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도청'에 관대한 대통령실? 백악관보다 한발 앞서 "위조" 규정

백악관도 "변명의 여지 없다" 문서 유출 인정…한미 간 온도차, 국빈방문 의식?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에 대한 도감청 파문과 관련해 백악관과 대통령실의 설명이 적지 않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11일 대변인실을 통해 밝힌 '공식 입장'에서 한미 국방장관 통화를 통해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했다. "사실 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던 전날 입장에서 '조속한 파문 진화'로 무게추를 크게 옮긴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 없는 거짓"이라고 밝혀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양국의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대통령실 관계자)이라던 설명도 "할 게 없다.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니까"(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로 물러났다.

대통령실은 동맹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도감청 파문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 방문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대규모 외교 행사에 미칠 악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다.

그러나 유출 문건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위조'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대통령실의 입장은 백악관의 해명과도 어긋난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문건들은 공공 영역(public domain)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문서가 공공 영역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문건 유출 자체를 인정한 그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끝까지 조사해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취할 것"이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문건 중) 일부가 조작됐다"면서도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비롯해 모든 문건이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 국가안보실에 대한 도감청 문건을 '조작된 문건'으로 특정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는 문건은 러시아군 사망자 수를 줄이고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수는 늘린 일부 문건에 국한된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회적인 무기 지원과는 거리가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에 관한 도감청 문건의 위조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보 사항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유출 문건에) 우리나라와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에서 우려하는대로 과장 내지는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우선 팩트를 확실하게 한 다음에 후속조치를 평가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이어 "도감청 문제가 있었다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그렇지만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그보다 다른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큰 틀의 한미동맹의 신뢰관계는 굳건하고, 그 틀 안에서 도감청 문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도감청 파문이 용산 집무실 이전에서 비롯된 보안 공백 때문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대해선 "한국처럼 감청 논란이 있던 이스라엘과 영국이 대통령실을 이전했나, 총리실을 이전했나"며 "이는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적극 반박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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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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