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총격 살해·집단 습격·또 총격…피로 물드는 서안

이스라엘 극우 연정 정착촌 비호 아래 '재보복'…외신 "미, 의례적 자제 촉구 이상 결단할 때"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보복에 보복이 거듭되며 격화되고 있다. 만 하루 동안 세 건의 보복 살해 공격이 일어나며 이 지역 갈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촉구된다.

<AP> 통신은 27일(현지시각) 서안 예리코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괴한이 이스라엘 차량에 총격을 가해 27살 이스라엘계 미국 시민권자 운전자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공격은 전날 밤 수백 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서안 나블루스 남부 마을들을 습격해 팔레스타인인 1명이 숨진 뒤 일어났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AP>, 영국 일간 <가디언>을 참조하면 이날 저녁 후와라·자타라·부린 등 여러 마을에 100~300명 가량의 이스라엘 정착민이 몽둥이와 총기로 무장한 채 몰려 와 주민들을 습격하고 가옥 및 차량에 불을 질렀다. 팔레스타인 관리와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에 따르면 5시간 가량 이어진 난동 속 최소 300건의 공격이 이뤄져 390명이 다쳤고 30채의 가옥과 100대의 차량이 불탔다. 습격 가담자는 수백 명 규모지만 관련돼 구금된 이스라엘인은 8명이고 그 중 6명은 이미 풀려났다고 <AP> 통신이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을 인용해 전했다.

습격 당시 자타라 마을에서 총을 맞고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사메흐 아크타시(37)는 튀르키예(터키) 지진 구호 자원봉사를 막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다. 아크타시가 총을 든 정착민과 난동에 개입하려는 이스라엘방위군(IDF) 중 어느 쪽의 총을 맞고 사망했는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아크타쉬가 방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군 소식통은 부인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서안에 불법 정착촌을 확장하면서 후와라는 정착촌에 거의 포위당한 형국으로 끊임 없이 갈등이 일고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26일 저녁 습격 또한 이날 오후 발생한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뤄졌다. 26일 오후 후와라 인근에서 이스라엘 정착민 형제 2명이 팔레스타인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괴한의 습격도 지난주 팔레스타인인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나블루스 수색 작전에 대한 보복성 공격으로 추정돼 만 하루 동안 동안 세 건의 보복 공격이 이 지역에서 일어난 셈이다.

연쇄 보복 살해가 이어졌지만 갈등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이 추가 공격을 경고했고 가자지구 경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과의 대치를 무릅쓰고 시위를 벌임에 따라 폭력 격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극우 연정이 들어선 이스라엘 쪽에서도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연정 참여 정당 중 하나인 극우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 소속 즈비카 포겔 의원이 27일 현지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정착민들의 후와라 습격에 대해 "만족한다"며 정착민의 폭력이 이 지역에서 "테러리스트"에 대한 "억지력"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26일 요르단에서 미국·이집트·요르단의 중재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대표가 만나 이스라엘이 향후 4달 간 정착촌을 짓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공동성명을 미 국무부가 공개했지만 이스라엘 쪽이 곧바로 부정하며 자체적 갈등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 공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착촌 건설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재무장관이자 서안 정착촌을 담당하고 있는 극우 베잘렐 스모트리히도 26일 정착촌 건설을 "하루도" 멈출 수 없다며 합의를 무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각적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유엔(UN) 중동 특사 토르 베네스랜드도 같은 날 성명을 내 "서안에서 악화되는 보안 상황, 특히 후와라에서 일어난 폭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방위군이 보복 공격을 방지할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복과 재보복이 하루를 넘기지 않고 일어나는 상황에서 "의례적 촉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서안지구에서 살해당한 팔레스타인인의 수는 유엔이 기록을 시작한 2005년 이래 가장 많았고 극우 연정이 들어서며 긴장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154명이 사망했고 올 2월까지 지난해 사망자 총 수의 3분의 1에 가까운 47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

<가디언> 외교 편집자 패트릭 윈투어는 갈등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쪽에 최소한의 의례적 억제 촉구 이상의 것을 할지 여부를 이제 미국이 결정해야 할 때"라고 27일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럴 준비가 됐다는 조짐은 거의 없었지만 하와라 집단 습격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미국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27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 하와라 인근 건물과 수십 대의 차량이 전날 밤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습격을 받아 불에 탄 채 남아 있다. 이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1명이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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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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