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절반은 '한해 연차 6일도 못 쓴다'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발표…"尹 정부 69시간제 폐기해야"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법정휴가조차 다 쓰지 못했다. 주 69시간까지 일하고 몰아서 쉬자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현실에서는 과로만 낳을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지적이다.

1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년간 연차휴가 사용 내역을 물은 결과를 보면,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1.5%가 한해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썼다고 답했다. 법정 연차휴가 15일의 절반도 채 사용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다.

15일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한 직장인 비율이 19.4%로 그 다음을 차지했으나, 나머지 전체 응답자는 연차휴가 15일을 채 사용하지 못했다. 6일 이상 9일 미만 사용자가 13.3%, 9일 이상 12일 미만 사용자가 12.0%, 12일 이상 15일 미만 사용자가 13.8%였다.

15일 이상 사용자를 제외한 80% 이상의 응답자(80.6%)가 법정 연차휴가 15일을 채 소진하지 못했다. 특히 응답자의 66.8%는 연차휴가를 평균 월 1회도 사용하지 못했(12일 미만 사용자)다.

연령별로 연차휴가 사용 내역을 나눠 보면 20대의 절반이 넘는 55.1%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소진하는 데 그쳤다. 30대는 33.8%, 40대는 40.6%, 50대는 40.5%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사용했다.

고용형태별로 나눠 보면 상용직 노동자 28.5%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사용했다. 비상용직으로 가면 이 비율이 61.0%로 크게 치솟았다.

노동조합의 존재에 따라 연차 사용 내역에 차이가 났다. 비조합원인 경우 절반에 가까운 43.1%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사용했다. 반면 조합원은 이 비율이 30.7%였다. 조합원의 21.3%는 12일 이상 15일 미만의 연차를 썼고, 22.0%는 15일 이상의 연차를 썼다.

직장 규모별로 보면 영세기업일수록 연차 쓰기도 어려웠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62.1%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썼다.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이 비율이 46.0%였다. 30~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35.0%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32.3%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썼다.

중앙 및 지방 공공기관에서는 33.1%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썼다.

비록 비율에서는 사업장별로 큰 차이가 났지만, 모든 사업장에서 동일하게 6일 미만의 연차를 썼다는 응답자 비율이 가장 컸다. 즉, 공공기관에서조차 노동자 대부분이 법정 연차휴가를 보장받지 못했다.

임금 수준별로 보면 월급 150만 원 미만 노동자의 68.8%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사용했다. 150~300만 원 미만은 48.9%, 300~500만 원 미만은 29.7%, 500만 원 이상은 22.1%가 6일 미만의 ㅇ녀차를 썼다. 300만 원 미만 노동자까지는 6일 미만의 연차를 썼다는 응답자 비중이 가장 컸으나, 300만 원 이상 노동자는 300~500만 원 미만 26.9%, 500만 원 이상 27.5%가 15일 이상의 연차를 보장받았다고 응답했다.

급여 수준이 낮을수록 쉬기도 더 어려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셈이다.

직급별로 보면 상위 관리자의 29.2%, 중간관리자의 25.1%, 실무자의 32.5%, 일반사원의 59.0%가 6일 미만의 연차를 썼다. 상위 관리자의 경우 과반에 가까운 41.7%가 15일 이상의 연차를 보장받았다. 직급이 오를수록 쉬기가 더 편했다.

관련 응답 비중을 종합하면, 작년 한해 동안 연차휴가를 6일 미만 사용한 노동자는 일터의 약자인 20대(55.1%), 비정규직(61.0%), 5인미만(62.1%), 일반사원(59.0%), 월150만 원 미만(68.8%)의 노동자였다.

직장갑질119는 이를 두고 "'몰아서 쉬기'는커녕 법정 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노동 약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에 대해 이 정부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때 '주 120시간'을 주장하고, 정부 1호 노동법안으로 주 69시간제(노동계 주 90.5시간제)를 밀어붙이다 직장인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갑자기 고용노동부와 '손절'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 60시간 노동하려면 주 5일 내내 밤 11시에 퇴근하거나, 매일 밤 9시 퇴근해서 주 6일 근무를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몰아서 일하기' 법안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해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19일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차휴가 설문 내역을 발표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1.5%가 작년 한해 연차를 6일도 채 쓰지 못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은 법정 연차휴가 15일을 채 쓰지 못했다고 답했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인 정보 게시판에 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한 근로 시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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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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