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글로리'? 전문의 90% "복수 꿈꾼 피해자 진료"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조사…전문의 50% "구체적 복수계획 세운 학폭 피해자 진료했다"

전문의 절반 가까이가 구체적인 복수 계획을 세운 학교 폭력 피해자를 진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가 화제를 끄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관심이 쏠린다.

17일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는 지난달 13일부터 28일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문의들의 학교폭력 피해자 진료 경험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다.

이번 조사에서 전문의 5명 중 4명 꼴인 78.5%가 학교폭력 피해자 진료 경험이 있었다.

전문의들의 90.2%가 학폭 가해자를 상대로 복수를 꿈꾼 피해자를 진료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들 중 47.1%는 복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환자를 진료했다고 밝혔다.

피해의 정도는 심각했다. 전문의 70%가 학교 폭력 피해로 인해 자살을 시도한 환자를 진료했다고 답했다. 전문의의 84.6%는 학교 폭력이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연관 있다고 판단했다.

전문의들은 PTSD로 진단한 학교 폭력 피해자 3명 중 2명 꼴로 불안이나 우울 등의 증상이 동반 관찰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PTSD와 무관하게 학교 폭력 피해자에게서는 불안장애와 우울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학회는 밝혔다.

학교 폭력은 피해자의 신체화 장애에도 44%의 연관성을 지닌다고 전문의들은 밝혔다.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두통이나 복통 등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고통을 느낀다고 전문의들은 답했다.

학교 폭력의 상처는 피해자가 성인이 된 뒤에도 지속됐다. 응답자 62.7%는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에도 학교 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및 사회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례였다고 밝혔다.

전문의들의 78.4%는 한국의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매우 심각 29.2%, 심각 49.2%)고 답했다. 학폭 문제가 심각하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응답한 전문의는 21.5%에 불과했다.

학회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피해자의 성격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실직, 사회 부적응" 등의 고통에 시달리게끔 하는 원인이 된다고 진단했다.

전문의들은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안정적인 학교 환경(33.7%)을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가정 내 지지적인 양육(27.7%), 학교 폭력 예방 교육(15.4%), 교사 역할 및 재량 강화(12.3%)가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판단했다.

학회는 아울러 학교 폭력 사례가 발생할 경우 정신 건강 전문가가 신속히 사례에 개입할 수 있게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더 글로리>.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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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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