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3일째 공습, 대체 왜 이러나?

팔레스타인 27명 사망에 무장단체 인사 추가 살해로 휴전 멀어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사흘째 이어지며 2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쪽에서도 500발이 넘는 로켓을 발사하며 양쪽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충돌로 사법 개편 관련 국내 반발에 부딪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누리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해 온 연정 내 극우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1일(현지시각) 새벽 1시께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PIJ) 은신처를 표적 공격해 단체 고위 사령관 알리 갈리 및 함께 은신해 있던 2명의 무장단체 조직원들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갈리가 "PIJ의 핵심 인물로 최근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집트가 전날 중재에 나섰음에도 이날 오전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이스라엘은 휴전을 약속한 바 없다며 책임은 가자 쪽에 있다는 입장을 냈다고 전했다.

매체는 10일 밤 이후 공격을 멈췄던 가자지구 쪽이 이스라엘의 11일 새벽 공습 뒤 로켓 발사를 재개했다고 덧붙였다.

9일 PIJ 사령관 3명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데 이어 11일 또 다른 고위 지도부가 살해당하며 휴전 가능성이 옅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PIJ 쪽이 휴전 조건으로 고위 지도부에 대한 표적 살해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스라엘은 받아들일 마음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쪽은 PIJ 제거를 명분으로 9일부터 가자지구에 158회 공습을 퍼부었다.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보건부가 11일 이틀 전부터 이어진 공습으로 적어도 27명이 사망했고 7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건부는 사망자에 적어도 6명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10일 가자지구 상황 관련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을 규탄하며 이는 즉시 중단돼야 하고 용납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은 무력의 비례적 사용과 군사 작전 수행 때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 인도주의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시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스라엘을 향한 가자지구로부터의 로켓 발사 또한 규탄했다.

민간인 살상에 대한 비난을 의식한 듯 11일 이스라엘군은 공습 때 목표물 근처에 어린이가 있는 것을 포착한 공군 조종사가 공격을 취소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쪽에서도 대규모 로켓 공격으로 반격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9~11일 오전 7시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507발의 로켓과 박격포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발사체 중 적어도 368개가 국경을 넘었고 이 중 154개가 방공망에 격추됐으며 나머지는 빈 땅에 떨어져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발사체 중 110개는 가자지구 내부로 추락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팔레스타인 쪽 공격에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담했는지는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하마스가 개입할 경우 이번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관리가 로켓 공격으로 가자지구 인근 도시인 스데로트의 한 집에서 불이 났으며 중부 베르셰바 인근 유치원이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군당국이 백만 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이 피난처에 있다고 밝혔으며 가자지구 국경 인근 학교들이 등교를 중지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충돌은 지난주 이스라엘 교도소에 구금된 PIJ 조직원 카데르 아드난이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2월 테러 혐의로 체포된 아드난은 이에 항의해 90일 가까운 단식 투쟁을 벌이다 지난 2일 숨을 거뒀다. 하마스와 PIJ는 이에 이스라엘 쪽으로 로켓으로 발사했고 이스라엘의 반격이 이어지며 긴장이 고조됐지만 이집트 등의 중재로 충돌 하루 만인 지난 3일 휴전이 선언됐다. 갈등이 겨우 봉합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이스라엘이 9일 공습으로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게일 탈시르 예루살렘 헤브루대 정치학 교수가 이번 충돌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 연정 내 불안과 이스라엘 대중 사이 커지는 반대를 잠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쟁은 언제나 이스라엘인들을 뭉치게 하고 우익을 결집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선 정부가 올 초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의 사법 개편안을 제시한 뒤 시위 등 시민 반대가 지속돼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또한 이번 공습이 집권 연정에 포함된 극우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을 달래는 구실을 했다고 지적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주 가자지구에서 날린 로켓에 대한 정부의 "빈약한" 대응을 규탄하며 그가 이끄는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의 크네세트(의회) 활동 불참(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는 이스라엘군 공습이 시작된 9일 보이콧 종료를 선언했다. 

네타냐후 연정은 의회에서 120석 중 과반이 조금 넘는 64석을 점하고 있는데 벤그비르가 이끄는 오츠마 예후디트가 이 중 6석,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이끄는 또 다른 극우 정당 독실한 시오니즘이 7석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극우가 정권 유지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 1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한 건물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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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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