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우리가 '건폭'? 타워크레인 '월례비' 거부한다"

"정부가 사실 왜곡해 '건폭' 몰이…법대로 하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초과근무와 위험노동의 대가로 지급되어오던 월례비 지급 관행을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27일 각 건설사에 보냈다.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대가로 요구되어 왔던 초과근무와 위험작업을 노동자에게 요구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를 위반하는 건설현장은 3월 2일부터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지급해오던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불법 금품 강요로 보고 이를 처벌하겠다는 움직임에 나선 데 따른 반발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를 '건폭(건설현장 폭력 행위)'으로 규정해 강력하게 비난한 바 있다. 

27일 건설노조는 '건폭 매도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아침 대한건설협회에 '타워크레인 월례비 및 장시간 노동·위험작업 근절 촉구의 건'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정민호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월례비의 대가로 강요받은 추가 근무와 안전규정을 위배하는 작업을 거부하며, 주 52시간 노동과 안전작업을 지켜내겠다"며 "그동안 월례비를 주면서 요구했던 작업을 강요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어 "월례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건설업계도 함께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번 결정 취지를 강조했다.

월례비는 일종의 수고비 형식으로 건설 하도급 업체들이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비공식적인 수당 성격의 돈이다. 정부는 일부 노조원들이 업체에 관행적으로 월례비를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태업을 하거나 공사를 방해하는 등의 행태가 반복돼 왔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하청업체가 월례비를 주는 이유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추가노동과 위험노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현장 노동자들이 오전 7시부터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거푸집을 제거하거나, 자재를 나르는 등 준비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태까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통상 오전 7시보다 30분에서 1시간 먼저 업무를 개시했다.

또한 높은 타워크레인에서 종일 작업해야 하는 특성상 오르고 내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그간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용변 처리와 식사를 모두 타워크레인에서 해결했다. 그만큼 제대로 된 휴식시간과 휴식환경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월례비와 같은 비공식적인 수당으로 이를 보상하는 관행이 현장에 자리잡았다. 

정부가 이를 두고 '건폭'으로 규정한 만큼, 이제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노동자들이 밝힌 셈이다. 구체적으로 건설노조는 공문을 통해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거부한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작업을 요구하지 말라 △ 이를 위반하는 건설현장은 관계 법령에 따라 고발조치 하고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을 건설사에 전달했다.

한편 노동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해석이 사실관계마저 왜곡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광주고등법원은 "관례적으로 지급되어온 월례비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이미 판시했다. 월례비를 부당이익금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라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월례비를 지급하고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무리한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 하청업체 입장에서도 공사기간 단축을 비롯한 효율성 면에서 낫다"며 월례비가 '공사 기간 단축'을 노리는 업체에 이득이었다고 명시했다. 

▲건설노조 27일 오전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범정부 대책에 대한 건설노조의 입장과 2·28 상경투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은 월례비 관행을 두고 '건폭'이라고 표현한 정부를 향해 "정부는 지금껏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막대한 이익을 챙겨간 건설사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건설 노동자들을 수십 년간 일용직으로 방치했다"라며 "갑의 위치에 있는 건설자본 말만 듣고 건설노동자와 노조를 조직폭력배, '건폭'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국민을 향해서는 "그동안 투명하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약한 부분이 있었다"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어야 시민도 안전한데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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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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