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 의혹'에 美"한국에 대한 헌신 철통"…문건 진위엔 말 아껴

한국 정부 "일부 문건 위조" 밝혀…이스라엘·프랑스는 내용 반박 뿐 진위 여부 언급 꺼려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에서 한국을 도·감청한 정황이 드러난 데 대해 미 국무부가 "한국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며 동맹국들과 최고위급 접촉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을 비롯한 미 당국은 유출 문건 일부가 "조작"됐다면서도 진위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꺼렸다. 

10일(현지시각)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미 정보 기관이 한국 외교·안보 담당자를 도·감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철통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미 당국자들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가장 고위급에서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화를 나눈 동맹국이 어느 국가인지 특정하진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 당국자들이 지난 며칠 간, 주말 내내 관련 국가 및 동맹, 파트너들과 이 사안에 관련해 매우 높은 급에서 소통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한 국가에 한국과 이스라엘이 포함되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11일 한국 대통령실은 한미 국방장관이 통화했다고 밝혔고 외교부 당국자도 한미 간 외교채널을 통해 필요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동맹국 도청에 대해서 한국 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역내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과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문건 유출이 2주 뒤로 다가 온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에 파텔 부대변인은 "우리와 한국의 관계는 매우 깊다"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퍼스트 레이디(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가 국빈 방문 기간 한국의 상대방을 맞이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출 문건에서 도청 정황이 포착된 미국의 다른 동맹국인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도 파텔 부대변인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철통 같다. 이스라엘 파트너들과 자주 소통한다"고 답했다.

백악관, 문건 일부 "조작"됐지만 "가짜라고 말한 건 아니다"

미 정부는 유출 문건 일부가 "조작"됐다면서도 문건의 진위 여부를 단정하진 않았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적어도 몇몇 경우에 온라인에 게시된 정보가 원본과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출 문건이 "가짜 문서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문건의) 유효성을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건의 일부가 조작됐다면 나머지는 진짜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일부가 조작된 것은 알고 있다. 문건의 유효성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급을 꺼렸다.

미 국무부도 브리핑에서 유출 문건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보여준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국방부 등이 유효성을 평가 중"이라고만 답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유출 문건 일부가 "위조"라고 표현해 미 당국 및 다른 유출 피해국보다 강한 어조로 발언해 이목을 끌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방미 출국 전 기자들을 만나 도·감청 의혹 관련 미국 쪽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전달)할 게 없다. 왜냐면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이날 대통령실도 공식 입장을 내 한미 국방장관 통화를 통해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유출 문건에 언급된 다른 국가인 이스라엘과 프랑스의 경우 주말께 자국 관련 내용이 거짓이라고 반박했지만 문서의 진위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백악관, 유출 한 달 뒤에야 사건 인지…문건 추가 공개 가능성 "모른다" 

유출 문건은 적어도 3월 초,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에 따르면 일부 문건은 1월부터 온라인에 유포됐지만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이를 지난주에 인지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10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유출 문건에 대해 처음 보고 받은 시기가 지난주 후반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문건이 온라인에 공유되기 시작한 지 적어도 한 달 이상이 지난 6일 관련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첫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유출 문건이 있을 수 있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해 추가 문건 공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남기기도 했다.

유출 문건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세부 정보가 담긴 탓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에 변경이 생겼냐는 질문에 커비 조정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아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지원하고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유출 경위 및 유포 방법 등에 대해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출 범위가 방대하고 미국 내 기관만 다룰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는 만큼 미국 내부인의 소행이라는 추측과 우크라이나 전쟁 사상자 관련 정보가 러시아 쪽에 유리하게 조작된 정황을 두고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주장 등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유출 문건에 해당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정보가 담겼음에도 일부 문건은 미국과 동맹국 정부의 보안 인가를 받은 수천 명이 접근 가능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오른쪽)과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왼쪽)이 10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밀 문건 온라인 유출 의혹에 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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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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