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상견례, 분위기는 '화기애매'?

양곡법·간호법 등 현안 기싸움…법사위 소위, 또 파행

국민의힘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 선출 이후 여야 원내지도부가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을 가졌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지만, 비공개 부분에서는 양곡관리법 대안과 간호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기싸움이 벌어졌다. 이른바 '50억 클럽' 특검법 심의가 이뤄져야 할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는 이날도 공전을 거듭했다.

윤 원내대표는 10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넨 뒤 "당장 4월 국회에서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양곡법을 포함한 여러 현안이 있다. 현안에 대해 소통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고 민생을 우선시하는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윤 원내대표는 축하인사에 감사를 표하고 "4월 국회라도 소통하고 협치하면서 국민 입장에서 국회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모든 현안을 박 원내대표와 상의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지점에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통상적인 상견례 자리였다"며 "뭐 (특별한 현안 언급은) 없었다"고만 했다. 양곡법 등 처리 전망에 대해서는 "박 원내대표와는 서로 신뢰가 있다. 현안이 있을 때 협의하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차담에서 박 원내대표가 양곡관리법 관련 얘기를 했다. 윤 원내대표가 '재의 투표를 할 것이냐'고 질문했고, 박 원내대표가 '당연히 진행할 생각'이라며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또 "간호법·의료법 중재안 관련 언급이 있었다"며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박 원내대표가)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고, 저도 윤 원내대표에게 따로 요청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그밖에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4월 중에 받을 수 있도록 처리해 달라고 (박 원내대표가 윤 원내대표에게) 요청했다"며 "윤 원내대표는 '이번 본회의에서 운영위원장 선출에 있어서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박 원내대표도 같은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13일 본회의에서부터 민생경제 입법을 차질 없이 처리해 나가겠다"며 "법안 처리를 더는 미루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를 국민이 거부하고 있다. 양곡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60%로 반대 답변보다 두 배 이상 높다"며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국민 뜻에 따라 헌법이 정한 대로 13일 재투표를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간호법·의료법에 대해서도 그는 "간호법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 아니냐"며 "간호법·의료법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중요 민생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진표 의장도 윤 원내대표에게 "여야가 공통분모를 찾아 합의할 기반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도와달라"면서 "양곡법처럼 거부권 행사 등 문제가 생기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올바른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쟁점 법안) 리스트를 뽑아드릴 테니 적극적으로 상임위에서 협의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미해결 법안 중 민생경제와 관련된 법안들은 좀더 양 교섭단체가 긴밀히 협의했으면 한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의장을 중심으로 여야가 정치를 복원하는 모습을 통해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여당은 전날 비공개 고위당정협의에서 "간호법·의료법과 관련해 오는 11일 민당정 간담회를 개최해 관련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밝힌 상태다.

양곡법과 관련해서는 정부·여당은 지난주 당정협의에서 공개한 직불금 확대 등 대안을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유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민의힘은 농민 지원을 위한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이고 농민 삶을 좋게 할 여러 정책을 계속 발굴·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른바 '50억 클럽' 특검법을 심의 중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법사위 1소위는 여야 간 일정에 대한 이견으로 또 한 차례 파행됐다. 국민의힘은 '12일에 소위를 열자고 했는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이날 오전에 소위를 강행했다'며 반발했고, 민주당은 '12일로 미루자는 것은 침대축구'라고 맞섰다.

민주당 소위 위원들은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특검법 축조심사를 마치고 이튿날인 11일 재차 소위를 열어 의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 박홍근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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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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