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원희룡 씨에게 드리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글

[기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는 안전할 권리도 없나?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빌미로 건설현장 불법을 바로잡겠다던 정부의 대책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취업활동을 채용강요로 몰아서 구속하는 탄압은 그 시작이었다. 현장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는 건설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비롯해 노동조합이 현장 개설 시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교섭하는 행위 일반을 두고 '불공정 채용'으로 몰아 노조에 올가미를 씌웠다. 인력사무소에서 수수료를 떼고라도 일용직으로 들어가면 다행인 삶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사실 그 인력사무소에서 채용되는 것이야말로 대부분의 경우 불법하도급을 금지하는 현행법에 위반되는 일인데도, 경찰은 막무가내로 건설노조를 괴롭혔다. 그래놓고 수사결과에서 노조의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자화자찬했는데, 실제로는 지역에 기생하던 조폭들이 입건된 사례까지 포함한 낯부끄러운 자찬이었다.

경찰의 무도함은 견디면 된다. 비공식적으로 이뤄진 문자통보였으나, 심지어 어떤 경찰은 조합원에게 집회신고 경위를 조사하겠다며 출석을 요구한 일도 있었다. 어쨌든 건설노동자들은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로 해고당하던 삶으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으므로 지금껏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울 것이다. 기나긴 재판과 말꼬투리 잡기 수사가 괴롭겠지만, 합법과 불법의 골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건설노조의 불법은 8만 명 중에서 불가피하게 존재할 소수의 일탈행위를 제외한다면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건설노조는 합법적인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여 사측과 교섭하고 현장에 취업했기 때문에 조직적인 불법을 찾아내긴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골대를 옮기는 경우다. 그동안 합법이었던 것을 지금부터 불법으로 바꾼다면, 그래놓고 불법이라고 몰아붙인다면 형식적으로는 불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서울경기지역에서 일하던 타워크레인 조종사 중 민주노총 조합원 56명이 경찰에 소환통보를 받았고, 그 중 20명 이상이 검찰로 송치되었다. 월례비를 수령했다고 앞뒤 가리지도 않고 모두 공갈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실제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조종사와 변호사의 논리적 항변에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했다. 사실상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 상 필요하니 조사한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기획수사였다. 형사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소급효를 금지한다는 기본적인 법률상식조차 사법고시를 합격했다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상위법에 위배되는 시행령은 무효라는 것조차 검찰로 주위를 둘러싼 대통령에게는 별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한 투쟁과 소송 끝에 건설노조는 피로스의 승리, 상처뿐인 승리를 거두겠지만 그 과정에서 조합원의 생계를 괴롭히고 탈퇴를 회유하는 것, 그리하여 종국에는 건설현장의 탈법과 불법을 감시하고 막아왔던 건설노조의 힘을 약화하는 것이 정부의 목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여러 언론에서 이미 타워크레인의 월례비 문제를 지적했다. 처음에는 마냥 불법적인 뒷돈으로 취급했으나 이후에는 월례비가 형성된 건설현장의 무법적 관행도 많이 다뤄졌고, 이 와중에 돈 줘가며 위험한 일, 궂은 일 시킨다고 하니 기사들도 돈을 받았다는 점도 대중에게 알려졌다. 대부분은 전문건설업체의 현장소장이 공기를 맞추기 위해 먼저 제안한다는 점도 보도되었다. 법원 판결에서도 임금의 성격이 있다고 하였으나, 판결 이후 원희룡 장관은 예전에 받은 돈에 대한 판결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경찰은 월례비를 받은 조종사만 막무가내로 조사하여 검찰에 넘기고 국토교통부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그동안 투쟁과 교섭으로 확보했던 안전할 권리까지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

타워크레인이 무엇인지,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만 간단하게 살펴보자. 타워크레인은 고정된 지점에 높이 설치된 크레인이다. 일단 높이 세우면 작업반경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지면(지상)에서 이뤄지는 각종 작업에 구애받지 않으며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므로 타워크레인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은 실제로 다양하다. 꽉 막힌 도로 위를 날아다니는 에어 택시의 역할을 공사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이 할 수 있다고 이해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타워크레인의 정의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건설기계관리법시행규칙 [별표1] 건설기계의 범위에서 타워크레인은 "수직타워의 상부에 위치한 지브(jib)를 선회시켜 중량물을 상하, 전후 또는 좌우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으로서 원동기 또는 전동기를 가진 것"이다. 정의가 이토록 명확한데도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현장에서 요구받는 위험작업이란 어떤 것인가? 중장비를 설치하기 어려운 곳에 박혀 있는 말뚝 같은 물건을 타워크레인으로 뽑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명백한 위험작업이다). 작업반경 안에만 있다면 어디든 팔을 뻗어서 고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타워크레인으로 중장비(지게차, 포크레인 등)를 인양하는 경우도 있다(무게중심을 맞추기 어려우므로 위험작업의 소지가 크다). 누워있는 거푸집을 세워서 꽂아주기도 한다(무게중심을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아야만 누워있는 물건을 세울 수 있다). 무게중심이 맞지 않으면 타워크레인이 받는 부하는 고스란히 기사에게 감지된다. 이런 위험을 감지할 수 없는 소형타워크레인(조종석이 없다)에서 사고가 잇따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3월10일자로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과도한 작업 지연 막는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고의로 과도하게 저속 운행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작업을 거부하는 경우 면허가 정지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작업개시 시간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조종석 탑승 등 작업준비를 완료하지 못한 것까지 성실의무에 위반된다고 한다.

유형별로 나눠서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인양물이 없는 경우 인양할 때와 동일하게 구분동작을 하는 것이 태업이라는데, 이는 오히려 권장할 사항이다. 모든 중장비는 한 번에 한 동작씩 수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도 구분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다만 조종사의 작업숙련도와 현장파악 수준에 따라서 구분동작이 생략될 수 있을 뿐이다. 평소 대비 타워크레인 탑승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도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당일 컨디션, 건강상태, 기상상태 등에 따라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사다리를 타는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서리가 끼어 있다면 장갑으로 쓸고 올라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오히려 현장상황에 어떤 변수가 있다면 이를 감안하고 통제해야 하는 것이 현장관리자의 몫이다. 이런 일로 면허를 정지시킨다고 협박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가?

작업개시 이후에 안전점검을 실시하더라도 면허정지 사유가 된다고 한다. AS기사를 불러도 제 때 오지 않는 일이 허다한 상황에서 블록처럼 쌓아올린 타워크레인의 연결볼트가 잘못 체결되어 있다든가 미세한 금이 가 있는 경우를 올라가면서 발견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새벽에 올라가서 전날 예정되었던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안전점검 하겠다며 시험가동하는 것, 혹은 오전에 작업하다가 평소와 다른 소리가 들려서 일을 잠시 멈추고 점검을 요청하는 것, 이게 면허정지 사유가 된다는 의미다. 왜냐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안전점검은 원도급사나 임대사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타워크레인을 선회시키는 턴테이블이 끼익끼익 소리가 나다가 결국 툭 하면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지고 조종사가 죽어도, 그저 면허정지를 피하고 싶었을 뿐인 조종사는 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순간풍속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원도급사의 승인 없이 조종석에서 임의 이탈하는 경우도 면허정지 사유가 된다고 한다. 태풍이 불든 말든 일단 올라갔으면 원청사 관리자가 내려오라고 하기 전까지 조종석에 있으라는 말이다. 그러다 타워크레인이 넘어가면 조종사는 뭔가 해볼 겨를도 없이 사망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상황이라면 원도급사가 승인할 것이라고 너그럽게 판단하는 모양인데, 사람마다 회사마다 다르다는 것을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여러 현장의 경험으로 익히 안다. 순간풍속 초과 시 조종석 이탈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그간의 경험으로 순순히 내려 보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하는 것이다.

노트북을 조종석에 배치하여 작업 중에 동영상 시청하면 면허정지 사유가 된다는 말은 일견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런데 '작업 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도 생명이 있는 사람이다. 4톤 이상의 중량물을 고리에 매달고 운전하면서 유튜브를 시청할 한가한 조종사는 없다. 그러나 현장에 따라서 하루에 중량물 인양을 두어 번만 하면 더는 일이 없는 날도 있을 수 있다. 규정대로 콘크리트를 양생하면 콘크리트가 굳는 동안 작업자들이 그 위에서 일을 하지 못할 테니 한동안 자재를 올려줄 일이 없다. 그럴 때 무료한 지상 100m 위에서 전화통화도 하고 동영상도 본다. ‘작업 중’이라는 것을 누가 판단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작업거부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는 원도급사의 정당한 작업지시, 원도급사가 인정한 하도급사의 정당한 작업요청을 특별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면허정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서의 '정당한' 또한 일방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는 가설펜스 밖에 위치한 중량물은 인양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작업거부하는 것도 면허정지 사유라고 한다. 그럼 가설펜스는 왜 치나? 대형거푸집, 조립철근 등의 중량물 인양을 거부하는 경우도 현장에서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 누워있는 조립철근을 세워서 끼워주는 것은 인양인가 아닌가? 일단 물건이 누워있다면 무게중심을 맞춰서 인양하는 이상 누운 상태로 올라갈 것이다. 세웠다는 것 자체가 무게중심이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람을 허리부터 들면 누운 채로 올라가겠지만 목이나 발목에 줄을 묶으면 세워질 것이다. 이 판단을 할 권리를 목숨 내걸고 일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상황이 아님에도 조종사 본인의 일방적인 판단 하에 위험을 이유로 수시로 조종석을 이탈하는 경우 "또한 면허정지의 사유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사례로 든 것이 하필 "모터 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이유로 점검 요청"이다. 모터 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면 조종사로서는 심각한 문제다. 각종 장비소리로 시끄러운 건설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조종사에게만 정확하게 들린다. 평소와 다른 소리는 심각한 전조증상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현장에 근무하면서 '정상적인' 소리를 유일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인데, 평소와 다른 소리가 난다면 기계 이상을 의심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된다. 당연히 제때 점검하지 않으면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물론이고 지상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안전까지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신호수 문제도 하나 덧붙이고 싶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신호수의 말대로 조종했다가 벽에 자재가 충돌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한국은 전문신호인력 양성에 소극적이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온 사람들이 신호수 역할까지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말이 통하지 않아 신호수와 조종사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신호수는 원청건설사의 직원이 아니라 하도급사의 직원인 경우가 거의 전부이다. 그런데 신호수를 전문적으로 배치할 궁리는 하지 않고 오히려 신호수가 다른 작업을 해도 되는 것처럼 국토교통부에서 보도자료를 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이 내용들이 문제가 되자 국토부는 다시금 보도자료를 내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3월16일 인천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조종사를 향한 면허정지 협박으로 작업중지권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갱폼해체 작업 중 거푸집이 조종석을 때려 유리창이 박살났는데도 조종사는 타워크레인에 매달린 갱폼을 지상에 내려놓고 나서야 타워크레인을 내려올 수 있었다. 문제는 원희룡 장관이 이 사고의 원인을 무리한 작업지시가 아닌 조종사 미숙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려놓고 조사한다는 점이다. L형 장비를 운전한 경험이 적고 노동조합에서 순번대로 배정하여 미숙한 사람이 현장에 투입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갱폼해체는 아파트 건설공사의 막바지에 이뤄지는 작업이다. 바꿔 말해 통상적으로 아파트 건물이 올라가는 1년 안팎에 이르는 기간 동안 운전을 했던 조종사더러 경험미숙을 지적한 것이다. 조종사의 운전미숙을 문제 삼으려면 원희룡 씨가 국토교통부 장관이 되기 전부터 그 현장에서 일했던 그 '미숙한' 조종사가 어떻게 아파트 꼭대기까지 작업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조종사의 미숙함보다 장관의 미숙함이 더 문제다.

미숙한 장관께서는 당시 현장과 가까운 부평의 기상관측소에서 풍속이 3.8m/s에 불과했다는 것을 근거로 강풍 속 무리한 작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충분한 반박자료가 있지만 한 가지 사례만 언급하자면 길음동에서 올라가는 주상복합 현장에서 2022년 9월19일 14시 경에 타워크레인 기사는 순간풍속 19.2m/s의 강풍 속에서도 작업을 강요받았다. 같은 시간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 확인한 길음측정소(1185번)에서 측정된 풍속은 2.5m/s였다. 건물이 올라가면 건물 사이로 골바람이 부는 것은 상식이다. 지상의 풍속과 고공의 풍속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풍속의 변화 또한 지상보다 고공이 훨씬 크다. 사고 순간 타워크레인 풍속계 자료를 공개할 것이 아니라면 고리에 수평을 맞춰서 걸었던 갱폼이 왜 흩날렸는지, 그래서 급기야 조종석을 때리게 된 것인지를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미숙한 장관은 장비결함, 무리한 작업지시를 원인에서 일단 제외하고 나머지 원인을 찾으려고 시도하여 결국 L형타워 조종 경험이 적다는 요소를 추출했다. 답을 정해놓고 원인을 찾은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도 부족했는지 고용노동부도 나섰다. 3월10일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편 논의 착수"라는 보도자료를 통하여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 차관의 모두발언에 따르면 "후견적인 정부 규제와 처벌에서 자율적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여 획기적인 중대재해 감축을 이끌어낸 바 있"다면서 현재 산재 사고가 정부 규제와 처벌 탓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사실부터가 틀린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되었음에도 2023년 1월 YTN 보도에 따르면 쌓인 판례는 0건이다. 1호 판결로 주목받는다던 한국제강 대표의 선고는 잠정 연기되었다. 차관이 특별히 언급한 중대재해법 자체가 사실상 적용된 적이 없다.

"방대한 안전보건 규정과 기준도 신기술 도입 등 급변하는 산업현장의 실태를 반영하여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 간소화해야" 한단다. "위험성평가의 의무화, 근로자 책임의 명확화 등 법률 개정방안"이라는 방향까지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기술이 도입되면 안전보건 규정이 간소화해야 한다니 이게 고용노동부 차관이 할 소리인가 되묻고 싶다. 신기술이 도입되면 사람이 안 깔리나? 오히려 신기술이 도입됨으로써 강화되어야 할 규정도 존재한다. 예전에는 충돌감지장치가 없었으니까 설치 의무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충돌감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할 수 있다. 그런데 위험성평가를 하자고 하고서는 근로자 책임을 명확하게 하자고 한다. 정부마저 이토록 무도하다.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건설노조에 있다는 황당한 소리는 분양가 원가공개도 하지 않는 마당에 반박할 가치도 없지만, 그래도 집은 모두에게 중요하니까 한 마디 덧붙이는 편이 낫겠다. 여기서 건설사의 실명은 밝히지 않겠다. 같은 주거단지에 XX건설과 YY건설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설치되었다. YY건설 현장에는 XX건설 현장보다 철근이 훨씬 덜 들어왔다. XX건설에서 일하던 타워크레인 조종사들도 처음에는 자재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하주차장 작업이 끝나고 지상작업을 시작하는데, 양쪽이 높이가 같았다. YY건설이 철근을 덜 넣은 것이다. 그러나 집을 어떻게 짓든 분양가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다. 정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한낱 무지렁이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건설현장의 온갖 폐단을 오래 전부터 하늘에서 내려다 본 사람들이다. 적어도 도지사 시절 복집에 1500만 원을 세금으로 사먹던 장관보다는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해 온 사람들이다.

건설노조가 정부의 탄압을 최일선에서 받고 있으니 어쩌면 이것이 건설노조에 한정되는 문제라고 보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간 건설노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지 않나 생각할 분들도 소수라고 말할 수 없다. 건설노조 안에 있으면서도 하나의 오점도 없는 완전무결한 조직이라고 생각한 적은 나 역시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그러나 구태여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글을 쓰게 된 까닭은 이것이 건설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규정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조종석에 앉아있는 시간부터 출근으로 계산하고, 그냥 시키는 대로 일하라는 정부의 행각이 과연 여기서 멈출까? 그렇게 건설현장을 '합법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나면 일단 건설현장이 정말 합법적인 현장이 될까? 원희룡 장관조차 그렇다고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이 지난 전문건설협회 '가짜근로자 증언대회' 축사에서 드러났다. 건설현장의 불법에는 원청사 잘못도 있고 전문건설사측에도 괜히 노조에 빌미를 줄 수 있으니 불법하도급 하지 말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노조를 향한 온갖 괴롭힘과 탄압의 목적 또한 달리 보아야 한다.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안전할 권리가 거추장스러웠던 것이다. 건설노조를 괴롭히며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던 악폐습의 원인을 노동조합으로 지목하고는, 이후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규정은 존재하되 현장에서는 한없이 무력했던 각종 안전규칙들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답게 바꾸고, 노동자는 닥치고 일만 하라는 것이다. 재수 없으면 죽어도 어쩔 수 없고, 죽고 나면 다른 노동자로 갈아 끼우면 그만이다.

나는 2021년 말에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를 따서 현장 경험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는 조금 안다. 월례비로 얼마를 받아갔다 한들 그 대가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그만큼 일을 해줘야 한다. 위험한 일도 해야 하고 초과근무도 거부하기 힘들어진다. 오랫동안 타워크레인을 조종했던 기사들은 하루 16시간씩, 20시간씩 조종석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운전만 한 경험이 있다. 문자 그대로 해뜨기 전부터 해진 다음까지 지상을 굽어 살피며 일하다가 추락하거나 돌연사한 동료들도 한두 명씩 있다. 각종 안전규정과 노동자 보호조치는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다.

물론 사측 입장에서는 귀찮고 번거로울 것이다. 그들에게는 다행히도 이제 그 민원을 장관이 나서서 해결하려 한다. 정부는 이 김에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쟁취하고 쌓아온 권리를 전반적으로 무력화하려는 결심으로 민주노총을 압박한다. 민주노총으로 단결한 노동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노동권을 방어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상대로 원희룡 장관이 언급한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횡포’란, 안 되는 걸 자꾸 해달라고 하는 전문건설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결과에 가깝다.

하지만 한 번 노동권의 맛을 본 노동자들이 과거로 쉽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모두가 안 된다고, 건설현장에 그런 게 어디 있냐며 어렵다고 할 때 건설현장에서 일요일 휴무, 주40시간 근로계약을 쟁취한 역전의 용사들이다. 대기업 건설사 직원들조차 타워크레인 기사들 덕분에 일요일을 가족과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하던 때가 있었다. 장관부터 나서서 악착같이 괴롭히지만, 나는 존 레넌의 명곡 <Imagine>의 가사 한 구절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경찰청 등 기관 관계자들로 구성된 건설 현장 점검팀이 타워크레인 운용 등과 관련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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