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극우 연정 출범…"동성애 혐오자" 등 극우 장관직에

최우선 과제는 "정착촌 확대"…바이든 "두 국가 해법 지지" 못박아 국제관계 시험대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이스라엘에 공식 출범하면서 이 지역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을 정면으로 배격하는 극우 인사들이 내각에 입성하며 미국을 포함한 우방과의 관계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소수자 배격 등 극우 기조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며 새 정부는 내부 반발에도 부딪혔다.

<로이터> 통신,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을 종합하면 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특별총회 투표를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연립정부를 승인했다. 크네세트 의원 120명 중 63명의 찬성을 얻어 이날 취임한 네타냐후 총리는 18개월 만에 총리직에 복귀하게 됐다. 

연정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독실한 시오니즘,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 노움 등 극우 정당,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샤스 등이 참여한다. 극우 정당 지도자들이 내각에 입성하며 이스라엘 사상 가장 강경한 우파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지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은 신임 투표 전날인 28일 이미 국제사회에서 불법으로 간주하는 요르단강 서안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리쿠드는 "유대인은 모든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배타적이고 의심의 여지 없는 권리를 갖는다"며 서안 정착촌의 "촉진과 발전"을 선언했다. 

정착존 확대 방침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각각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두 국가 해법'에 어긋난다. 이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쪽이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며 현재 이 지역엔 250만 명의 팔레스타인과 60만 명 가량의 유대인이 함께 거주하며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정에 참여한 극우 지도자들은 장관직을 손에 쥐게 됐다. 극우정당 오츠마 예후디트를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경찰력을 통제하는 국가안보장관직에 올랐다. 벤그비르는 아랍인을 "개"라 칭한 극단주의 랍비 카하네가 설립한 단체에서 활동했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해체돼야 한다고 믿는다. 극우 활동 중 벌인 위법행위 탓에 군복무까지 거부됐던 그는 이스라엘 보안군의 발포 규정이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우 독실한 시오니즘의 지도자인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재무장관직을 차지했다. 그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동성애 혐오자"로 칭하며 이스라엘 사법 체계가 너무 자유주의적이라고 본다. 정착촌 확장을 옹호하고 결과적으로 그 곳이 이스라엘에 합병돼야 한다고 믿는 그는 팔레스타인 자치 국가 수립에 반대한다. 그의 내각 내 권한에는 정착촌에 대한 감독이 포함돼 있다. 벤그비르와 스모트리치 모두 정착촌에 거주 중이다.

새 정부의 정착촌 확대 정책으로 이 지역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자료를 보면 올들어 지난 19일까지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보안군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은 146명으로 2005년 기록 이래 가장 규모가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 인권단체와 유엔 전문가들이 이스라엘 보안군의 과도한 무력 사용과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 증가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 쪽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공격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착촌 확대를 선언한 초강경 우파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우방을 포함해 국제 관계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2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 "수십 년 간 친우였던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겠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미국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지속하고 이것의 실행 가능성을 위태롭게 하거나 우리의 상호 이익과 가치에 배치되는 정책들에 반대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이 이스라엘 새 정부의 팔레스타인 및 성소수자에 대한 기조가 미국과의 긴장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종교적 보수색이 강한 새 정부가 보다 자유주의적인 미국 거주 유대인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정착촌 확대 정책과 더불어 연정 일부 인사들의 예루살렘 성지 관리 권한을 이스라엘이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랍권 국가들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짚었다. 1924년부터 예루살렘 성지를 관리해 온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28일 미 CNN 방송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성지 관리권 변경을 추진하는 "분쟁"을 일으킨다면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커진 상황에서 이란과 오랜 적대 관계를 유지해 온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이란의 위협"을 포함한 "중동과 이스라엘이 직면한 많은 기회와 도전을 함께 다룰 것"을 네타냐후 총리에게 제안했다. 매체는 1996~1999년, 2009~2021년 두 차례 집권한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가 국제 외교무대에서 익숙한 얼굴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할 할 수 있다고 봤다.

네타냐후 정부의 극우 기조는 국내 반발에도 부딪힌 상태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29일 취임식이 진행되는 와중에 예루살렘 크네세트 앞에선 출범에 반대하는 수백 명 규모의 시위가 열렸고 이날 저녁 텔아비브에서도 수백 명의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과 분쟁을 키울 수 있는 정부 기조와 아랍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배척을 비난했다. 특히 "동성애 혐오"를 밝힌 극우 지도자를 장관에 앉힌 데다 성소수차를 배척하는 방향으로 차별금지법을 개정하려는 시도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다만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리쿠드당 의원 아미르 오하나는 이스라엘의 첫 동성애자 의회의장에 취임해 "모든 이스라엘 시민, 유대인, 아랍인, (이슬람교 시아파에서 갈라져 나온 드루즈교를 믿는) 드루즈족, 성소수자(LGBTQ), 이성애자를 섬기겠다"며 여론 다독이기를 시도했다.

▲29일(현지시각) 극우와 연정을 꾸려 재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맨 앞줄 왼쪽) 이스라엘 총리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맨 앞줄 오른쪽) 및 새 정부 구성원들과 예루살렘 대통령 관저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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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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