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시간 일하고 장기휴가 가라고?…우리 부장님은 "누가 연차 다 쓰냐"

직장갑질 119 "직장인 10명 중 3명, 있는 유급휴가도 자유롭게 못 써"

"연차 쓰는 것에 대해 상사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합니다. 제가 연차를 다 써서 업무가 딜레이 생긴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업무가 없어서, 업무 지장이 없어서 연차 사용 안 하는 거 아니라면서 죄책감을 줍니다. 연차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하니 '어느 직장에서 연차를 다 쓰냐'고 하더라고요."

'주 69시간 노동 확대'를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노동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초과 노동에 대해서는 이를 '적립'했다가 대체 장기휴가로 쓸 수 있게 한다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두고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를 쓰는 것에도 불만을 표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가 제도 사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3명은 법정 유급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21 근로자휴가조사'에서 연차 소진율은 71.6%에 불과했고, 지난해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휴가 관련 제보 229건 중에도 연차휴가 제한이 96건(41.9%)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현재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을 주 69시간까지 늘리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 노동시간 활용의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정부도 장시간 노동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추가 노동시간을 은행 예금이나 마일리지처럼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노동자가 원할 때 연차 휴가에 더해 장기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갑질 119는 노동자들의 현실과 장기 휴가 구상은 동 떨져 있을 뿐 아니라, 장기휴가를 위해 그 만큼의 연장노동을 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들은 "한 달 휴가가 가능하려면 22일치(30일–주휴일, 휴무일 총 8일)의 근로시간인 176시간 분(8시간×22일)의 연장근로수당을 적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개월로 할 경우, 특정 주에 몰아서 근무하면 월~금(5일간) 내내 12시간 이상 근무가 가능해진다"며 "휴게시간을 포함하면 09시에 출근해서 24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주 5일 내내 가능해지고 그러고도 토요일에 1.5시간을 더 일을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 119는 "사람 죽는다"며 "주 4일 내내 아침 9시 출근 새벽 4시 퇴근이다. 즉 하루 24시간 중 19시간을 회사에 있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 단체는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 초과노동을 포함했을때 최대 52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제발 주 40시간을 지키라는 것이 우리 근로기준법의 내용"며 "그런데 정부안의 모든 내용은 법정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이라 전제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야근갑질 특별위원장인 박성우 노무사는 “정부안은 2004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상한제’를 넘어 그보다 더 이전인 20년 전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개악시키는 내용"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권과 일․생활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하여 과로사회, 야근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경총 등 사용자단체만이 쌍수를 들어 정부안에 환영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방증되듯, 명백하게 사용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며 "'몰아서 일하기' 법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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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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