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기관, 한국 NSC도 감청…대통령실 "전례 검토해 대응"

NYT "SIGINT로 한국 내 논의 파악"…WP "韓NSC에서 안보실장이 '우회지원' 제안"

미국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감청한 데 이어 미국이 지원해온 우크라이나와, 특히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감청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과거 전례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보도를 잘 알고 있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과거의 전례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보도 내용 중 한국이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도됐지만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살상무기 직접 지원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온라인에 유출된 100페이지 분량의 우크라이나전 관련 미 정보기관 기밀문건을 입수·분석해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은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군 등 러시아 안보기관에서 획득한 정보를 분석한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정치·군사 지도자들에 대한 감청 내용과 함께 동맹국인 한국의 최고위층에 대해서도 감청을 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NYT는 "온라인에 게재된 문건을 보면, 한국(정부)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여를 놓고 이뤄진 토론에 대해 적어도 2차례 이상 다루고 있다"며 "한 문서를 보면 '한국 관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무기 공여) 압력을 행사할까 우려했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서의 다른 부분에는 "CIA에서 나온 문건에는 미국이 어떻게 한국 내의 논의를 알게 됐는지 더 명쾌하게 나와 있다"며 "해당 정보는 '신호 정보(signals intelligence. 즉 시긴트 SIGINT)'가 출처라고 알리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도청 사실이 공개된 것은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위한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한국 등 핵심 파트너와의 관계를 방해할 것(hamper)"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일부 미 언론의 보도를 보면, 한국에서 미 정보기관의 감청 대상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은 그의 동맹국에도 스파이짓을 했다"며 "한 문서는'신호 정보'를 인용해, 3월초 열린 한국 NSC에서는 미국의 무기 공여 요청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grappled)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특히 WP는 당시 한국 NSC에서의 논의 내용에 대해 "(해당 문건은) '한국의 국가안보보좌관(national security adviser)이 탄약을 폴란드에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백악관에만 있는 직위이지만, 한국에서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직위를 통상 영문으로 이같이 표현해왔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상대역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당시 NSC상임위에서 '폴란드 우회 지원' 제안을 꺼낸 것은 김성한 당시 안보실장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안보실장이 주관한 NSC상임위 회의 내용이 미 정보기관에 의해 '신호 정보(시긴트)'로 감청됐다는 정황인 셈이다. 

만약 미 정보기관이 NSC상임위가 열린 용산 대통령실을 상시 감청한 것이라면, 옛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한 윤석열 정부의 결정까지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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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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