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저출산정책 실패 원인 파악해야"

"합계출산율 0.78명…체감할 수 있는 정책 만들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설익은 정책 아이디어를 냈다가 역풍에 휩싸인 상황이 겹쳐진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 15년간 종합계획을 하면서 2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라며 "저출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목표 하에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여러가지 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정부 지원과 아울러 문화적 요소, 가치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돌봄과 교육, 유연근무와 육아휴직의 정착, 주거 안정, 양육비 부담 완화, 난임부부 지원 확대" 등을 정부에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존에 있는 제도 역시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 노동 약자 다수는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 육아, 돌봄, 휴가조차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나치게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에 휘말리는 그런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도 근본적인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면서 "과거의 우리 마을이나 공동체 문화로, 그런 방향으로 좀 더 많이 바뀌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비상한 각오로 임할 생각"이라며 "긴밀한 당정 공조를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30세 전에 자녀를 세 명 이상 낳은 남성에 대한 병역 면제 등 국민의힘이 독자적으로 검토했던 저출산 대책에 제동을 건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현 정부 초대 부위원장이던 나경원 전 의원의 사임 이후 김영미 부위원장이 맡았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7년여 만이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다자녀 가정에 병역 면제, 상속세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밖으로 발표가 돼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관련 기사 : '아이 셋=병역 면제', '증여세 공제'…국민의힘 저출생 해법마다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김영미 부위원장과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3,3.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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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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