은 보존 용지를 소유한 분들에게 혜택으로 돌려드리면 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바로 서야 우리 자연 유산도, 사람의 안전과 건강도 지킬 수 있다."

- 시민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장 내년 4월 총선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아니라 그린벨트 등 보호지역의 보상 수단 입법방안을 이슈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지주만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이 직접 환경계획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제도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환경연합도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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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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